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과 탐식197 푸드립 7 마카롱 얼마전 한 모임 자리에 크레이프 케이크를 몇조각 사갔다. 맛나게 먹었던 기억을 그날 모인 사람들과도 나누겠다는 생각으로 사갔던 것인데 다들 맛있다고 난리였다. 나름 뿌듯해 하고 있는데 늦게 도착한 일행이 케이크 포장 박스를 보고는 한마디 던졌다. “오~ㄹ. 이런 것도 먹을 줄 안단 말이지?” 아니, 케이크면 그냥 케이크고 포크 들고 먹으면 그만인거지, 그 케이크 먹는데는 자격이라도 필요하단 말이냐!!! “이런 것 먹는데도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거냐”고 살짝 ‘발끈’ 했다. 물론 그 친구가 악의를 갖고 한 말도 아니었고, 되받아친 말도 그저 농담따먹기 분위기로 흘러갔다. 하긴 몇년전 뉴욕에서 이 크레이프 케이크가 엄청 유행하고 국내에도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긴 하다. 실제로 왕후가 .. 2017. 3. 8. 푸드립 6 흰빵과 검은 빵 식탐이야 흔히들 갖고 있는 것이지만 나의 경우는 단순한 식탐을 넘어서, 뭔가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한번 꽂힌 음식은 반드시 먹어야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간에 묘사된 음식 중 유독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반드시 그걸 먹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더 어릴 때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내게 남아 있는 최초의 기억은 흰 빵이었다. 아마도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당시 금성출판사에서 나왔던 이라는 명작동화전집에 있던 안데르센 동화의 한 챕터 성냥팔이 소녀. 잠시 빵 이야기 전에 이 책을 이야기해야겠다. 집집마다 흑백텔레비전만 있던 시절, 이 책은 화려한 제목처럼 화려한 일러스트로 어린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었다. .. 2017. 3. 8. 푸드립 5 홍합 씬 스틸러, 명품 조연이란 이름으로 설명되던 배우 유해진이 최근 몇달새 충무로 흥행의 주역으로 섰다. 지난해 와 올해 는 모두 그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7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 두 작품에서 인간미 넘치는 특유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는데 이 이미지는 그가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 (tvN)의 ‘참바다’씨의 인간적 매력과 많은 부분이 겹쳐져 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 ‘차줌마’ 차승원과 함께 나왔다. 개인적으로 여러 시즌 중 유해진과 차승원이 전라남도의 외딴 섬 만재도에서 꾸몄던 시즌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특히 어른 손보다 컸던 자연산 홍합으로 만들던 홍합미역국, 홍합짬뽕을 보며 얼마나 군침을 흘렸던가. 지난해 를 볼 때만 해도 잘 몰랐는데 얼마전 를 보면서 나는 의 ‘참바다.. 2017. 3. 8. 푸드립 4 간장게장 사나흘 짧은 기간 피하지방이 무한정 팽창하는 당혹감을 남기는 명절 뒤끝엔 맹렬한 다이어트 의지가 달아오른다. ‘일상식’으로의 복귀까지 불편한 찌뿌둥하고 무거운 뒷맛도 며칠간 이어지게 마련이다. 알면서도 늘상 반복됐던 이같은 명절 뒤 증후군이 올해는 용케 없었다. 깔끔한 마무리를 하고 싶다며 고민하던 친정 엄마의 센스만점 메뉴 선택 덕분이었다. 명절 공식행사의 마지막인 친정 식구들과의 저녁자리. 메뉴는 간장게장이었다. 지금까지 명절의 마지막 밥자리는 집집마다 넉넉히 준비하고 남은 음식들, 시댁과 친지들에게서 얻어온 음식들을 늘어놓고, ‘때려먹는’ 식이었지만 이번의 간장게장은 며칠간 쌓인 느끼함을 깨끗이 잡으며 산뜻한 마무리를 가능하게 해줬다. 달큰하고 진한 간장에 삭힌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라는 말처럼 입.. 2017. 3. 8. 푸드립 3 바게트 중견 소설가 구효서씨가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열흘 전쯤인가,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른 것은 바게트였다. 어슷하게 썬 바게뜨의 보들보들한 면에 마요네즈나 겨자를 발라 이것저것 얹어 먹는 바게트 샌드위치도 좋고 그저 토스트에 구워 버터를 발라 먹는 것도 맛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겠으나 구효서씨는 세상의 빵은 슈크림빵, 소보루빵, 단팥빵, 그도 아니면 고로케가 전부인 줄 알던 ‘촌닭’에게 바게트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 준 존재다. 그의 소설 덕분이었으니 1998년이었다. 당시에도 제과점에서 바게트를 팔았지만 난 바게트를 보면서 그것이 먹을거리라는 인지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부시맨에게 떨어진 콜라병 수준이었다고나 할까. 우선 소설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2017. 3. 8. 푸드립 2 카스테라 판매를 시작하는 오후 2시까지는 아직 20분이 남아 있었다. 갈등이 시작됐다. 대로변에서 그냥 기다릴지, 아님 잠시 추위를 피해 있다 시간이 다 되어 줄을 설지. 종로의 한 카스테라 전문점 앞. 평소 지나다니면 어마무시한 줄 때문에 사 볼 엄두를 내지도 못했는데 그날은 호된 추위 탓인지 사람이 없었다. ‘설마 이 추위에…’ 하는 마음으로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 서성이다 57분에야 매장 앞으로 갔다. 웬걸. 그새 줄이 10m는 넘게 늘어선 듯 하다. 대만에서 왔다는 대왕카스테라 전문점이 언제부턴가 곳곳에 눈에 띄는가 싶더니 어느 매장 할 것 없이 늘상 줄이 길었다. 도대체 무슨 맛일지, 일본 나가사키 카스테라와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하지만 매번 지나칠 때마다 사람들이 많아 포기했다. 이날은 버텨야겠다 .. 2017. 3. 8.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