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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과 탐식205

푸드립 14 파스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기를 40만부까지 찍었다니 모처럼 서점가에 대단한 열풍이 불고 있다. 나 역시 책을 받아들고 이틀만에 해치웠다. 밀린 숙제 하듯 한 것은 아니다. 일단 이야기는 재미있으니까 놓지 않고 읽게 되나 갈수록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가능한,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렇게 흘러가는 서사. 오히려 전반부의 당김음같은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 뼈대는 그렇다는거고 피와 살을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는 말 그대로 ‘넘나 하루키스러움’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문학적 측면에서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넘쳐나는 다양한 먹거리와 요리. 먹방수준의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먹거리 중에서도 하루키 아이덴티티의 정수라고 할만한 것은 파스타 아닐까 싶다. 좀 더 엄밀히 말한다면 스.. 2017. 7. 21.
푸드립 13 칼바도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높다보니 그의 커피까지도 덩달아 화제가 된다. 대통령의 단골집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물론이고 문재인 블렌딩까지 인기다. 어떤 바리스타가 SNS에 올리면서 돌게된 글을 보면 문대통령의 블렌딩 기법은 커피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야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지인이 그 방식대로 커피를 블렌딩 했다며 나에게 좀 나눠줬는데 커피나 와인의 맛 쪽에는 문외한에 가까운지라 어떤 부분이 어떻게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 물론 맛은 좋았다. 그저 내가 커피를 아는 수준이라면 맛있다, 맛없다 정도다. 살짝 신 맛이 나면서 신선한 느낌이 나는 커피, 엄청 진한데 뒷맛이 쓰지 않는 커피, 그윽하고 구수한 커피 정도로 커피 맛을 표현하는게 고작이다. 문재인 블렌딩은 진한데 뒷맛이 쓰지 않는 커피 쪽에 가.. 2017. 6. 8.
맥주를 마시는 법 이라는 책이 나왔다. 인도계 미국 언론인이자 연구자로 일하는 심란 세티가 썼다. 빵과 와인, 초콜릿, 커피, 맥주의 맛과 풍미를 알아보고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세계각지를 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과의 대화와 공부를 쓴 기록이다. 지난해 스미소니언이 선정한 미국 음식분야 최고의 책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음식의 역사와 진정한 맛, 즐기는 법, 그리고 풍미를 잃어가는 위기의 원인 등을 두루두루 살피고 있으니 재미있고 쉽게 읽을만하다. 이 책에서 충격받은 부분이 있다. 뭐 대단한건 아닌데 내가 알던 상식과 완전히 다른 부분들을 발견해서다. 맥주관련 장에서 맥주를 제대로 맛보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다들 참고해 보시길. 1. 유리잔을 얼리면 좋다는 케케묵은 생각은 오히려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물이.. 2017. 6. 6.
푸드립 12 허삼관 매혈기 중국 소설가 위화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 문단에서도 이름이 높은 그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작가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아마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소설 말이다. 피를 뽑아 파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가장 허삼관과 그의 가족, 주변 인들의 이야기. 비루하고 보잘것 없는 인물의 삶을 통해 굵직한 근현대사를 엮어내는 그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애틋한 시선, 극한 상황에서 놓치지 않는 유머와 해학이 있다. 십수년전 읽은 허삼관 매혈기를 떠올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 따라오는 몇가지 음식의 이미지가 있다. 홍소육과 돼지간 볶음, 그리고 옥수수죽이다. 극도의 허기가 주는 고통과 극강의 식욕을 자극하는 진미가 교차하는 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아릿한 연민과 주체못할 식탐이 뒤섞이.. 2017. 5. 24.
푸드립 11 트러플 <장미의 이름>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돼지발정제와 같은 자극적인 소재가 논란의 주역이 됐던 적은 없다. 색즉시공 같은 섹스코미디 영화나 개그 프로그램 등에 간간이 등장해 멋쩍은 웃음을 줬던 이 소재가 선거판을 달구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세계 3대 진미라는 것이 있다. 다들 알다시피 송로버섯이라 불리는 트러플, 캐비어, 푸아그라다. 돼지발정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웬 세계 3대 진미인가 싶겠지만 관련이 있다. 이 3대 진미중에서도 가장 진미라는, 매혹적인 향을 가지고 있는 트러플. 이 트러플에 포함된 성분의 하나가 일종의 돼지발정제다. 수퇘지의 성호르몬과 비슷한 물질이 포함돼 있어 예로부터 트러플을 찾는데는 암퇘지가 이용됐다. 숲속에서 맹렬하게 코를 킁킁거리며 땅을 파헤치는 암퇘지가 찾아내는 것은 바로 트러플이다. .. 2017. 5. 7.
푸드립 10 소시지 얼마전 가야금연주자 정민아씨의 공연에 갔다. 19금 공연이라고 이름붙은 이 공연의 제목은 ‘음담’. 음담패설(淫談悖說)할 때의 음이 아니라 음악(音樂) 할 때의 그 음자를 사용했다. 이름이야 뭐가 됐든 음담패설에 가까운 콘텐츠가 난무했던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불렀던 제일 마지막 노래는 정희라씨의 ‘소세지타령’. 혹시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수년전 슈퍼스타K에 이분이 출연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그가 무대에서 불렀던 노래가 ‘소세지타령’. 느낌이 오지 않나. 가사는 그 느낌 그대로다. 혹 19세 미만이시면 건너뛰어 주시길. ‘선텐도 안한 것이 거무스름하고 /버섯도 아닌 것이 갓을 쓰고 / 번데기도 아닌 것이 우유도 나오고 /만지다 안만지면 죽었다 살았다 /요것이 소세지 타령이야’‘에로가수’로도 불리는.. 2017.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