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과 탐식197 맥주를 마시는 법 이라는 책이 나왔다. 인도계 미국 언론인이자 연구자로 일하는 심란 세티가 썼다. 빵과 와인, 초콜릿, 커피, 맥주의 맛과 풍미를 알아보고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세계각지를 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과의 대화와 공부를 쓴 기록이다. 지난해 스미소니언이 선정한 미국 음식분야 최고의 책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음식의 역사와 진정한 맛, 즐기는 법, 그리고 풍미를 잃어가는 위기의 원인 등을 두루두루 살피고 있으니 재미있고 쉽게 읽을만하다. 이 책에서 충격받은 부분이 있다. 뭐 대단한건 아닌데 내가 알던 상식과 완전히 다른 부분들을 발견해서다. 맥주관련 장에서 맥주를 제대로 맛보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다들 참고해 보시길. 1. 유리잔을 얼리면 좋다는 케케묵은 생각은 오히려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물이.. 2017. 6. 6. 푸드립 12 허삼관 매혈기 중국 소설가 위화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 문단에서도 이름이 높은 그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작가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아마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소설 말이다. 피를 뽑아 파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가장 허삼관과 그의 가족, 주변 인들의 이야기. 비루하고 보잘것 없는 인물의 삶을 통해 굵직한 근현대사를 엮어내는 그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애틋한 시선, 극한 상황에서 놓치지 않는 유머와 해학이 있다. 십수년전 읽은 허삼관 매혈기를 떠올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 따라오는 몇가지 음식의 이미지가 있다. 홍소육과 돼지간 볶음, 그리고 옥수수죽이다. 극도의 허기가 주는 고통과 극강의 식욕을 자극하는 진미가 교차하는 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아릿한 연민과 주체못할 식탐이 뒤섞이.. 2017. 5. 24. 푸드립 11 트러플 <장미의 이름>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돼지발정제와 같은 자극적인 소재가 논란의 주역이 됐던 적은 없다. 색즉시공 같은 섹스코미디 영화나 개그 프로그램 등에 간간이 등장해 멋쩍은 웃음을 줬던 이 소재가 선거판을 달구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세계 3대 진미라는 것이 있다. 다들 알다시피 송로버섯이라 불리는 트러플, 캐비어, 푸아그라다. 돼지발정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웬 세계 3대 진미인가 싶겠지만 관련이 있다. 이 3대 진미중에서도 가장 진미라는, 매혹적인 향을 가지고 있는 트러플. 이 트러플에 포함된 성분의 하나가 일종의 돼지발정제다. 수퇘지의 성호르몬과 비슷한 물질이 포함돼 있어 예로부터 트러플을 찾는데는 암퇘지가 이용됐다. 숲속에서 맹렬하게 코를 킁킁거리며 땅을 파헤치는 암퇘지가 찾아내는 것은 바로 트러플이다. .. 2017. 5. 7. 푸드립 10 소시지 얼마전 가야금연주자 정민아씨의 공연에 갔다. 19금 공연이라고 이름붙은 이 공연의 제목은 ‘음담’. 음담패설(淫談悖說)할 때의 음이 아니라 음악(音樂) 할 때의 그 음자를 사용했다. 이름이야 뭐가 됐든 음담패설에 가까운 콘텐츠가 난무했던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불렀던 제일 마지막 노래는 정희라씨의 ‘소세지타령’. 혹시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수년전 슈퍼스타K에 이분이 출연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그가 무대에서 불렀던 노래가 ‘소세지타령’. 느낌이 오지 않나. 가사는 그 느낌 그대로다. 혹 19세 미만이시면 건너뛰어 주시길. ‘선텐도 안한 것이 거무스름하고 /버섯도 아닌 것이 갓을 쓰고 / 번데기도 아닌 것이 우유도 나오고 /만지다 안만지면 죽었다 살았다 /요것이 소세지 타령이야’‘에로가수’로도 불리는.. 2017. 4. 24. 푸드립 9 스키야키 지면에 연재를 하면서 이런저런 자료와 책을 찾아보게 된다. 최근에 취재하다 발견한 자료에서 ‘승기악이’라는 이름을 만났다. 이게 뭘까.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이덕무가 남겼던 문헌에 이 단어가 나온다. 외국 음식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승기악이’, ‘가수저라’라는 음식을 언급하고 있다. 외래어를 당시의 말로 표현한, 가차자로 표기한 음식이다. 짐작하겠지만 승기악이는 스키야키, 가수저라는 카스테라다. 그가 “술과 음식을 가지고 서로 즐기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고 한 것을 보면 당시 실학자들은 요즘과 같은 식의 푸디였을 것 같다. 적어도 조선 정조 때는 스키야키가 국내에 들어와 있었다는 것인데 일본 음식 스키야키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조선통신사를 통해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스키야키는 누구나 알다.. 2017. 4. 10. 푸드립 8 멍게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딸아이가 사춘기의 절정을 달리던 시절. 철딱서니 없던(물론 지금도 없다) 엄마인 나는 아이를 품어주기 보다는 사사건건 대립을 하며 감정적 줄다리기를 하기 일쑤였다. 일관성도 없고 감정기복도 심해 아이와 말다툼을 하다 오히려 아이가 지쳐 나가 떨어질 때도 있었다. 그렇게 싸한 분위기가 서로간을 채우다가 어이없게 몇마디 오가다보면 이내 언제 싸웠느냐는 듯 히히덕거리기도 한다. 때문에 딱 4살짜리 유치원생 노는 수준이라고 친정엄마에게 핀잔을 듣는 때가 많다. 아무튼 그렇게 한바탕 줄다리기를 한 뒤 딸아이와 나는 으레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를 해먹는다. 아이가 만들어 주는 스파게티를 먹으며 우리 모녀 애정의 깊고 진함을 확인하며 애틋함에 젖어드는 것이다. 투정부리듯 내가 만들어 달랠 때도 있.. 2017. 3. 22.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