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03 커피용어와 이탈리아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를 만난 곳은 서울 송파구 그의 집 근처의 한 카페에서다. 들어가서 그가 시킨 것은 이탈리아인답게 ‘에스프레소’. 난 습관처럼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는 웃으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에 물 타서 안 먹는다”면서 웃었다. 2년전 시칠리아에 갔을 때 만나는 사람들은 죄다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난 에스프레소를 못 먹으니 어쩔 수 없이 ‘룽고’를 시켰다. 룽고는 에스프레소보다는 긴 시간동안 추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보다는 연하고 아메리카노보다는 진한 맛이다. 사실 아메리카노가 별건가. 그저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 넣어 희석시킨 것일 뿐. 아메리카노라고 하는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커피 맛도 모르는 미국인들이 저런 식으로 물타서 먹는다는, 약간의 비하가 담긴 이름이기도 하다. 아.. 2018. 3. 12. 유튜브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주부 정지원씨(38)는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소위 ‘암표’를 구입했다. 지난 2월 24일 서울 송파구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렸던 ‘유튜브 팬페스트 키즈 페스티벌’ 입장권이었다. 인터넷 예매 실패 후 포기하려 했으나 초등학교 4학년, 1학년인 두 아이들 성화를 견딜 수 없었다. 그는 “평소 아이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방송 진행자들이 나와 춤추고 노래하는 행사라고 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막상 티켓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면서 “현장에 갔더니 아이돌 가수들 공연이나 스포츠 스타가 나오는 경기 이상으로 분위기가 뜨거워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유튜브코리아가 2월 24~25일 이틀간 마련한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에는 이틀간 8000명이 넘는 인파가 다녀갔다. 티켓 판매가 시작된 뒤 20분 만에 매진.. 2018. 3. 6. 우리는 썰매를 탄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오는 9일 같은 장소에서 동계패럴림픽이 막을 올린다. 상대적으로 올림픽에 비해 관심은 덜하지만 우리를 기다릴 감동적 드라마의 열기는 결코 덜하지 않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메달 획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 중 하나는 파라 아이스하키다. 파라 아이스하키는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이용하는 장애인 아이스하키로, 비장애인이 하는 아이스하키 못지 않게 격렬하고 속도감 있는 종목이다. 패럴림픽 개막식 이틀 전인 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파라 아이스하키 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4년 완성된 뒤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됐으나 4년 만인 지금에야 대중적으로 빛을 보게 됐다. 장애인 이야기, 다큐멘터리. 흥행요소가 없기 때문에 좀처럼 상.. 2018. 3. 6. 미투 운동 고발에 그쳐서는 안된다 법조계·문화계 등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성폭력 고발을 두고 ‘한국판 미투 운동’이라고 칭한다.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한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사실 이 운동은 2016년 국내 문단에서 먼저 시작됐다. 김현 시인이 ‘21세기 문학’을 통해 남성 문인들에 의해 벌어지는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한 것을 계기로 피해자들의 증언과 제보가 쏟아졌고, ‘문단 내 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고발 운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당시 이 운동에 연대했던 송승언 시인(32)은 문단의 반성을 촉구하며 자신이 시집을 냈던 ‘문학과 지성사’(문지)를 향해 날선 비판을 했다. 그는 가해자로 지목된 문인들 다수의 책이 문지를 통해 나온 것을 지적하며 “문학과 지성 시인선 400번.. 2018. 3. 6. 우리 과일로 만든 한국와인들 시쳇말로 ‘있어빌러티’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식탁에 오르는 음료는 와인이다. 하지만 왠지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마시면 그 뿐인, 그저 포도로 만든 술인데 왜 그리 격식 갖고 따지는 것은 많은지, 이런 저런 의미는 부여하는지 모르겠다. 음식과 함께 곁들일 때도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다 보면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 좀 편하면서도 색다른 멋이 나는, 동시에 우리 음식과 맛있게 어울리는 술 없을까. 그럴 때 한국와인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우리 땅에서 나는 과실로 만든 와인이라 수입산 와인과는 풍미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와인은 통칭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당도가 높고 껍질이 두꺼운 품종의 포도가 많이 나는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와인을 담가왔다... 2018. 3. 6. 평창올림픽과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보스니아 올림픽 개막식을 봤다면 대부분 저마다에겐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을거다. 김연아 선수의 최종 점화나 통가 기수, 인면조 등은 특히 많은 관심을 끌었다. 물론 이런 장면도 기억나지만 내게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생각나는 것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선수단의 입장 장면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는 1984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곳이다. 엄밀히 말하면 유고연방 해체 전이니 유고슬라비아의 도시 사라예보에서 열렸다. 흔히 동계올림픽은 선진국들만의 리그라고 한다. 부자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데 메달획득은 물론이고 참가하는 나라 역시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 하계올림픽에 비하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국가의 참여율이 월등히 떨어진다. 고가의 장비와 설비가 필요한 경기가 대부분이다보니 가난.. 2018.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