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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제주 원도심으로 간다 ‘수화식당 미래책방’. 나란히 붙어 있는 두개의 간판. 이곳은 식당일까, 책방일까. 입구 옆 벽면에는 큼직하게 ‘쌀’이라고 씌여 있고 문 위에는 ‘커피’라고 표시되어 있는 이곳의 정체는 뭘까. 전자는 책방이고 후자는 카페. 제주시 삼도동에 있는 가게들이다. 원래 식당이고 쌀집이었던 간판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이름을 덧붙였다. 외관에서 풍기는 자신감과 감각만큼이나 알찬 책방, 맛있는 커피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제주 원도심(일도동, 이도동, 삼도동 일대)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개성 넘치는 공간들과 문화가 있고 이야깃거리가 있어서다. 제주 사람들의 ‘진짜 삶’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제주 여행객에게 원도심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쇼핑을 위해 주로 찾는 동문시장을 제외하고.. 2017. 9. 8.
알뜨르비행장을 아시나요? 제 1회 제주 비엔날레 켜켜이 쌓이고 삭혀낸 한(恨) 때문이었을까. 발을 디딜 때마다 붉은 흙먼지가 바짓단을 타고 피어 올랐다. 아득하게 너른 벌판엔 햇살을 피할 나무 한 그루도 없다. 대신 흉물스럽게 앉은 콘크리트 덩어리 사이로 무성하게 푸른 잎을 낸 밭들이 뒤엉켜 있는 곳. 서글픈 스산함이 맵싸한 마늘향과 함께 스며든다. 제주 남서쪽 모슬포 근처 알뜨르비행장. 제주 말로 ‘아래뜰’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모슬포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비행장이다. 콘크리트 덩어리는 격납고다. 80만평이나 되는 벌판엔 19개의 격납고와 활주로, 벙커, 땅굴 등이 남아 있다. 중국 대륙에 폭격을 하기 위한 일제 전투기의 급유지이자 ‘가미가제’ 즉, 일본군 자살특공대의 훈련이 이뤄졌던, 살육의 전초기지였다. 해방 뒤에도 미군의.. 2017. 9. 8.
종교와 음식 27 불교와 백중 상차림 오는 5일(음력 7월15일)은 ‘백중’(百中)이다. 풍성하게 나는 과일과 채소로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던 전통적인 보름 명절이다. 농촌에서는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길만큼 축제같은 날이었지만 현재는 그 의미나 명맥이 거의 퇴색했다. 반면 불가에선 부처님 오신날, 성도재일과 함께 가장 큰 명절로 꼽히는 날이다. 이때 사찰에서는 부처와 조상에게 풍성한 음식으로 제사를 올린다. 불가에서 설명하는 백중의 유래는 효심이 지극했던 부처의 10대 제자 중 하나인 목련존자에서 비롯됐다. 불교 경전인 에는 목련존자가 지옥에 빠진 어머니의 영혼을 구하기 위한 방법을 부처에게 묻는다. 그러자 하안거를 끝내는 날에 모인 수행 대중들에게 공양을 하면 이를 벗어날 수 있다는 답을 얻고는 500명의 수행 대중에게 공양을 하게 된다. .. 2017. 9. 8.
무민을 즐기는 방법 전세계 어린이들의 친구 곰돌이 푸를 비롯한 디즈니 캐릭터,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토종 캐릭터 뽀로로. 인기 캐릭터는 대체로 어린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핀란드에서 날아온 캐릭터 무민은 좀 다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지만 20~30대 여성층의 뜨거운 사랑을 기반으로 최근 몇년간 급성장했다. 출판물과 캐릭터숍, 카페가 속속 선을 보인데 이어 9월 2일부터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 최초로 ‘무민원화전’이 열린다. ■캐릭터 무민 하얗고 포동포동한 몸매를 가진 무민(Moomin)은 1945년 핀란드에서 동화작가 토베 얀손에 의해 탄생했다. 핀란드 골짜기에서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살며 모험을 떠나는 무민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인 ‘.. 2017. 9. 8.
분단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은 화가 송창 “세월이 좋아졌다고,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내게 물어요. 이제는 바꿀 때도 되지 않았냐고요. 하지만 지난 수십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듯 희망으로 차올랐다가 다시 암울해지기를 반복했어요. 그러니 분단의 문제는 통일이라는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내 주제일 수밖에 없지요.” 작가 송창(65)은 1980년대 초반 데뷔한 이래 분단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았다. 광주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그에게 격동의 1970~1980년대는 예술적 자양분이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작가의 길은 ‘시대정신’임을 믿는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의 혼란기, 전쟁, 굴곡진 현대사 등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 처한 한국의 현실을 꾸준히 화폭에 담아왔다. 지난 9년의 역사적 퇴행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현재 그의 작업이.. 2017. 9. 8.
종교와 음식 26 에그 베네딕트 계란 수난시대다. ‘살충제 계란’이 가차 없이 폐기되고 있다. 계란은 편리하고 맛있는, 온갖 요리에 유용하게 활용되는 식재료다. 정겨운 도시락 반찬부터 일품요리까지 척척 변신한다. 계란을 주재료로 만들 수 있는 근사한 요리로는 ‘에그 베네딕트(사진)’가 있다. 브런치 문화가 발달한 서구에서 에그 베네딕트는 브런치의 꽃으로도 불린다. 국내의 주요 브런치 레스토랑에서도 이 메뉴는 다른 메뉴에 비해 비싼 값에 팔린다. 요리 사전에 나오는 에그 베네딕트의 정의는 잉글리시 머핀을 구워 반으로 자른 뒤 그 위에 햄과 베이컨, 수란을 얹고 올랑데즈소스를 뿌려 먹는 샌드위치다. 올랑데즈소스는 계란 노른자와 액체상태의 버터를 유화시켜 만든 소스로, 레몬즙과 매운맛이 강한 카옌페퍼를 넣어 산뜻하고 깊은 맛을 더했다. 에그.. 2017.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