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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과 탐식197

북미정상 오찬 식탁에 양저우식 볶음밥이 오른 까닭은 뭘까 6월12일 역사적 북미정상회담. 그 감동 사이로 스멀스멀 기어나온 호기심은 으레 그렇듯 음식이었다. 두 정상의 식탁에 오른 메뉴. 의미와 상징이 집약되는 외교무대의 식탁, 그것도 정상회담의 식탁에 차려지는 음식이니 말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조화를 고려한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 눈에 띄는게 있었다. ‘Yangzhou Fried Rice’ 즉, 양저우식 볶음밥(차오판)이다. 과문한 탓에 저건 무슨 볶음밥인가 싶었다. 위키에 양저우 프라이드 라이스를 쳐보니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볶음밥이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중국집에 가면 볼 수 있는 그 볶음밥 말이다. 한국판 위키에는 양주 볶음밥으로 나온다. 그럼 왜 양저우 볶음밥일까. 양저우는 중국 강소성, 즉 장쑤성의 도시다. 이곳은 옛날부터 볶음밥.. 2018. 6. 13.
푸드립 16 크바스 서울에선 웬만한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일본, 이탈리아, 중국식이야 거의 한식 수준으로 흔한 편이고 프랑스식도 꽤 많다. 인도, 스페인, 그리스, 멕시코, 터키, 그리스 식당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아랍권과 최근에는 남미권 음식을 요리하는 곳들도 제법 있다. 그런데 국교를 맺은지도 꽤 됐고 규모나 파워를 고려했을 때 러시아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나라지만 이상하게 음식문화는 국내에 많이 소개돼 있지 않다. 대중적으로 러시아 식음료하면 보드카 정도를 떠올릴지 몰라도 그 외엔 딱히 꼽을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대중화된 러시아 식당도 여지껏 없을테고. 책을 읽으면서 식욕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문학작품을 읽을 때 음식에 대한 설명이나.. 2018. 6. 7.
주류의 맛으로 승화한 사찰 음식 사찰음식 전문가로 잘 알려진 선재 스님이 최근 신임 한식진흥원 이사장에 취임했다. 전임 이사장의 국정농단세력 연루의혹이 제기됐던 데다 기관의 갑질 및 채용비리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독배’가 될 수 있는 직무를 수락한 데는 스님 나름의 고민과 판단이 있었다. 한식을 수출상품이 아닌 생활과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평소 스님은 “건강한 먹거리를 사랑하고 음식을 소중히 다루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삶의 바탕이자 문화가 되어야 한다”면서 “한식을 진흥하는 것은 전시성 행사를 통한 수출 증진이 아니라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스님이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사찰음식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 오랫동안 특정 종교의 수.. 2018. 4. 30.
최초 기록 써온 일식 셰프 김선미 셰프가 선망의 직업으로 떠올랐지만 여성 셰프는 여전히 드문 존재다. 그 중에서도 일식은 거의 ‘금녀’의 분야로 인식돼 왔다. 초밥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나 일류호텔 일식당에서 초밥을 만드는 여성 요리사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본다면 대다수가 고개를 갸우뚱할 가능성이 높다. 초밥 종주국인 일본에서 초밥집을 방문해본 이들도 마찬가지다. 무라카미 시게오의 만화 는 초밥 장인이 되는 꿈을 꾸는 여성 ‘사치’의 이야기다. 만화 도입부에서 초밥 장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치에게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며 말한다. “여자한테 초밥은 맞지 않는다니까!” 여성에게 초밥 만들기가 금기시됐던 이유로 꼽혀온 것은 체온이다. 배란 때문에 여성의 체온이 높아 손이 더 따뜻하기 때문에 신선한 생선을 만져서는 안된다는 것. 그런 믿음이.. 2018. 4. 3.
커피용어와 이탈리아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를 만난 곳은 서울 송파구 그의 집 근처의 한 카페에서다. 들어가서 그가 시킨 것은 이탈리아인답게 ‘에스프레소’. 난 습관처럼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는 웃으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에 물 타서 안 먹는다”면서 웃었다. 2년전 시칠리아에 갔을 때 만나는 사람들은 죄다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난 에스프레소를 못 먹으니 어쩔 수 없이 ‘룽고’를 시켰다. 룽고는 에스프레소보다는 긴 시간동안 추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보다는 연하고 아메리카노보다는 진한 맛이다. 사실 아메리카노가 별건가. 그저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 넣어 희석시킨 것일 뿐. 아메리카노라고 하는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커피 맛도 모르는 미국인들이 저런 식으로 물타서 먹는다는, 약간의 비하가 담긴 이름이기도 하다. 아.. 2018. 3. 12.
우리 과일로 만든 한국와인들 시쳇말로 ‘있어빌러티’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식탁에 오르는 음료는 와인이다. 하지만 왠지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마시면 그 뿐인, 그저 포도로 만든 술인데 왜 그리 격식 갖고 따지는 것은 많은지, 이런 저런 의미는 부여하는지 모르겠다. 음식과 함께 곁들일 때도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다 보면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 좀 편하면서도 색다른 멋이 나는, 동시에 우리 음식과 맛있게 어울리는 술 없을까. 그럴 때 한국와인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우리 땅에서 나는 과실로 만든 와인이라 수입산 와인과는 풍미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와인은 통칭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당도가 높고 껍질이 두꺼운 품종의 포도가 많이 나는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와인을 담가왔다... 2018.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