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과 탐식206 푸드립 18 돼지고기 예멘 난민 문제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내 안에 오래 쌓인 편견과 무지, 그리고 반성과 각성. 불현듯 손홍규 작가의 이 생각났다. 평소엔 식탐 때문에 떠오르는 책의 이야기를 썼다면 이번엔 좀 다르다. 물론 그래도 정육점이니 고기는 있다. 이 소설은 호흡이 빠른 서사를 갖고 있지는 않다. 등장인물들의 별 볼일 없는 일상, 부유하는 듯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만 강렬하고 울컥한 인상을 남긴다. 제목부터 강렬하지 않나. 이슬람 정육점이라니. 책의 배경은 대략 80년대 초반쯤. 십대초반인 주인공 소년은 특이한 가족들과 산다. 아버지는 터키인 하산. 무슬림이면서 정육점을 운영해 돼지고기를 판다. 팔기만 할 뿐 먹지는 않는다. 삼촌처럼 여기는 .. 2018. 7. 17.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데버러 럽텁 지음/ 한울23쪽. 발전된 나라의 주민들은 개발도상국의 생태계와 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그러한 나라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소비하기 때문에 그들의 음식 소비 관행은 착취적이라고 주장된다. 이러한 관점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실례가 로빈 젠킨스의 저작 이다. 이 책에서 그는 서구 국가의 농업 정책은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야생생물을 해치고 오염과 불건강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젠킨스는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 먹는 음식은 먹을거리 생산자와 제조업자의 탐욕, 그리고 그들의 활동에 대한 국가 개입과 규제의 결여 때문에 과잉 가공되고 과도하게 비싸다고 주장한다. 25쪽. 한 페미니스트 비평가는 고기의 생산과 먹기를 가부장제 내의 여성의 낮은 지위와 연계시킨다 캐롤 아담스는 .. 2018. 6. 29. 푸드립 17 탕수육 “저녁 뭐 먹었어?” “짬뽕.” “근데 9900원이나 나와?” “짬뽕 탕수육 세트 시켰어.” “왜 탕수육은 맨날 시켜. 재벌집 딸도 아니고.” 잔소리끝에 오버했다. 탕수육 좀 먹은 것 가지고 재벌집 타령씩이나. 6000~7000원 선에서 저녁 먹으라고 일주일치 저녁값을 맞춰 줬는데 돈 없다고 더 달라는 딸아이에게 이런 잔소리를 종종 했었다.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도 아니다. 돈까스며 피자 따위가 국내에 전파되던 시절을 청소년기로 보냈던지라 다양한 음식문화도 접할 수 있었다. 도시락 반찬으로 햄이며 소시지, 장조림, 계란말이도 제법 흔했다. 마의 장벽처럼 여겨지던 바나나 역시 대학 1학년 때 수입 자율화가 되면서 내 용돈을 아껴서도 맘 편히 사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런 시절을 지냈는데도 여전히 탕수육은 심정.. 2018. 6. 25. 북미정상 오찬 식탁에 양저우식 볶음밥이 오른 까닭은 뭘까 6월12일 역사적 북미정상회담. 그 감동 사이로 스멀스멀 기어나온 호기심은 으레 그렇듯 음식이었다. 두 정상의 식탁에 오른 메뉴. 의미와 상징이 집약되는 외교무대의 식탁, 그것도 정상회담의 식탁에 차려지는 음식이니 말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조화를 고려한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 눈에 띄는게 있었다. ‘Yangzhou Fried Rice’ 즉, 양저우식 볶음밥(차오판)이다. 과문한 탓에 저건 무슨 볶음밥인가 싶었다. 위키에 양저우 프라이드 라이스를 쳐보니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볶음밥이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중국집에 가면 볼 수 있는 그 볶음밥 말이다. 한국판 위키에는 양주 볶음밥으로 나온다. 그럼 왜 양저우 볶음밥일까. 양저우는 중국 강소성, 즉 장쑤성의 도시다. 이곳은 옛날부터 볶음밥.. 2018. 6. 13. 푸드립 16 크바스 서울에선 웬만한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일본, 이탈리아, 중국식이야 거의 한식 수준으로 흔한 편이고 프랑스식도 꽤 많다. 인도, 스페인, 그리스, 멕시코, 터키, 그리스 식당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아랍권과 최근에는 남미권 음식을 요리하는 곳들도 제법 있다. 그런데 국교를 맺은지도 꽤 됐고 규모나 파워를 고려했을 때 러시아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나라지만 이상하게 음식문화는 국내에 많이 소개돼 있지 않다. 대중적으로 러시아 식음료하면 보드카 정도를 떠올릴지 몰라도 그 외엔 딱히 꼽을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대중화된 러시아 식당도 여지껏 없을테고. 책을 읽으면서 식욕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문학작품을 읽을 때 음식에 대한 설명이나.. 2018. 6. 7. 주류의 맛으로 승화한 사찰 음식 사찰음식 전문가로 잘 알려진 선재 스님이 최근 신임 한식진흥원 이사장에 취임했다. 전임 이사장의 국정농단세력 연루의혹이 제기됐던 데다 기관의 갑질 및 채용비리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독배’가 될 수 있는 직무를 수락한 데는 스님 나름의 고민과 판단이 있었다. 한식을 수출상품이 아닌 생활과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평소 스님은 “건강한 먹거리를 사랑하고 음식을 소중히 다루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삶의 바탕이자 문화가 되어야 한다”면서 “한식을 진흥하는 것은 전시성 행사를 통한 수출 증진이 아니라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스님이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사찰음식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 오랫동안 특정 종교의 수.. 2018. 4. 30.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