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식과 탐식

밥 한끼, 연대의 시작

by 신사임당 2018. 10. 30.




10월22일 홍대 옆 커피 스미스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난민 여성들이 자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준비해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맛보는 행사였다. 유엔난민기구가 주관했다. 



이 행사는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유엔난민기구는 페이스북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참석하고 싶은 사연을 접수했고 그것을 심사해 참가자를 선발했다. 나름 기준이 있었을텐데 이해와 소통에 대한 열정을 보지 않았나 싶다. 



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는 행사였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도 있고 또 각종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음식 문화를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취재를 요청했고 참가할 수 있었다. 



왜 난민과 음식인가.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는 뚜렷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가짜뉴스도 많이 돌고 그래서 오해와 편견이 자꾸 쌓여간다.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까. 가짜뉴스를 근절하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단 낯설지 않고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알아가고 익숙해지는데 밥만한게 있을까. 연애, 비즈니스, 우정, 소통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맺고 살아가는 인간관계의 모든 시작과 윤활유는 ‘밥’이다. 같이 밥먹는다는 것, 그것이 모든 관계의 시작이고 새로운 단계로의 발전이다. 함께 뭔가를 먹는다는 것. 그게 굉장히 쉽지만 또 아무하고나 먹지는 않으니 말이다. 밥을 먹는 것은 사람과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의 행위이고 그 사람 자체다. 오죽하면 지리멸렬한 감정으로 헤어지는 연인들이나 지긋지긋해 하는 부부들 사이에 흔히 나오는 불만이 “밥 먹는 것도 보기 싫다”는 것일까. 



그런 점에서 이 행사도 우리에겐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그네들의 음식을 나누며 서로 알아가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그들 역시 머나먼 타향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음식이다. 말이 안 통해도, 서로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이 음식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 음식을 만들어 팔 수 있으면 그들에게 자립 수단도 된다. 실제로 베를린에는 시리아 등지에서 온 난민들이 차린 맛집들이 상당히 많고 관광객 사이에도 입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서울은 외형적으로 코스모폴리탄 도시로 꼽을 수 있지만 우리 속에 있는 상당한 편견을 드러내는 도시이기도 하다. 중동지역의 문화와 음식을 접하기 힘들다는 것은 그런 사례가 아닐까 싶다. 중국, 이탈리아, 일본 요리는 한국요리보다 사실 더 익숙할 만큼 우리가 일상으로 접하고 산다. 태국, 인도요리도 많고 베트남에서 유래한 쌀국수도 한집 건너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프랑스 요리도 익숙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요리만큼 자주 먹거나 접해서가 아니라 그냥 고급 음식의 상징으로서 익숙하다는 거다. 알고 보면 주변에 프랑스 요리 전문점 찾기가 힘든데, 게다가 프랑스 요리 제대로 먹어본 사람도 알고 보면 많지 않은데, 심지어 프랑스의 대표적 요리이름 하나도 언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희한하게 프랑스 요리는 익숙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워너비다. 그런데 세계 3대, 혹은 세계 4대 요리로 꼽히는 터키음식점은 이태원 정도에나 가야 있다. 레바논, 모로코도 음식으로는 상당한 명성을 갖고 있는 곳인데 이곳의 음식 역시 국내에선 낯설다. 



아무튼 이분들이 음식을 통해 자립하면서 더 다양한 문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고, 국내에 더 많은 중동 음식점들이 생겼으면 한다. 만수르의 부인이 즐겨먹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병아리콩 수입도 급증했다는데 중동 음식이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5명의 여성 난민 셰프는 각기 콩고민주공화국, 케냐, 수단, 이라크, 코트디부아르에서 왔다. 저마다의 사연과 상황들이 다르지만 낯선 땅에서 생활의 기반을 새로 만들어가야 하는 막막한 상황, 외롭고 고통스러운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그럼 이날 차려진, 그리고 맛보았던 음식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기에 전혀 낯설지 않고 익숙했을 뿐 아니라 맛도 좋았다. 이런 음식점이 생긴다면 꽤 가지 않을까 싶다. 



콩고민주공화국   카문델레= 카문델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항상 잔칫상에 오르는 음식이다. 길거리에서도 많이 팔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쇠고기 앞다릿살과 파프리카를 담백한 콩고식 소스에 양념한 뒤 그릴에 구웠다.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도록 구운 파프리카와 육즙 가득한 고기가 잘 어울린다. 


카문델레 /유엔난민기구 제공



수단  팔라펠= 팔라펠은 수단 뿐 아니라 중동, 북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다. 병아리콩 삶아 으깨고 여기에 잘게 썬 채소를 섞어 둥글게 빚어 튀긴 음식이다. 미트볼과 고로케의 중간 맛이 난다. 빵이나 샌드위치 사이에 패티로도 넣어 먹기도 하고 그냥 소스에 찍어먹기도 한다. 

 바바가노쉬 소스=이 것 역시 중동, 터키 등지에서 흔히 먹는다. 가지를 익혀서 으깬 뒤 요거트를 섞어 페이스트로 만든 것이다. 


바바가노쉬와 팔라펠, 빵




이라크 삼부삭=삼부삭 역시 중동지역에서 많이 먹는다. 채소와 향신료를 볶아 얇은 피 안에 넣어 튀겼다. 중국음식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춘권과 비슷하다. 

 파투쉬 샐러드=이라크식 샐러드다. 올리브와 신선한 야채, 모차렐라 치즈 따위를 올리브오일에 살짝 버무린 뒤 그 위에 바싹하게 튀긴 얇은 페타빵을 부스러뜨려 올렸다. 





케냐  수쿠마위키=수쿠마위키는 케일을 잘게 썰어 볶은 것이다. 우리식으로 치면 나물무침 정도 된다. 양념이 슴슴하기 때문에 빵이나 밥과 먹어도 큰 상관 없을 것 같다.

  짜파티는 둥글 납작하게 구운 빵이다. 역시 케냐 뿐 아니라 인도, 중동, 아프리카 일대에서 주식으로 많이 먹는다. 


수쿠마위키 /유엔난민기구 제공



코트디부아르 =치킨 스튜와 아블로 빵. 아블로 빵을 스튜에 찍어 먹는다. 이 빵은 우리식 증편과 식감이 비슷했다. 증편보다 좀 더 쫄깃함이 강했다. 



관련기사 클릭



'잡식과 탐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에서 맛있는 집을 찾는 법?  (0) 2018.12.20
세계 최고급 캐비어는 어디서 나는가  (0) 2018.11.11
푸드립 19 일상의 끼니  (0) 2018.09.03
푸드립 18 돼지고기  (0) 2018.07.17
푸드립 17 탕수육  (0) 201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