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LL403

종교와 음식 9 스님을 웃게 만드는 국수 “안거 기간이 끝나고 만난 한 신도가 그래요. 고생하셨는데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그래서 따라갔더니 산채정식 하는 곳이에요. 사실 우린 정식이 됐든 간편식이 됐든 매일 먹는 게 산채잖아요. 내심 먹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아쉬웠죠. 스님들이 최고로 생각하는 별미가 뭔 줄 아세요. 바로 국수예요.” 얼마 전 만난 스님이 웃자며 해 준 이야기다. 그만큼 스님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국수란다. 오죽하면 승소(僧笑). 즉 스님들을 미소 짓게 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탐식을 죄악시하는 승가에서도 국수는 과식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법정 스님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음식도 국수였다. 스님과 오랫동안 교류했던 이들이 스님을 추억하며 떠올리는 것이 법정 스님표 간장국수다. 스님의 이야기를 쓴 여러권의 책에도 이 간장국.. 2017. 5. 5.
[오 마이 힐링] 우울증은 108배로 치료한다 / 미황사 금강스님 우울증은 흔히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하지요. 각박해진 현대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험한 병입니다. 그런데 108배를 꾸준히 하는 것으로 이 병을 치유할 수 있다면, 게다가 스트레스와 홧병 역시 108배를 통해 다스릴 수 있다고 하는데 솔깃하지 않으신가요? 오늘(24일) 미황사 금강스님을 만났습니다. 십수년간 수행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일어설 희망을 품도록 도와온 분이시지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행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는 들어본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워낙 유명한 수행 프로그램이지요. 미황사는 땅끝마을이라 불리는 해남에 있습니다. 수행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하지만 풍광과 사찰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합니다. 금강 스님은 2000년부터 이곳의 주지를 맡아.. 2017. 4. 24.
푸드립 10 소시지 얼마전 가야금연주자 정민아씨의 공연에 갔다. 19금 공연이라고 이름붙은 이 공연의 제목은 ‘음담’. 음담패설(淫談悖說)할 때의 음이 아니라 음악(音樂) 할 때의 그 음자를 사용했다. 이름이야 뭐가 됐든 음담패설에 가까운 콘텐츠가 난무했던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불렀던 제일 마지막 노래는 정희라씨의 ‘소세지타령’. 혹시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수년전 슈퍼스타K에 이분이 출연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그가 무대에서 불렀던 노래가 ‘소세지타령’. 느낌이 오지 않나. 가사는 그 느낌 그대로다. 혹 19세 미만이시면 건너뛰어 주시길. ‘선텐도 안한 것이 거무스름하고 /버섯도 아닌 것이 갓을 쓰고 / 번데기도 아닌 것이 우유도 나오고 /만지다 안만지면 죽었다 살았다 /요것이 소세지 타령이야’‘에로가수’로도 불리는.. 2017. 4. 24.
종교와 음식 8 성경속의 맛 구약성경 창세기 25장에는 이삭의 아들인 에서와 야곱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냥에서 돌아온 에서가 야곱이 끓인 팥죽을 보고 허기를 이기지 못해 자신의 장자 명분을 팥죽 한 그릇에 팔아넘긴다는 것이다. ‘야곱이 떡과 팥죽을 에서에게 주매 에서가 먹으며 마시고 일어나 갔으니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김이었더라.’(창세기 25장 34절) 여기 나오는 팥죽은 한국 사람들이 먹는 팥죽이 아니다. 영어 성경을 보면 렌틸 스튜(Lentil Stew)라고 씌어 있다. 에서가 먹었던 팥죽은 요즘 식으로 하면 렌틸 스튜나 수프, 죽쯤 되는 셈이다. 렌틸(오른쪽 사진)은 최근 몇년 새 국내에서 건강 곡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콩이다. 가수 이효리씨의 다이어트 비법 렌틸콩이 알려지면서 더 유명세를 치렀다. 렌즈와 비슷하게 .. 2017. 4. 21.
종교와 음식 7 부활절 부활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달걀이다. 교회에서 나누어 주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달걀을 받아본 추억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달걀이 부활절을 상징하게 된 것은 달걀이 가진 의미 때문이다. 속에 깃들인 생명이 알을 깨고 나와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 부활을 닮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달걀을 주고받으며 부활절의 상징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성경에는 부활절 달걀에 대한 기록이 없다. 이 같은 기원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십자군 전쟁 당시 남편을 잃은 여인이 마을사람들의 친절에 보답하기 위해 달걀에 색을 칠해 나누어 줬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미국 남북전쟁 후에 생긴 문화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 17세기 한 수도원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방 종교.. 2017. 4. 16.
그들의 손을 처음으로 잡아 보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 말 밖에 못했다. 열여덟 꽃다운 자식을 떠나보낸 한 어머니. 노란 티셔츠를 입은 그의 마른 어깨를 감싸안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것 밖에 없었다. 그 어머니는 단단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화면과 지면을 통해, 혹은 먼 발치서 그들의 모습은 계속 보아왔지만 이렇게 손을 잡아 본 것은, 끌어 안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누군지도 묻지 못했다. 다가가는 내게 한 어머니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덥석 쥐자 뜨거운 무언가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숨이 막힐 듯한 짧은 순간. 그리고는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 분께 힘을 드리겠다며 기껏 끌어안아 놓고는 오히려 그 분이 들썩거리는 나를 진정시키느라 휘청이고 있었다. 지난 1.. 2017.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