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94 교회안의 페미니즘 교회와 페미니즘은 좀 안 어울리는 주제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기독교와 페미니즘은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성경이라는 텍스트에는 여성이라는 성은 상당히 보잘것 없는 존재로 묘사된다. 구약은 말할 것도 없고 신약에서도 사도바울이 쓴 서신에 위계에서 여성을 하등한 존재로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랜시간 교회내에서 여성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존재였다. 어디 그 뿐이었나. 위계를 넘어서, 신의 뜻이라는 식의 호도를 일삼으며 성폭력까지도 만연했던 것이 현실의 모습이다.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이후 여성에 대한 깨달음과 자각은 교회내로도 확산되고 있다. 신앙이라고 믿어왔던, 관성에 젖어 따라왔던 명제들을 다시 보고 제대로 해석하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교회 언니들을.. 2017. 11. 5. 최대환 신부님과 함께 나눈 영화 '마더' 이야기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는 화제성에 비해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다. 물론 영화를 볼 때 예상은 됐다. 사람들이 썩 많이 들 영화는 아니겠구나. 심지어 개봉한 주말 저녁시간이었는데 나를 포함해 같은 관에 있던 사람은 단 7명 뿐이었다. 아래 소개하는 신부님도 개봉하는날 보셨다는데 신부님을 포함해 같은 관에 있던 사람이 3명이었다고 한다.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국내 개봉작 는 올해 부산영화제의 화제작이었다. 한 부부의 외딴 저택에 낯선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종교적 상징으로 가득한 영화라고는 하나 ‘상징’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직접적이고 직설적이다. 더구나 종교적 차원의 해석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는 상징과 감독의 의도에 대해 최.. 2017. 11. 5. 종교와 음식 33 다쿠앙 스님과 단무지 스님들의 식사를 발우공양이라 한다. 발우는 스님들의 밥그릇을 일컫는다. 음식도 단촐하지만 식사법 역시 간결하고 단순하다. 다 먹고 난 뒤 그릇에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어야 한다. 수십명 스님의 발우를 헹궈낸 물이 맑다는 것도 이같은 식사법 때문에 가능하다. 밥알이나 반찬, 국물이야 다 먹는다고 하지만 그릇에 묻은 양념은 어떻게 남김없이 비워낼까. 비빔밥이나 카레같은 메뉴라도 나온다면 숟가락으로 양념을 긁어먹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럴 때 사찰에서 요긴하게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단무지다. 단무지로 발우 안에 남은 양념을 깨끗이 닦아내 마저 먹는다면 고춧가루까지 남기지 않고 비울 수 있다. 예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법륜 스님이 출연자들과 함께 짜장면을 먹으면서 단무지로 그릇의 짜장 소스까지 닦아 .. 2017. 11. 5. 종교와 음식 32 버터와 종교개혁 종교개혁은 교회의 부패와 반발해 쇄신을 요구하며 일어났던 운동이다. 성직매매나 면벌부 판매와 같은 교회의 행위가 큰 반발을 샀는데, 당시 사람들의 분노를 부추겼던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버터’다. 15~16세기 유럽인들 사이에 버터는 큰 인기를 끌었다. 부드럽고 풍성한 버터맛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았는데 로마 가톨릭은 버터를 먹는 것을 제한했다. 음식사가인 엘레인 코스로바가 쓴 를 보면 가톨릭 교회는 사순절이나 금식일에 동물성 지방 섭취를 금지했다. 고기도 유제품도 달걀도 먹을 수 없었다. 고기와 유제품이 성욕을 부추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동안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야 상관없겠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었다. 사순절을 비롯해 금육일인 매주 금요일, 각종 성인축일 등을 포함해 따지고 보.. 2017. 10. 28. 진관사에서 밥을 먹다 서울 은평구 진관사는 사찰음식의 본가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 근사한 사찰음식을 먹을 기회를 최근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진관사는 주말마다 등산객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제공하는데 대중을 상대로 하다보니 산채비빔밥처럼 간단한 음식들이다. 이것도 맛있다. 지난 19일 퇴임을 앞둔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오찬이 이곳에서 있었다. 아무래도 자리가 자리인지라 꽤 많은 가짓수의 반찬을 골고루 맛볼 수 있었다. 진관사 하면 르네 레드제피나 오바마 대통령의 전속셰프 등 요리계의 셀러브리티들이 한국에 오면 반드시 찾는 곳으로 소문난 곳이다. 그래서 미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한다. 여기서 뭘 먹냐고? 무슨 메뉴가 있냐고? 그냥 밥과 반찬들이다. 늘 그 계절에 나오는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만들기.. 2017. 10. 26. 종교와 음식 31 불교음식 끝판왕 10월20일자 경향신문 기사임.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때문인지 해외의 유명 셰프들도 한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사찰음식을 맛본다. 소박함을 추구하는 사찰음식의 화려함이나 꾸밈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사찰음식이지만 온갖 정성을 다해 진수성찬을 차린 상이 있으니 바로 수륙재(水陸齋) 상차림이다. 속칭 사찰음식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하다. 사찰음식의 본가로 꼽히는 서울 은평구 진관사는 매년 수륙재를 봉행하며 전통적인 상차림을 선보이고 있다. 수륙재는 국왕이 베푸는 재로, 시방세계 일체의 불보살성중과 외로운 영혼들을 도량에 모셔 장엄한 법의 음식을 베풀어 주는 최고의 불교 의식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 이래 600년째 이어오고 있는 진관사 국행 수륙재.. 2017. 10. 26.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1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