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06 4.3의 처참한 기억들 4.3이라는 비극을 이념으로 난도질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실상은 3만명에 이르는 무고한 양민 대다수가 군경토벌대에 의해 희생됐다는 사실엔 변화가 없다. 무장해서 산으로 올라간 ‘무장대’의 공격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원인 때문에 ‘정당한 진압’이라는 주장이 지난 권위주의 정권동안 힘을 얻어 왔는데 실상 가해 현황을 보면 군경 토벌대에 의한 희생이 전체의 84.3%였다. 희생자의 현황을 보면 여성이 20.9%, 10세 이하 어린이가 5.4%, 61세 이상 노인이 6.3%다. 5.4%라는 비율을 숫자로 보면 772명에 이른다. 특정한 공간, 특정한 시간 동안 어린이 772명을 죽였다는 것은 어떤 변명과 설명으로도 납득이 안된다. 10살도 안된 아이들이 불순한 뒷배경이었다는 이야기이니 말.. 2018. 3. 25. '4.3'은 무엇인가 얼마전 제주에 다녀왔다. 4.3을 앞두고 이에 대해 기억하고 기록해보고 싶어서였다. 올해가 4.3 70주년이라서 생각해 본 기획이었는데 내내 반성을 많이 했다. 과연 내가 4.3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었던건지, 왜 지금까지도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건지 하나하나가 마음을 찔렀다. 마치 내게 4.3은 그저 막연한 현대사의 사건, 임진왜란 정도의 거리감을 가졌던 것 같다. 아니, 임진왜란이라면 그래도 기승전결을 대략 알기라도 하지, 4.3에 대해선 어떤 이해의 시도조차 안했던 것 같다. 제주에 출장갔는데 여전히 관광객은 많았다. 길거리 곳곳엔 ‘4.3 70주년 추념식’을 알리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우연히 관광객으로 보이는 두 중년여성의 대화를 듣게 됐는데 그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는 이랬다. 4.. 2018. 3. 25.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소설 두편 얼마전 읽은 전쟁, 좀 더 구체적으로는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 두 권. 역사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켄 폴릿의 , 그리고 일본 소설가 후카미도리 노와키의 이다. 일단 잡으면 한번에 휙,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두 소설은 성격이나 스타일이 사뭇 다른데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연결돼 있다. 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독일 스파이와 영국 정보당국의 대결, 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유럽 전장에 발디딘 미군 병사들의 파란만장 전쟁기다. 은 ‘바늘’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신출귀몰 활약한 독일 스파이 헨리 페이버의 행적을 중심으로 그를 끈질기게 추격하는 정보요원, 그리고 먼 외딴섬에 사는 강인한 여성 루시. 세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전개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몇 챕터를 읽다 보면 구조와 전개방향이 .. 2018. 3. 18. 커피용어와 이탈리아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를 만난 곳은 서울 송파구 그의 집 근처의 한 카페에서다. 들어가서 그가 시킨 것은 이탈리아인답게 ‘에스프레소’. 난 습관처럼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는 웃으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에 물 타서 안 먹는다”면서 웃었다. 2년전 시칠리아에 갔을 때 만나는 사람들은 죄다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난 에스프레소를 못 먹으니 어쩔 수 없이 ‘룽고’를 시켰다. 룽고는 에스프레소보다는 긴 시간동안 추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보다는 연하고 아메리카노보다는 진한 맛이다. 사실 아메리카노가 별건가. 그저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 넣어 희석시킨 것일 뿐. 아메리카노라고 하는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커피 맛도 모르는 미국인들이 저런 식으로 물타서 먹는다는, 약간의 비하가 담긴 이름이기도 하다. 아.. 2018. 3. 12. 유튜브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주부 정지원씨(38)는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소위 ‘암표’를 구입했다. 지난 2월 24일 서울 송파구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렸던 ‘유튜브 팬페스트 키즈 페스티벌’ 입장권이었다. 인터넷 예매 실패 후 포기하려 했으나 초등학교 4학년, 1학년인 두 아이들 성화를 견딜 수 없었다. 그는 “평소 아이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방송 진행자들이 나와 춤추고 노래하는 행사라고 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막상 티켓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면서 “현장에 갔더니 아이돌 가수들 공연이나 스포츠 스타가 나오는 경기 이상으로 분위기가 뜨거워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유튜브코리아가 2월 24~25일 이틀간 마련한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에는 이틀간 8000명이 넘는 인파가 다녀갔다. 티켓 판매가 시작된 뒤 20분 만에 매진.. 2018. 3. 6. 우리는 썰매를 탄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오는 9일 같은 장소에서 동계패럴림픽이 막을 올린다. 상대적으로 올림픽에 비해 관심은 덜하지만 우리를 기다릴 감동적 드라마의 열기는 결코 덜하지 않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메달 획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 중 하나는 파라 아이스하키다. 파라 아이스하키는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이용하는 장애인 아이스하키로, 비장애인이 하는 아이스하키 못지 않게 격렬하고 속도감 있는 종목이다. 패럴림픽 개막식 이틀 전인 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파라 아이스하키 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4년 완성된 뒤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됐으나 4년 만인 지금에야 대중적으로 빛을 보게 됐다. 장애인 이야기, 다큐멘터리. 흥행요소가 없기 때문에 좀처럼 상.. 2018. 3. 6.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6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