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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립 9 스키야키 지면에 연재를 하면서 이런저런 자료와 책을 찾아보게 된다. 최근에 취재하다 발견한 자료에서 ‘승기악이’라는 이름을 만났다. 이게 뭘까.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이덕무가 남겼던 문헌에 이 단어가 나온다. 외국 음식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승기악이’, ‘가수저라’라는 음식을 언급하고 있다. 외래어를 당시의 말로 표현한, 가차자로 표기한 음식이다. 짐작하겠지만 승기악이는 스키야키, 가수저라는 카스테라다. 그가 “술과 음식을 가지고 서로 즐기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고 한 것을 보면 당시 실학자들은 요즘과 같은 식의 푸디였을 것 같다. 적어도 조선 정조 때는 스키야키가 국내에 들어와 있었다는 것인데 일본 음식 스키야키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조선통신사를 통해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스키야키는 누구나 알다.. 2017. 4. 10.
종교와 음식 6/ 두부 두부는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가장 친근한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두부는 불교와 깊은 연관이 있다. 아마도 불교가 없었다면 현재까지 전해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 두부가 전래된 것은 중국과 불교문화 교류가 활발했던 통일신라시대 즈음인 것으로 추측된다. 처음부터 서민층의 음식은 아니었고 고려·조선을 거치면서 상류층의 음식으로 발달했다. 특히 불교가 국교이던 고려시대에 두부는 사찰에서 부처님께 공양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이 때문에 사찰에서 주로 두부를 만들었다. 당시 사찰은 많은 토지를 소유했고 부가 집중되어 있었던 터라 음식문화를 선도했고 자연히 두부 제조법도 사찰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두부가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고려 성종 때 최승로가 썼던 로 알려져 있다. 성종이 미.. 2017. 4. 10.
부활절 천일기념일 대각개교절을 아시나요 4월은 주요 종교의 최대 축일이 몰려 있는 달이다. 대표적으로는 그리스도교의 부활절이 있다. 부활절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가 다시 살아남을 기념하고 찬양하는 날이다. 올해 부활절은 16일이다. 부활절 날짜는 매년 달라진다. 춘분 이후 최초의 만월 다음에 오는 첫번째 일요일. 이렇게 정하는 방식은 325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 신앙 성문화를 위해 소집한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됐다. 대체로 3월22일부터 4월26일 사이에 지켜진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부활절은 16세기의 그레고리력으로 계산해 정해지지만 정교회는 1세기에 만들어진 율리우스력으로 부활절을 정하기 때문에 종파간에 부활절 날짜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종파간 부활절 날짜를 통일시키려는 움직임은 오랫동안 있었으나 역사적·신학적 논쟁이 수.. 2017. 4. 4.
종교와 음식 5 성당 미사주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포도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예수의 피를 상징한다. 신자가 성찬을 통해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예수의 고난과 부활에 동참하는 것을 뜻한다. 천주교 미사 때 성찬전례에서 사용되는 포도주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의 엄격한 규정에 맞춰 특별 생산되는 미사주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미사주는 경북 경산에 있는 롯데주류 공장에서만 독점적으로 생산된다.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얻어 국산 미사주인 ‘마주앙 미사주’ 생산을 시작한 것이 1977년이니 올해로 40년째다. 지난 28일 방문한 경산 롯데주류 공장에선 미사에 사용되는 백포도주를 병에 넣어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루 생산량은 3만ℓ, 700㎖ 용량 4만2600병 규모다. 연간 생산량은 백.. 2017. 3. 31.
종교와 음식 4 프레첼 유럽에서 많이 먹는 프레첼(Pretzel)이라는 빵이 있다. 8자 형태의 꽈배기처럼 생긴 이 빵은 독창적인 모습 때문에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지의 빵집 간판 디자인에도 자주 사용된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프레첼은 그리스도교의 사순절과 연관이 있는 빵이다. 지난 1일부터 다음달 부활절까지 이어지는 사순절은 예로부터 금욕과 금식을 동반해 거룩하게 보내야 하는 절기로 지켜지고 있다. 특히 고대 로마의 그리스도교도들은 사순절 기간에 육류는 물론 낙농제품까지 섭취하지 않았다. 이때 신자들이 밀가루와 물, 소금으로 간단한 빵을 만들어 먹게 된 것이 프레첼의 유래다. 미국 베일러대 교부학과 교수이자 의 저자 마이클 P 폴리는 저서에서 400년대 사순 시기의 ‘대금식’에 먹기 위해 만든 빵이라고 설명했다.. 2017. 3. 31.
푸드립 8 멍게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딸아이가 사춘기의 절정을 달리던 시절. 철딱서니 없던(물론 지금도 없다) 엄마인 나는 아이를 품어주기 보다는 사사건건 대립을 하며 감정적 줄다리기를 하기 일쑤였다. 일관성도 없고 감정기복도 심해 아이와 말다툼을 하다 오히려 아이가 지쳐 나가 떨어질 때도 있었다. 그렇게 싸한 분위기가 서로간을 채우다가 어이없게 몇마디 오가다보면 이내 언제 싸웠느냐는 듯 히히덕거리기도 한다. 때문에 딱 4살짜리 유치원생 노는 수준이라고 친정엄마에게 핀잔을 듣는 때가 많다. 아무튼 그렇게 한바탕 줄다리기를 한 뒤 딸아이와 나는 으레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를 해먹는다. 아이가 만들어 주는 스파게티를 먹으며 우리 모녀 애정의 깊고 진함을 확인하며 애틋함에 젖어드는 것이다. 투정부리듯 내가 만들어 달랠 때도 있.. 2017.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