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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이 서울대 선정도서였다면? 우리나라 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관심 가질 리스트가 있다. 바로 서울대 선정 고전시리즈. 50선, 100선 등등 버전이 있다. 물론 다른 주체들이 선정한 고전 리스트들도 있는데 대체로 목록을 살펴보면 비슷하다. 좋은 책이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알아보는 것일테니 말이다. 나 역시 이런 목록들을 저장해놓고 몇권을 읽었는지 체크해 보기도 했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한적도 여러번이다. 좋은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는 것이야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간간이 그런 생각을 꽤 했었다. 이거 정한 사람들이 과연 이 책을 다 읽어봤을까. 물론 그런 사람들이 완전히 없지는 않겠지만 거의 그렇지 않을거라는 내 생각에 확신을 가졌던 책이 있다. 바로 데카메론이다. 물론 이 책. 너무나 재미있고 많은 역사적 의미를 가진, 사료적으.. 2020. 12. 16.
정확한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리베카 솔닛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제시했던 리베카 솔닛의 책이라는 이유. 그렇게 집어들었다가 머리말부터 당장 읽지 않고는 못 배길정도로 흡인력있던 책.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무대책, 무관심, 망각을 눈감아주고 완충해주고 흐리게하고 가장하고 회피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거짓말들을 끊어낸다. 호명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호명은 분명 중요한 단계다." 호명은 정말 중요하다. 이름을 제대로 찾는 것은 해당 주체나 대상의 성격, 본질, 근본적 의미를 드러내주는 것이고 그것이 역사를 통해 받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만 들어도 그렇다. 지금이야 4.19 혁명으로 불리지만 수십년간 4.19의거로 불렸고 5.16 군사 쿠데타는 역시 수십년간 5.16 혁명으로 불리지 않았던가. 지금도 정.. 2020. 12. 15.
평생 곁에 두고 함께 갈, 벗 같은 책 빅터 프랭클. 혹자는 제목보고 기겁하고 외면할 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오랫동안 그랬다. 2차대전, 수용소, 가스실. 인류가 겪은 가공할 불행의 시대, 그 시대를 견뎌낸 개인이 쓴 불행과 고통의 기록. 잔인하고 끔찍한 이야기들을 되새기는 것이 싫어서 한쪽으로 치워두고 있던 책이다. 그런데 우연찮게 펼치면서 한숨에 휘리릭 읽게 되는 책. 건조하고 담담한 필체로 써내려간 글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들여다보듯 눈앞에서 머리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리고는 자꾸 생각난다. 고민스러울 때,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 막막할 때, 답답할 때 이 책을 다시금 들춰보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좀 차분해지면서 정리가 된다. 이 시기의 비극을 기록한 글들, 영상물들은 많다. 이 책 역시 개인의 체험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오스트리.. 2020. 12. 15.
8년의 기다림... 다시 그의 시간이 시작된다 피아니스트 임동민을 만나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지만 국내 클래식 음악 관객층의 저변은 탄탄하지 않다. 척박한 시장에서 그나마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세계적인 콩쿠르 입상자들의 무대 정도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티켓 파워를 갖고 있는 소수의 ‘스타 연주자’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쇼팽 콩쿠르. 조성진이 우승하기 10년 전인 2005년 한국인 최초의 입상. 주최국인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가 1위를 차지한 상태에서 2위 없는 3위에 나란히 입상했던 한국의 20대 형제들. 임동민, 임동혁은 그렇게 클래식 음악사에 기록을 남겼다. 앨범을 녹음하고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주요 도시를 누비는 연주 일정은 영광의 주인공들을 기다리는 일반적 과정이다. 동생 임동혁의 이후 행보는 .. 2019. 10. 17.
왜 클래식 음악 용어는 이탈리아어로 만들어졌을까?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카페라떼, 아메리카노, 아포가토, 마키아토... 커피와 관련된 이 용어들은 세계 어디서나 통한다. 이 용어는 모두 이탈리아어다. 왜 이탈리아어가 커피와 관련한 용어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었을까. 바로 커피의 정수를 추출해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세계 커피 산업과 트렌드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어가 ‘장악’한 분야는 또 있다. 바로 음악이다. 클래식 음악 악보를 접할 때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용어는 모두 이탈리아어다. 안단테, 포르테, 피아니시모, 크레센도, 칸타타, 디미누엔도, 스타카토, 프레스토, 레가토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왜 그럴까. 우리가 익히 아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를 비롯해 클래식 음악사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이 대.. 2019. 8. 26.
동양인 최초의 라디오 프랑스 필 악장, 박지윤을 만나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단원들이 모인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악장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4)이었다. 현재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소속인 그는 지난해 12월 동양인 최초로 이 오케스트라 종신 악장으로 임명돼 음악계에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악장은 ‘콘서트 마스터’(Concert Master)라 칭한다. 그만큼 책임감이 무거운 자리다. 통상적으로 오케스트라의 가장 앞 줄, 객석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 앉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악장이다. 지휘자와 단원 사이를 조율하고 지휘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 명확하게 전달하는 역할로, 리더십과 책임감, 뛰어난 연주 실력이 갖춰져야 한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간판 오케스트라로, 지휘자 정명훈이 15년간 음.. 2019.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