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과 탐식201 밥 한끼, 연대의 시작 10월22일 홍대 옆 커피 스미스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난민 여성들이 자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준비해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맛보는 행사였다. 유엔난민기구가 주관했다. 이 행사는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유엔난민기구는 페이스북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참석하고 싶은 사연을 접수했고 그것을 심사해 참가자를 선발했다. 나름 기준이 있었을텐데 이해와 소통에 대한 열정을 보지 않았나 싶다. 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는 행사였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도 있고 또 각종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음식 문화를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취재를 요청했고 참가할 수 있었다. 왜 난민과 음식인가.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는 뚜.. 2018. 10. 30. 푸드립 19 일상의 끼니 시시각각 쏟아지는 뉴스를 때론 건조하게, 때론 격한 감정에 휘말려 보게 된다. 며칠전 언뜻 본 뉴스는 가슴을 콕콕 찔러대면서 계속 생각나고 시큰거리는 내용이다. 빈 식당에 들어가 계속 뭔가를 훔쳐 먹고 나오다 경찰에 잡힌 도둑 이야기. 고깃집에 가서는 불판을 꺼내 고기를 구워먹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냉장고에 있는 요구르트를 먹고 나오는 식이었다. 먹고 나서는 설거지까지 말끔하게 마치고 나왔다고 한다. 훔치는 것 보다는 먹는 것에 집중하는 도둑인 셈인데, 잡고 보니 스물세살의 청년이다. 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란 이 청년은 갈 곳도, 가진 것도 없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힘들게 살다가 주린 배를 해결하기 위해 끼니 때마다 빈 식당에 들어가 해결하고 나온 것이었다. 소소한 ‘범죄’가 모여 전과 10범이 .. 2018. 9. 3. 푸드립 18 돼지고기 예멘 난민 문제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내 안에 오래 쌓인 편견과 무지, 그리고 반성과 각성. 불현듯 손홍규 작가의 이 생각났다. 평소엔 식탐 때문에 떠오르는 책의 이야기를 썼다면 이번엔 좀 다르다. 물론 그래도 정육점이니 고기는 있다. 이 소설은 호흡이 빠른 서사를 갖고 있지는 않다. 등장인물들의 별 볼일 없는 일상, 부유하는 듯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만 강렬하고 울컥한 인상을 남긴다. 제목부터 강렬하지 않나. 이슬람 정육점이라니. 책의 배경은 대략 80년대 초반쯤. 십대초반인 주인공 소년은 특이한 가족들과 산다. 아버지는 터키인 하산. 무슬림이면서 정육점을 운영해 돼지고기를 판다. 팔기만 할 뿐 먹지는 않는다. 삼촌처럼 여기는 .. 2018. 7. 17. 푸드립 17 탕수육 “저녁 뭐 먹었어?” “짬뽕.” “근데 9900원이나 나와?” “짬뽕 탕수육 세트 시켰어.” “왜 탕수육은 맨날 시켜. 재벌집 딸도 아니고.” 잔소리끝에 오버했다. 탕수육 좀 먹은 것 가지고 재벌집 타령씩이나. 6000~7000원 선에서 저녁 먹으라고 일주일치 저녁값을 맞춰 줬는데 돈 없다고 더 달라는 딸아이에게 이런 잔소리를 종종 했었다.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도 아니다. 돈까스며 피자 따위가 국내에 전파되던 시절을 청소년기로 보냈던지라 다양한 음식문화도 접할 수 있었다. 도시락 반찬으로 햄이며 소시지, 장조림, 계란말이도 제법 흔했다. 마의 장벽처럼 여겨지던 바나나 역시 대학 1학년 때 수입 자율화가 되면서 내 용돈을 아껴서도 맘 편히 사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런 시절을 지냈는데도 여전히 탕수육은 심정.. 2018. 6. 25. 북미정상 오찬 식탁에 양저우식 볶음밥이 오른 까닭은 뭘까 6월12일 역사적 북미정상회담. 그 감동 사이로 스멀스멀 기어나온 호기심은 으레 그렇듯 음식이었다. 두 정상의 식탁에 오른 메뉴. 의미와 상징이 집약되는 외교무대의 식탁, 그것도 정상회담의 식탁에 차려지는 음식이니 말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조화를 고려한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 눈에 띄는게 있었다. ‘Yangzhou Fried Rice’ 즉, 양저우식 볶음밥(차오판)이다. 과문한 탓에 저건 무슨 볶음밥인가 싶었다. 위키에 양저우 프라이드 라이스를 쳐보니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볶음밥이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중국집에 가면 볼 수 있는 그 볶음밥 말이다. 한국판 위키에는 양주 볶음밥으로 나온다. 그럼 왜 양저우 볶음밥일까. 양저우는 중국 강소성, 즉 장쑤성의 도시다. 이곳은 옛날부터 볶음밥.. 2018. 6. 13. 푸드립 16 크바스 서울에선 웬만한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일본, 이탈리아, 중국식이야 거의 한식 수준으로 흔한 편이고 프랑스식도 꽤 많다. 인도, 스페인, 그리스, 멕시코, 터키, 그리스 식당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아랍권과 최근에는 남미권 음식을 요리하는 곳들도 제법 있다. 그런데 국교를 맺은지도 꽤 됐고 규모나 파워를 고려했을 때 러시아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나라지만 이상하게 음식문화는 국내에 많이 소개돼 있지 않다. 대중적으로 러시아 식음료하면 보드카 정도를 떠올릴지 몰라도 그 외엔 딱히 꼽을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대중화된 러시아 식당도 여지껏 없을테고. 책을 읽으면서 식욕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문학작품을 읽을 때 음식에 대한 설명이나.. 2018. 6. 7.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