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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에서 개신교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4.3과 관련해 제주도민들에게 악몽과 같은 이름은 서청, 즉 서북청년회 혹은 서북청년단이다. 육지에서 경찰 보조로 제주에 내려와 도륙과 만행을 일삼았던 이들이다. 말 그대로 북한의 서북지역 출신들이 중심이 돼 결성됐다.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많은 이들이 이를 피해 월남했다. 공산정권에 의해 탄압받으면서 월남한 이들은 자연히 뼛속부터 공산당에 대한 적개심이 사무쳐 있었다. 당시 정권은 이들을 지배의 도구로 활용했고 이후 이 세력 자체가 힘을 키우고 성장하면서 한국의 주류 기득권이 됐다. 역사적 기록에 보면 서청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것이 4.3 진압이다. 47년 총파업 후 미군정에 의해 ‘빨갱이 섬’으로 낙인찍힌 제주도에 정권은 서청을 파견한다. 빨갱이 때려잡는 일이 존재의 이유였을 이들에게 ‘빨.. 2018. 3. 25.
4.3 진상규명, 그리고 사람들 4.3 진상규명 과정, 그리고 사람들 왜 이렇게 오래도록 묻혀 있었을까. 그것은 파란만장한 우리 현대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군사독재 권위주의 정권 기간 동안 이 사건은 지하에 꽁꽁 묻혔다. 그들의 치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자유당 정권이 몰락하면서 4.3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듬해 5.16 군사쿠데타로 모든 것이 중단됐다. 진상규명을 하려든 이들이 구속돼 옥고를 치렀고 유족들 역시 고초를 겪었다. 게다가 경찰은 모슬포 지역 예비검속 희생자 유족들이 세웠던 ‘백조일손 위령비’를 부숴 땅에 묻어 버렸다. 20년 가까이 군사정권이 집권하며 이에 대한 논의가 금기됐다. 1978년 소설가 현기영이 ‘순이삼촌’이라는 소설을 발표했지만 그 역시 이 소설을 썼다.. 2018. 3. 25.
4.3의 처참한 기억들 4.3이라는 비극을 이념으로 난도질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실상은 3만명에 이르는 무고한 양민 대다수가 군경토벌대에 의해 희생됐다는 사실엔 변화가 없다. 무장해서 산으로 올라간 ‘무장대’의 공격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원인 때문에 ‘정당한 진압’이라는 주장이 지난 권위주의 정권동안 힘을 얻어 왔는데 실상 가해 현황을 보면 군경 토벌대에 의한 희생이 전체의 84.3%였다. 희생자의 현황을 보면 여성이 20.9%, 10세 이하 어린이가 5.4%, 61세 이상 노인이 6.3%다. 5.4%라는 비율을 숫자로 보면 772명에 이른다. 특정한 공간, 특정한 시간 동안 어린이 772명을 죽였다는 것은 어떤 변명과 설명으로도 납득이 안된다. 10살도 안된 아이들이 불순한 뒷배경이었다는 이야기이니 말.. 2018. 3. 25.
'4.3'은 무엇인가 얼마전 제주에 다녀왔다. 4.3을 앞두고 이에 대해 기억하고 기록해보고 싶어서였다. 올해가 4.3 70주년이라서 생각해 본 기획이었는데 내내 반성을 많이 했다. 과연 내가 4.3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었던건지, 왜 지금까지도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건지 하나하나가 마음을 찔렀다. 마치 내게 4.3은 그저 막연한 현대사의 사건, 임진왜란 정도의 거리감을 가졌던 것 같다. 아니, 임진왜란이라면 그래도 기승전결을 대략 알기라도 하지, 4.3에 대해선 어떤 이해의 시도조차 안했던 것 같다. 제주에 출장갔는데 여전히 관광객은 많았다. 길거리 곳곳엔 ‘4.3 70주년 추념식’을 알리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우연히 관광객으로 보이는 두 중년여성의 대화를 듣게 됐는데 그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는 이랬다. 4.. 2018. 3. 25.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소설 두편 얼마전 읽은 전쟁, 좀 더 구체적으로는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 두 권. 역사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켄 폴릿의 , 그리고 일본 소설가 후카미도리 노와키의 이다. 일단 잡으면 한번에 휙,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두 소설은 성격이나 스타일이 사뭇 다른데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연결돼 있다. 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독일 스파이와 영국 정보당국의 대결, 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유럽 전장에 발디딘 미군 병사들의 파란만장 전쟁기다. 은 ‘바늘’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신출귀몰 활약한 독일 스파이 헨리 페이버의 행적을 중심으로 그를 끈질기게 추격하는 정보요원, 그리고 먼 외딴섬에 사는 강인한 여성 루시. 세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전개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몇 챕터를 읽다 보면 구조와 전개방향이 .. 2018. 3. 18.
커피용어와 이탈리아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를 만난 곳은 서울 송파구 그의 집 근처의 한 카페에서다. 들어가서 그가 시킨 것은 이탈리아인답게 ‘에스프레소’. 난 습관처럼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는 웃으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에 물 타서 안 먹는다”면서 웃었다. 2년전 시칠리아에 갔을 때 만나는 사람들은 죄다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난 에스프레소를 못 먹으니 어쩔 수 없이 ‘룽고’를 시켰다. 룽고는 에스프레소보다는 긴 시간동안 추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보다는 연하고 아메리카노보다는 진한 맛이다. 사실 아메리카노가 별건가. 그저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 넣어 희석시킨 것일 뿐. 아메리카노라고 하는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커피 맛도 모르는 미국인들이 저런 식으로 물타서 먹는다는, 약간의 비하가 담긴 이름이기도 하다. 아.. 2018.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