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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과 탐식

디저트 그 어려운 이름과 친근한 맛

by 신사임당 2023. 5. 13.

일상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소확행’의 실체는 디저트 아닐까. 손바닥만 한 자그마한 세계 위에 펼쳐진 온갖 기교와 황홀한 달콤함. 오감을 자극하는 이 과자 몇 조각에 기꺼이 한 끼 밥값을 훌쩍 넘기는 금액을 치르거나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보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디저트

 

수년 전 열풍이 지나갔던 마카롱 이후 디저트 전문점이나 베이커리 카페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디저트 과자류가 넘쳐난다. 마카롱, 마들렌, 휘낭시에, 에클레어, 밀푀유 등 어느 정도 익숙한 이름들도 있지만 다쿠아즈, 랑그드샤, 튀일 등 생소하고 낯선 디저트들도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이 프랑스에서 유래한 디저트들이다. 프랑스가 오랫동안 서양요리와 디저트 문화 패권을 주도하다 보니 용어 역시 프랑스어를 기본으로 한다.

주문대 혹은 메뉴판을 대할 때마다 머뭇거리게 된다면, 이름과 특징 몇 가지만 제대로 알아놓아도 고르기가 한결 쉬워진다.

종종 마들렌(madeleines) 휘낭시에(financier)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에 미니 카스텔라 같은 식감을 가진 두 디저트는 모양에서 확연히 다르다. 마들렌은 조개껍질 모양이고 휘낭시에는 금괴를 연상시키는 직사각형이다. 마들렌에는 달걀과 버터, 휘낭시에에는 달걀흰자와 갈색이 나도록 가열한 브라운버터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휘낭시에 재료를 마들렌 틀에 넣고 굽는다면 뭐가 될까? 정통 레시피를 따진다면 제대로 된 마들렌이라 할 수 없겠지만,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될 가능성이 높다. 면밀한 재료의 차이보다는 외양이 정체성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는 셈이다.

마들렌

조개껍질 모양으로 구운 마들렌. 다양한 색깔의 초코렛을 입혀 장식하기도 한다 /이준헌 기자

 

마들렌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디저트이기도 하다. 감촉과 풍미에 대한 작가의 묘사가 각종 텍스트와 콘텐츠를 통해 다양하게 언급되고 인용되어 왔다.

15 초 후 SKIP

휘낭시에

 

휘낭시에는 프랑스어로 금융이라는 단어의 형용사형이다. 19세기 파리의 한 페이스트리 셰프가 인근 금융가 및 주식거래소에서 일하는 이들이 손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들이 주로 금융권 종사자이다 보니 골드바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초콜릿과 캐러멜 시럽을 얹은 에클레어

크림을 얹은 슈

 

바삭하게 부풀어 오른 겉껍질 속에 크림이나 다양한 재료를 채워 먹는 디저트 에클레어(eclair) 슈(choux)는 같은 재료를 사용하나 모양에 따라 구분해 부른다. 길쭉한 모양으로 구웠을 때는 에클레어, 동그란 모양으로 구웠을 때는 슈라고 한다. 에클레어는 19세기 프랑스 요리의 왕, 혹은 요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앙투안 카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클레어는 프랑스어로 번개라는 뜻이다. 에클레어 위에 바른 글레이즈(설탕이나 달걀 따위로 만든 광택제)가 번쩍이는 데서 나온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너무 맛있어서 번개처럼 빨리 먹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우리가 흔히 제과점에서 쉽게 사 먹는 노르스름한 ‘슈크림’은 커스터드 크림이라고 해야 한다.

다쿠아즈(왼쪽)와 마카롱 /이준헌 기자

 

마카롱(macaron) 다쿠아즈(dacquoise)도 아몬드 가루와 달걀흰자 등 비슷한 재료를 사용한다. 코크(coque, 껍질) 사이에 크림 따위를 넣는 형태도 유사하나 공정에서 좀 차이가 있다. 마카롱은 동그랗고 매끈한 형태에 쫀득한 식감을 가졌다. 다쿠아즈의 코크는 거칠고 크랙이 있으나 폭신폭신한 느낌이 강하다.

랑그드샤(langue-de-chat)는 최근 몇 년 사이 인기를 얻고 있는 쿠키다. 프랑스어로 ‘고양이의 혀’라는 뜻이 있는 이 쿠키는 얇고 부서지기 쉬우나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식감이 있다. 전문점도 생겨나고 있으며 마카롱 못지않은 선물세트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랑그드샤의 반죽을 얇게 펼쳐 돌돌 말아서 구운 과자는 ‘시가렛 쿠키’라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카눌레

 

세로로 홈이 난 종 모양의 과자 카눌레(canele)도 웬만한 베이커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겉은 딱딱한 느낌이 들 만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을 갖고 있는 달콤한 디저트다. 카눌레의 본 고장은 와인 산지의 대명사라 할만한 프랑스 보르도다. 카눌레와 와인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와인 생산자들은 와인에 있는 과도한 폴리페놀과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 달걀흰자를 주로 사용했다. 이러다 보니 달걀노른자가 엄청나게 남게 되었고, 이를 보르도에 있는 수녀원에서 활용해 만들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쿠키와 비스킷도 종종 헛갈리는 디저트다. 버터의 함량에서 차이가 있다. 쿠키는 비스킷보다 버터 함량이 높다. 비스킷은 부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죽에 구멍을 내서 굽는다.

크리스마스 쿠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디저트는 저마다의 유래와 역사, 고유의 고전적인 레시피가 있다. 이를 충실히 계승한 정석적인 디저트도 있겠지만, 받아들이는 주체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응용으로 재창조된 제품들이 나오기도 한다. 몇 년 전 뉴욕에서 시작돼 큰 열풍을 일으켰던 크로넛(cronut)이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의 유명 페이스트리 셰프 도미니크 앙셀이 크루아상과 도넛을 교배해 탄생시켰던 이 빵을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섰고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모았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뚱카롱’이나 크로플은 한국적 스타일로 재창조된 디저트로 볼 수 있다.

크로넛

 

 

디저트의 천국 ‘프랑스 출신’ 디저트들이 지금도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데, 의외로 현지의 인기에 비해 국내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양배를 와인에 절여 만든 디저트 종류다. 당도가 낮고 수분이 적어 식감이 떨어지는 서양배는 익히거나 가공해서 디저트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그 자체로 맛의 완성도가 높은 국산 배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제과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도움말 조선팰리스 조선델리 더 부티크 이병춘 부주방장)

 

**원문 기사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