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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과 탐식197

서울에서 맛있는 집을 찾는 법? 난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것이 음식이다. 그 지역의 전통과 특색이 나타나는 음식, 게다가 맛있고 이야깃거리까지 있는 곳이라면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된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우가 많을 것 같다. 때문에 그 많은 맛집 정보가 도처에 넘쳐나는게 아닐까. 사람들은 여행을 앞두고 블로그를 검색하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맛집을 찾는다. 빡빡한 일정에 이런저런 모험까지 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난 몇끼 정도는 세렌디피티를 기대하며 감이 이끄는 곳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봐야 할 곳들에 대한 검색은 열심히 하는 편이다. 맛집을 검색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은 트립어드바이저와 구글, 외국 잡지나 신문의 트래블 섹션이다. 먼저 트립어드바이저로 순위를 뽑고 그 리뷰들을 보면서 구글을 크로스 체크.. 2018. 12. 20.
세계 최고급 캐비어는 어디서 나는가 중국, 그리고 식품.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조합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값싸고 품질 떨어지는 농산물과 가공 식품=중국산이라는 인식은 디폴트값이다. 이름 모를 술을 먹었는데 그 다음날 눈이 멀었다는 둥 하는 괴담도 상당히 설득력을 얻어왔다. 실제로 표백제에 담근 닭발, 쥐약 먹고 죽은 쥐로 만든 양꼬치 따위의 뉴스도 심심찮게 전해졌으니 중국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이 우리의 지나친 편견만은 아니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얼마전 그렇게만 생각해선 안된다는 꽤 흥미로운 단서를 얻었다. 10월25일부터 11월4일까지 진행됐던 에서 상영됐던 을 보고서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영화제이나 포스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랭 뒤카스는 미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 2018. 11. 11.
밥 한끼, 연대의 시작 10월22일 홍대 옆 커피 스미스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난민 여성들이 자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준비해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맛보는 행사였다. 유엔난민기구가 주관했다. 이 행사는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유엔난민기구는 페이스북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참석하고 싶은 사연을 접수했고 그것을 심사해 참가자를 선발했다. 나름 기준이 있었을텐데 이해와 소통에 대한 열정을 보지 않았나 싶다. 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는 행사였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도 있고 또 각종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음식 문화를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취재를 요청했고 참가할 수 있었다. 왜 난민과 음식인가.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는 뚜.. 2018. 10. 30.
푸드립 19 일상의 끼니 시시각각 쏟아지는 뉴스를 때론 건조하게, 때론 격한 감정에 휘말려 보게 된다. 며칠전 언뜻 본 뉴스는 가슴을 콕콕 찔러대면서 계속 생각나고 시큰거리는 내용이다. 빈 식당에 들어가 계속 뭔가를 훔쳐 먹고 나오다 경찰에 잡힌 도둑 이야기. 고깃집에 가서는 불판을 꺼내 고기를 구워먹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냉장고에 있는 요구르트를 먹고 나오는 식이었다. 먹고 나서는 설거지까지 말끔하게 마치고 나왔다고 한다. 훔치는 것 보다는 먹는 것에 집중하는 도둑인 셈인데, 잡고 보니 스물세살의 청년이다. 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란 이 청년은 갈 곳도, 가진 것도 없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힘들게 살다가 주린 배를 해결하기 위해 끼니 때마다 빈 식당에 들어가 해결하고 나온 것이었다. 소소한 ‘범죄’가 모여 전과 10범이 .. 2018. 9. 3.
푸드립 18 돼지고기 예멘 난민 문제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내 안에 오래 쌓인 편견과 무지, 그리고 반성과 각성. 불현듯 손홍규 작가의 이 생각났다. 평소엔 식탐 때문에 떠오르는 책의 이야기를 썼다면 이번엔 좀 다르다. 물론 그래도 정육점이니 고기는 있다. 이 소설은 호흡이 빠른 서사를 갖고 있지는 않다. 등장인물들의 별 볼일 없는 일상, 부유하는 듯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만 강렬하고 울컥한 인상을 남긴다. 제목부터 강렬하지 않나. 이슬람 정육점이라니. 책의 배경은 대략 80년대 초반쯤. 십대초반인 주인공 소년은 특이한 가족들과 산다. 아버지는 터키인 하산. 무슬림이면서 정육점을 운영해 돼지고기를 판다. 팔기만 할 뿐 먹지는 않는다. 삼촌처럼 여기는 .. 2018. 7. 17.
푸드립 17 탕수육 “저녁 뭐 먹었어?” “짬뽕.” “근데 9900원이나 나와?” “짬뽕 탕수육 세트 시켰어.” “왜 탕수육은 맨날 시켜. 재벌집 딸도 아니고.” 잔소리끝에 오버했다. 탕수육 좀 먹은 것 가지고 재벌집 타령씩이나. 6000~7000원 선에서 저녁 먹으라고 일주일치 저녁값을 맞춰 줬는데 돈 없다고 더 달라는 딸아이에게 이런 잔소리를 종종 했었다.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도 아니다. 돈까스며 피자 따위가 국내에 전파되던 시절을 청소년기로 보냈던지라 다양한 음식문화도 접할 수 있었다. 도시락 반찬으로 햄이며 소시지, 장조림, 계란말이도 제법 흔했다. 마의 장벽처럼 여겨지던 바나나 역시 대학 1학년 때 수입 자율화가 되면서 내 용돈을 아껴서도 맘 편히 사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런 시절을 지냈는데도 여전히 탕수육은 심정.. 2018.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