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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에서 밥을 먹다 서울 은평구 진관사는 사찰음식의 본가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 근사한 사찰음식을 먹을 기회를 최근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진관사는 주말마다 등산객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제공하는데 대중을 상대로 하다보니 산채비빔밥처럼 간단한 음식들이다. 이것도 맛있다. 지난 19일 퇴임을 앞둔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오찬이 이곳에서 있었다. 아무래도 자리가 자리인지라 꽤 많은 가짓수의 반찬을 골고루 맛볼 수 있었다. 진관사 하면 르네 레드제피나 오바마 대통령의 전속셰프 등 요리계의 셀러브리티들이 한국에 오면 반드시 찾는 곳으로 소문난 곳이다. 그래서 미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한다. 여기서 뭘 먹냐고? 무슨 메뉴가 있냐고? 그냥 밥과 반찬들이다. 늘 그 계절에 나오는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만들기.. 2017. 10. 26.
종교와 음식 31 불교음식 끝판왕 10월20일자 경향신문 기사임.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때문인지 해외의 유명 셰프들도 한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사찰음식을 맛본다. 소박함을 추구하는 사찰음식의 화려함이나 꾸밈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사찰음식이지만 온갖 정성을 다해 진수성찬을 차린 상이 있으니 바로 수륙재(水陸齋) 상차림이다. 속칭 사찰음식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하다. 사찰음식의 본가로 꼽히는 서울 은평구 진관사는 매년 수륙재를 봉행하며 전통적인 상차림을 선보이고 있다. 수륙재는 국왕이 베푸는 재로, 시방세계 일체의 불보살성중과 외로운 영혼들을 도량에 모셔 장엄한 법의 음식을 베풀어 주는 최고의 불교 의식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 이래 600년째 이어오고 있는 진관사 국행 수륙재.. 2017. 10. 26.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 <아서왕> 영화 을 보면 코드네임으로 랜슬롯, 갤러하드, 멀린 등이 등장한다. 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흔히 원탁의 기사로 알려진 이들이다. 이중 멀린은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다. 는 서양 중세의 유명한 기사전설이다. 수세기를 거듭하며 많은 버전이 나와 세부적인 차이가 있긴 하다. 예를 들면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에 대한 설명도 좀 다른데, 아서가 왕이 되기 전에 교회 앞 바위에 꽂혀 있던 칼이 엑스칼리버라는 버전이 있는가하면, 왕이 된 뒤 호수의 요정으로부터 받은 명검이 엑스칼리버라는 설명도 있다. 용맹한 아서왕, 그리고 그와 함께 하는 기사들이 등장해 무훈을 세우고 나중에 성배를 찾는다는 구조는 같다. 는 서양 문학과 다양한 문화컨텐츠의 근간이 되며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우리가 익히 들어본 많은 지명과 인명들,.. 2017. 10. 19.
새 총무원장 설정 스님 경향신문 10월 13일작 기사 새 총무원장 설정 스님 한국최대 불교종파인 조계종 총무원장에 설정 스님이 당선됐다. 설정 스님은 오랫동안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 선승으로 존경받아왔다. 그전에 스님을 다뤘던 기사나 책을 보면 스님의 약력을 소개할 때 '서울대 농대 졸업' 이라고 되어 있는데 스님이 총무원장 선거에 나가면서 서울대 농대가 아니라 서울대 부설 한국방통대 농학과 졸업이라고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스님은 오해가 발생하게 만든 점에 대해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스님이 적극적으로 위조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나 이리저리 말이 건네지며 부풀려지고 또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그 동네 분위기에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을 상황들이 겹쳐지며 아마 지금껏 오게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학력이 중요한 것도.. 2017. 10. 17.
아름지기 온지음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공간 경복궁 담을 따라 이어지는 서울 종로구 효자로. 고즈넉한 분위기가 흐르는 이 거리에서 이곳은 ‘무심한 듯 시크하게’ 서 있는 건물이다. 콘크리트와 나무로 꾸며진 외벽은 라인이 똑 떨어지는 단아한 한복 같다. 벽면 중간에 뚫린 공간은 건물 내부로 연결된 통로라기보다는 조형미를 살린 장식물 정도로 느껴진다. 1층이 아늑하고 현대적인 공간이라면 2층과 3층은 멋스러운 한옥으로 꾸며졌다. 이곳은 아름지기라는 이름의 전시공간이다. 아름지기는 아름다운 우리 것을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이라는 뜻. 전통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살려 현대적·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것을 취지로 삼고 있는 재단법인이다. 옷공방, 맛공방, 집공방이라는 소모임으로 구성된 부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은 이를 실천하는 장인그룹이다. 한복, 그릇, 차양,.. 2017. 10. 17.
종교와 음식 30 유교와 차례상의 근거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혼신청 접수가 평소보다 2배나 많다는 통계가 있다. 원인은 ‘명절 갈등’이다. 갈등의 요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한 것이 차례상 준비다.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차례상을 차릴 때면 흔히 등장하는 설명이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은 유교의 주요한 의례로, 이같은 엄격한 진설법은 유교경전 어딘가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등에 구체적 항목별로 차례상 차림을 규정한 곳은 없다. 차례상의 근거로 삼는 율곡 이이의 에도 차례상은 계절에 맞는 음식 몇가지를 형편껏 올리라고 권하는 정도다. 굳이 사과나 배가 아니더라도 쉽게.. 2017.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