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06 분단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은 화가 송창 “세월이 좋아졌다고,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내게 물어요. 이제는 바꿀 때도 되지 않았냐고요. 하지만 지난 수십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듯 희망으로 차올랐다가 다시 암울해지기를 반복했어요. 그러니 분단의 문제는 통일이라는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내 주제일 수밖에 없지요.” 작가 송창(65)은 1980년대 초반 데뷔한 이래 분단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았다. 광주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그에게 격동의 1970~1980년대는 예술적 자양분이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작가의 길은 ‘시대정신’임을 믿는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의 혼란기, 전쟁, 굴곡진 현대사 등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 처한 한국의 현실을 꾸준히 화폭에 담아왔다. 지난 9년의 역사적 퇴행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현재 그의 작업이.. 2017. 9. 8. 종교와 음식 26 에그 베네딕트 계란 수난시대다. ‘살충제 계란’이 가차 없이 폐기되고 있다. 계란은 편리하고 맛있는, 온갖 요리에 유용하게 활용되는 식재료다. 정겨운 도시락 반찬부터 일품요리까지 척척 변신한다. 계란을 주재료로 만들 수 있는 근사한 요리로는 ‘에그 베네딕트(사진)’가 있다. 브런치 문화가 발달한 서구에서 에그 베네딕트는 브런치의 꽃으로도 불린다. 국내의 주요 브런치 레스토랑에서도 이 메뉴는 다른 메뉴에 비해 비싼 값에 팔린다. 요리 사전에 나오는 에그 베네딕트의 정의는 잉글리시 머핀을 구워 반으로 자른 뒤 그 위에 햄과 베이컨, 수란을 얹고 올랑데즈소스를 뿌려 먹는 샌드위치다. 올랑데즈소스는 계란 노른자와 액체상태의 버터를 유화시켜 만든 소스로, 레몬즙과 매운맛이 강한 카옌페퍼를 넣어 산뜻하고 깊은 맛을 더했다. 에그.. 2017. 9. 8. 푸드립 15 주지육림 끝판왕 사티리콘 앞서 썼던 글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난 텍스트로 된 음식묘사에 유독 약하다. 를 읽다가 흰 빵에 대한 식욕을 참지 못해 호빵을 사먹으러 가기도 했고 에서 다이아몬드 광산 골짜기에 떨어진 신밧드가 산꼭대기에서 다이아몬드 채취를 위해 사람들이 던진 고깃덩이에 매달려 독수리를 타고 올라왔다는 장면에서 책을 집어던지고는 엄마에게 닭다리를 사달라고 울며불며 난리를 쳤던 기억들도 있다. 을 읽으면서도 위기에 처한 남매의 안위보다는 마녀가 만들어놓은 과자집에 넋이 나가 있었다. 아무튼 다른 책은 몰라도 음식이 묘사되는 책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유독 강하다. 디킨스의 같은 책을 읽는건 그래서 고문에 가깝다. 스크루지의 회심 과정이 뼈대지만 내겐 스크루지의 환상속에 등장하는 만찬의 식탁이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고 입맛.. 2017. 8. 18. 테제 신한열 수사를 만나다 울타리도 국경도 없다. 직급도 교파도 없다. 어떤 기부금과 후원도 받지 않으며 개인 소유도 없다. 대신 함께 땀 흘려 일하고, 함께 소유한다. 존중과 신뢰로 서로를 끌어안아 세상을 치유하는 공동체.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에 있는 ‘테제’다. 이상적인 공동체에 가까운 이곳을 향해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많은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테제는 1940년 스위스 개신교 집안 출신의 로제 수사가 시작한 초교파적 그리스도교 수행 공동체다. 개신교,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등 구분 없이 세계 30개국에서 온 80여명의 남성 수도자가 함께 산다. 테제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청년들의 ‘성소’가 되면서다. 매주 세계 각지에서 목마르고 배고픈 젊은이 수천명이 이곳을 찾아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모색한다. 하루.. 2017. 8. 17. 종교와 음식 25 무슬림과 대추야자 흔히 중동의 척박한 땅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풍경이 있다. 하늘을 향해 높이 뻗은 줄기 끝에 폭죽처럼 잎이 펼쳐지는 나무, 그리고 그 아래 샘가에서 낙타가 목을 축이는 모습이다.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나무는 대추야자(date 혹은 date palm)다. 대추야자 열매는 수천년 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의 주식이었다.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뿐만 아니라 한 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수확량도 많았다. 무엇보다 맛이 좋았고 영양성분도 뛰어났다. 이 때문에 대추야자는 ‘생명의 양식’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도 대추야자는 20차례 이상 언급돼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작물인 셈이다. 대추야자는 라마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슬림들이 이프타르(Iftar·일몰 직후.. 2017. 8. 17. 종교와 음식 24 부처님께 공양한 차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이 있다. 차와 선은 한가지 맛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차와 불교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지, 어떤 관계인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행이라는 지난한 과정, 이를 통해 추구하는 깨달음이라는 궁극의 지향점은 서로 다르지 않다. 때문인지 차를 끓이고 마시는 일련의 행위는 단순히 기호품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차관에 물을 끓여 차를 우려내고 기다리며 맛을 음미하는 과정은 불가 수행의 한 방편이자 도의 경지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졸음을 쫓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차의 효능 덕분에 불가에선 오랫동안 차가 사랑받아 왔고, 국내의 차 문화 역시 불교를 통해 계승·발전되어 왔다. 국내에 차가 도입된 것은 신라시대였고 사찰과 왕실을 중심으로 차를 마시는 문화가 확산됐다. 차는 부처에게.. 2017. 8. 17.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6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