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것이 음식이다. 그 지역의 전통과 특색이 나타나는 음식, 게다가 맛있고 이야깃거리까지 있는 곳이라면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된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우가 많을 것 같다. 때문에 그 많은 맛집 정보가 도처에 넘쳐나는게 아닐까.
사람들은 여행을 앞두고 블로그를 검색하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맛집을 찾는다. 빡빡한 일정에 이런저런 모험까지 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난 몇끼 정도는 세렌디피티를 기대하며 감이 이끄는 곳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봐야 할 곳들에 대한 검색은 열심히 하는 편이다.
맛집을 검색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은 트립어드바이저와 구글, 외국 잡지나 신문의 트래블 섹션이다. 먼저 트립어드바이저로 순위를 뽑고 그 리뷰들을 보면서 구글을 크로스 체크한다. 또 구글 문서에 ‘best restaurants in 도시이름’ 이런 식으로 검색을 해서 나오는 외국 잡지나 신문 기사들을 보며 대략 교집합을 선정한다. 초기 작업으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리뷰를 보며 걸러내는데 그 기준이 있다. 머나먼 타국의 레스토랑에 갔는데 한국의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이 싫어서 한국인들의 리뷰 일색이거나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곳은 걸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걸러내는 이 공식을 한국 식당에 적용해보면? 오히려 검증된 맛집의 기준이 나오지 않
을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 그렇다면 트립어드바이저에 서울을 넣어보자. 어떤 순위가 매겨질까. 서울에 한국사람 많은 거야 당연한 것일테니 국내에서 트립어드바이저에 열심히 리뷰 남기는 푸디들에게도 검증되었을 뿐 아니라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외국인들에게도 평가가 좋은, 숨은 식당들이 나오는 것 아닐까.
검색해 봤더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30위까지 식당중에 내가 처음 들어본 곳이 꽤 있다. 아는 곳 중에선 ‘으잉?’ 하는 곳도 있지만 미슐랭 스타를 받는 등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곳들도 많다. 이 리스트를 기본으로 하나씩 찾아가봐야겠다. 트립어드바이저 특성상 리뷰와 평점이 계속 반영되기 때문에 순위는 실시간으로 조금씩 변한다. 주가처럼. 그렇다고 단기간에 급락하거나 급상승하거나 그런건 잘 없는 것 같다. 시차를 두고 본다면 꽤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매일 먹는 것이 밥이고 매일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도 막상 닥치면 또 고민하고 계속 물어보는 것이 맛있는 식당 찾기다. 지역별, 메뉴별로 필터링해서 찾을 수도 있으니 나름 맛집 찾는 솔루션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검색을 돌려보면 알겠지만 간혹 뜨악한 결과들도 나온다. 그런건 제끼면서 의외의 보석들을 쏠쏠히 발견할 수 있다.
공동 1위 더 그리핀 바
식당은 아니고 위스키바다. 동대문 메리어트 호텔 11층에 있는 바인데 국내외 이용객들에게 상당히 평가가 좋다. 밥집이 아니므로 일단 패스~
공동 1위 구스토 타코
솔직히 처음 들어봤다. 상수역 근처에 있는 타코집이다. 외국인이 남긴 후기들도 많다. 평가들을 보면 꽤 오랫동안 1위였던 것 같다. 왜 1위인지 모르겠다는 리뷰도 눈에 띄나 대체로 평은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서울의 1위 음식점이 타코라니. 마치 일본 도쿄에서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많은 식당이 인도요리 전문점... 같은 느낌이랄까.
구스토 타코 / 트립어드바이저
2위 지화자
경기상고 근처에 있는 한정식집. 이 곳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가본 적은 없다. 워낙 비싼 곳이라. 갈만한 핑계가 있어야 할텐데 내년 엄마 칠순잔치때 한번 가볼까. 하지만 가격표를 본 엄마의 지청구를 들을 생각을 하면... 외국인들이 남긴 리뷰도 칭찬 일색이다. 하루 저녁에 두명이서 400불짜리 코스는 맛봐야하지 않겠어? 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꽤 많은 것 같다.
3위 헴라갓
이곳 역시 처음 들어봤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 근처에 있는 스웨덴, 스칸디나비아식 음식점이란다. 이것이 3위인 것도 조금은 당혹스럽다. 이곳은 한국에 여행오는 일본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일본의 유명 사이트나 블로그에 아마 이곳에 대한 리뷰가 많은가보다. 한번 날잡아서 가봐야겠다.
4위 853
인사동 고깃집이다. 지나가다 본 적은 있는데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한국인들 반응 보니 고기맛이 좋은 것 같다. 85년생 3명이 창업해서 이름이 853. 이곳도 리스트에 접수!
853/ 853인스타그램
5위 카사블랑카 샌드위치
경리단길 근처에 있는 모로코식 샌드위치. 새우 샌드위치가 특히 인기가 많다. 값도 싼 편이다.
6위 브라이 리퍼블릭
이태원 양갈비집.
7위 류니끄
이곳이야 뭐 유명한 퓨전 한식당이므로 패쓰.
8위 타볼로 24
동대문 메리어트 호텔 뷔페. 그러고보니 동대문 메리어트 호텔이 외국인들에게 특별히 인기가 많거나 잘 알려진 이유가 있는지 살짝 궁금해진다. 여기가 처음 생겼을 때 김치찌개도 있고 삼겹살도 구워주는 호텔 뷔페식당이라고 소문이 났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9위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
이곳도 서울에 여러곳이 있고 많이들 먹어봤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패쓰.
10위 교촌치킨 동대문 1호점
이것이 살짝 ‘으잉?’ 했던 부분이다. 우리나라 치킨 맛이야 경쟁력이 있긴 하지만 왜 이곳일까. 아마도 동대문 일대에서 불야성을 이루는 시장 근처에 있는, 24시간 혹은 오랜 시간 영업하는 곳이라 외국인들에게 명물로 소문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11위 정식당
임정식 셰프의 정식당도 패쓰.
12위 양국
역삼역 근처 양갈비집.
13위 무교동 북엇국집
내가 시청 출입하던 시절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자주 들렀던 곳. 이곳이 상위권에 선정된 것을 보면 아직 트립어드바이저가 살아 있다는 생각은 든다. 말해 뭣하리.
14위 죠티 인도레스토랑
서강대 근처에 있는 인도음식점. 이곳도 리스트에 접수.
15위 더 파크뷰
신라호텔 뷔페식당. 갠적으로 뷔페 식당 중 이곳이 제일 맘에 든다. 자주 갈 수 없다는 것이 가슴아플 뿐.
16위 브레라
버티고개역 근처 이탈리아 식당. 한국인이 주방을 보고 외국인이 서빙한다는데 외국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아마 한국식 이탈리안이 아니라 한국인 입맛에는 좀 짤 것도 같은데 재미있는 건 주방을 한국인이 본다는 것. 이곳도 리스트에 접수.
17위 모모카페 코트야드 서울 남대문
남대문 코트야드 메리어트 뷔페식당. 호텔 뷔페 치고는 가격이 싼 편. 음식 구성이나 맛도 괜찮았던 것 같다. 가짓수는 많지 않은데 다 손이 가는 음식이랄까.
18위 최고집 홍대점
이곳도 워낙 식당계의 셀럽인지라.
19위 바이킹스워프 롯데월드몰 점
무한 랍스터 뷔페. 중국인들에게도 입소문이 어마어마하게 난 명소. 값이 1인당 100달러라는 것이 특징이다.
20위 연남서식당
서강대 근처 돼지갈비집. 역시 유명한 곳이므로 패쓰.
'잡식과 탐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렌체에서 닭대가리를 맛보다 (1) | 2018.12.30 |
---|---|
이탈리아의 아침을 여는 카푸치노와 크루아상 (0) | 2018.12.21 |
세계 최고급 캐비어는 어디서 나는가 (0) | 2018.11.11 |
밥 한끼, 연대의 시작 (0) | 2018.10.30 |
푸드립 19 일상의 끼니 (0) | 2018.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