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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립 4 간장게장 사나흘 짧은 기간 피하지방이 무한정 팽창하는 당혹감을 남기는 명절 뒤끝엔 맹렬한 다이어트 의지가 달아오른다. ‘일상식’으로의 복귀까지 불편한 찌뿌둥하고 무거운 뒷맛도 며칠간 이어지게 마련이다. 알면서도 늘상 반복됐던 이같은 명절 뒤 증후군이 올해는 용케 없었다. 깔끔한 마무리를 하고 싶다며 고민하던 친정 엄마의 센스만점 메뉴 선택 덕분이었다. 명절 공식행사의 마지막인 친정 식구들과의 저녁자리. 메뉴는 간장게장이었다. 지금까지 명절의 마지막 밥자리는 집집마다 넉넉히 준비하고 남은 음식들, 시댁과 친지들에게서 얻어온 음식들을 늘어놓고, ‘때려먹는’ 식이었지만 이번의 간장게장은 며칠간 쌓인 느끼함을 깨끗이 잡으며 산뜻한 마무리를 가능하게 해줬다. 달큰하고 진한 간장에 삭힌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라는 말처럼 입.. 2017. 3. 8.
푸드립 3 바게트 중견 소설가 구효서씨가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열흘 전쯤인가,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른 것은 바게트였다. 어슷하게 썬 바게뜨의 보들보들한 면에 마요네즈나 겨자를 발라 이것저것 얹어 먹는 바게트 샌드위치도 좋고 그저 토스트에 구워 버터를 발라 먹는 것도 맛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겠으나 구효서씨는 세상의 빵은 슈크림빵, 소보루빵, 단팥빵, 그도 아니면 고로케가 전부인 줄 알던 ‘촌닭’에게 바게트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 준 존재다. 그의 소설 덕분이었으니 1998년이었다. 당시에도 제과점에서 바게트를 팔았지만 난 바게트를 보면서 그것이 먹을거리라는 인지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부시맨에게 떨어진 콜라병 수준이었다고나 할까. 우선 소설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2017. 3. 8.
푸드립 2 카스테라 판매를 시작하는 오후 2시까지는 아직 20분이 남아 있었다. 갈등이 시작됐다. 대로변에서 그냥 기다릴지, 아님 잠시 추위를 피해 있다 시간이 다 되어 줄을 설지. 종로의 한 카스테라 전문점 앞. 평소 지나다니면 어마무시한 줄 때문에 사 볼 엄두를 내지도 못했는데 그날은 호된 추위 탓인지 사람이 없었다. ‘설마 이 추위에…’ 하는 마음으로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 서성이다 57분에야 매장 앞으로 갔다. 웬걸. 그새 줄이 10m는 넘게 늘어선 듯 하다. 대만에서 왔다는 대왕카스테라 전문점이 언제부턴가 곳곳에 눈에 띄는가 싶더니 어느 매장 할 것 없이 늘상 줄이 길었다. 도대체 무슨 맛일지, 일본 나가사키 카스테라와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하지만 매번 지나칠 때마다 사람들이 많아 포기했다. 이날은 버텨야겠다 .. 2017. 3. 8.
푸드립 1 가지 가끔씩 푸짐하게 먹고 싶을 때 가는 광화문 근처의 한식집이 있다. 남도식으로 이것저것 반찬이 잘 나오는 편이다. 고기찜과 생선구이, 각종 나물 무침에 김치까지 대부분 접시가 비는데 유독 사람들 손이 안 가는 반찬이 있다. 가지무침이다. 올 때마다 그렇다. 다른 식당에 갈 때도 가지 반찬은 대부분 찬밥신세다. 밑반찬으로 나온 가지를 발견하곤 심지어 짜증을 내는 일행도 있었다. 동네 슈퍼마켓 매니저로 일하는 분에게서 여러 채소 중 제일 적게 들여놓는 품목이 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흔하고 싼 채소임에도 많이 팔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부터 우리집이나 이웃집은 물론이고 친구들 도시락 반찬통에서도 가지를 본 기억은 거의 없다. 요리법이래야 고작 무침이나 볶음 정도로 뻔한데다 그 .. 2017. 3. 8.
주류 힙합신을 구성하는 주요 레이블 마니아층이 즐기던 장르였던 힙합은 최근 몇 년 새 대중음악계에서 주류 콘텐츠로 부상했다. 음원차트에서 힙합 뮤지션들이 차지하는 지분이 크게 늘어났고 대중적 스타가 된 래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힙합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은 연예계의 주요 이슈메이커가 됐고, 힙합 뮤지션들이 보여주는 역동적 에너지는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획사 중심으로 움직이는 아이돌 가수들과는 달리 힙합신은 몇 개의 주요 레이블을 중심으로 지형이 형성돼 있다. 레이블은 개성을 살리는 앨범을 만들기 위한 아티스트들의 모임을 의미한다. 힙합에서 자주 사용되는 ‘크루’가 동호회적인 성격에 가깝다면, ‘레이블’은 앨범을 만들어 발표하는 회사에 가까운 개념이다. 주류 힙합신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레이블을 살펴봤다. 각 레이블의 음악적 특성.. 2016. 5. 15.
<시빌 워> 캡틴팀 Vs 아이언맨팀 오는 27일 개봉할 (이하 )는 군단에서 활약했던 영웅들 사이의 갈등과 대결을 그린 영화다. 슈퍼 히어로들이 악의 세력에 맞서 싸워왔지만 이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끊이지 않자 국제사회는 이들의 활동을 법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소코비아 협정’을 제안한다. 이를 두고 슈퍼 히어로들은 찬반으로 나뉜다. 아이언맨이 이끄는 찬성파와 캡틴 아메리카가 이끄는 반대파. 분열된 슈퍼히어로들은 숙명적인 대결을 펼친다.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이끄는 캡틴팀에는 그의 오랜 친구 윈터 솔져, 스텔스 수트를 입고 하늘을 나는 팔콘, 최고의 궁사 호크 아이, 염력을 가진 스칼렛 위치, 그리고 신체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앤트맨이 있다. 아이언맨 팀에는 블랙 위도우, 워 머신, 비전, 스파이더맨, .. 2016.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