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계획을 짜는 사람들이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뭘까. 저마다의 취향과 관심사가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먹거리에 관한 부분 아닐까. 해당 여행지에 간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고유의 음식이 무엇인지, 어느 식당에 가서 먹어야 기분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지를 검색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쓸 가능성이 높다.
맛집 정보를 찾는 일반적인 방법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 혹은 트립어드바이저와 같은 플랫폼 활용이다. 물론 이 같은 방법도 괜찮겠지만 해당 지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정보를 한눈에 얻고 싶다면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세계 음식 지도 ‘테이스트아틀라스 닷컴’(www.tasteatlas.com)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그 음식의 유래와 역사, 간단한 요리법과 페어링 정보는 물론이고 해당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맛집까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서울 최고의 스시 레스토랑,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아닌, 해당 지역이 원조인 음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트립어드바이저 같은 플랫폼과는 차이가 있다. 서비스되는 언어는 영어이지만 사진과 인포그래픽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소위 ‘로컬 찐 맛집’을 방문하고 싶다면, 막상 찾아가면 한국인들이 붐비는 그런 식당을 피하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참고해 볼 만하다.
테이스트아틀라스 첫 페이지
만약 당신이 이탈리아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무엇보다 원조 피자의 나라에서 제대로 된 피자를 먹어보고 싶지 않을까. 테이스트아틀라스 닷컴에 접속하면 처음 뜨는 화면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지도다.
검색창에 ‘pizza’라고 입력한 뒤 클릭하면 피자의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피자에 대한 설명
사진 아래 오른쪽 지도를 보면 이탈리아 지도와 함께 나폴리에 붉은색 점이 표시되어 있다. 나폴리가 원조 지역이라는 뜻이다.
설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피자의 원형으로 볼 수 있는 음식은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식 피자가 최초로 만들어진 곳은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나폴리이고, 이 피자의 이름이 마르게리타 피자다.’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보면 100여 가지에 이르는 자세한 피자의 종류가 나열되어 있다.
세계 최고의 마르게리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
그 중 원조로 여겨지는 마르게리타 피자(Pizza Margherita)를 클릭해 보면 유래와 재료, 레시피에 관한 설명과 함께 정통 마르게리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식당들(The best Pizza Margherita in the world)이 순서대로 정렬되어 있다.
1위는 나폴리의 란티카 피제리아 다 미켈레(L‘Antica Pizzeria da Michele), 2위와 3위도 모두 나폴리에 있는 지노 에 토토 소르빌로(Gino e Toto Sorbillo), 피제리아 트리아논 다 치로(Pizzeria Trianon da Ciro)이다. 4위는 피렌체에 있는 구스타 피자(Gusta Pizza)다. 5위부터 10위까지도 모두 나폴리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저마다의 식당이 내세우는 특색있는 메뉴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일정이 바쁜 여행자들이라면 자신이 묵는 숙소에서 가깝거나 효율적인 동선에 있는 식당을 고르기 편리하다.
구체적인 음식 이름을 입력하는 대신, 방문하고자 하는 지역의 지도 위에 표기된 인포그래픽을 클릭해도 된다. 검색창 아래에 있는 ‘EXPLORE MAP’을 클릭하면 세계지도가 펼쳐진다.
지도상에서 일본으로 가보자. 일본 지도 위에 표시된 음식 그래픽 옆의 숫자나 이름을 클릭하면 원하는 음식 정보를 찾아갈 수 있다.
위 오른쪽 지도에 나열된 많은 사진 중 스시(sushi)를 선택해 클릭하면 앞서 설명한 피자처럼 스시에 관한 정보가 쏟아진다. 스시의 종류, 최고의 스시 맛집들이 소개되어 있다. 1~3위는 모두 도쿄에 있는 스시 식당으로 긴자 큐베이(Ginza Kyubey), 스시 카네사카(Sushi Kanesaka), 스시 다이(Sushi Dai) 등이다. 7위인 교토의 이즈쥬(Izuju)를 제외하고는 10위까지는 도쿄에 있는 식당들이다.
일본 최고의 스시 전문 레스토랑들
한국 음식에 관해서는 어떤 정보가 업데이트 되어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메뉴 중 하나인 냉면(Naengmyeon)을 입력해보자. 시원한 평양냉면의 사진과 함께 북한의 평양이 표기된 지도가 뜬다. 즉 냉면의 유래가 북한임을 명시하고 있다. 냉면에 관한 설명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냉면에 관한 설명
‘시원한 육수에 메밀이나 전분으로 만든 국수를 넣고 초절임한 무, 삶은 계란, 배를 곁들이며 겨자와 식초로 간을 한다. 냉면은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름 별미다. 겨울에는 마당에 묻어 놓은 항아리에 담은 무김치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냉면은 메밀의 주산지인 북한에서 유래했지만 한국전쟁 이후 전국으로 유행해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먹는다. 한국의 관습에 따르면 냉면은 건강과 장수의 상징이기 때문에 자르지 않고 먹어야 한다. 냉면은 분단된 두 개의 한국을 잇는 문화와 미식의 가교이기도 하다.’
이 정도 설명이면 냉면이 가진 역사, 문화, 사회적 의미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테이스트아틀라스가 꼽은 세계 최고의 냉면집은 어디일까. 1위는 평양에 있는 옥류관이고 2위부터 서울의 냉면집들이다. 우래옥, 오장동 함흥냉면, 평양면옥, 필동면옥, 을밀대 등이 꼽혔다.
마약김밥(Mayak gimbap)과 같은 분식에 관한 정보도 있다. 서울 광장시장에서 시작됐으며, 마약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일단 한 번 맛보면 끊임없이 찾을 정도로 맛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와 있다.
흥미로운 이 사이트는 크로아티아 출신 언론인 마티야 바비치(Matija Babic)가 만든 것으로, 2018년부터 서비스되고 있다. 토탈 크로아티아 뉴스(www.total-croatia-news.com)나 매거진 타임아웃(www.timeout.com)에 실린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세계 각 지역의 전통 음식과 고유한 요리에 대한 정보, 그 음식을 가장 잘 맛볼 수 있는 곳을 제안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이용자의 리뷰에 의해 정보와 랭킹이 결정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전문적인 음식 평론가, 검증받은 파워블로거, 론리플래닛이나 ‘Travel+Leisure’, CNN travel과 같은 전문 매거진이나 매체의 정보를 취합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일반 이용자들의 리뷰에 의존하는 것에 비해 정보의 양은 적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찾는데 더 도움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일반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등록되어 있지 않은 음식의 정보나 식당을 추천하고 싶다면 정보와 사진을 보내달라”면서 “이를 토대로 확인하고 추가 검증을 통해 수용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음식의 기원이나 유래에 관해 지역별로 논쟁이 벌어지는 음식에 관해서는 다양한 사료를 참고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을 수록했고,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정보는 과감히 삭제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논쟁이 벌어졌던 김치는 한국이, 터키와 불가리아 간에 다툼이 계속됐던 요거트는 불가리아가 원조라고 기재되어 있다. 중동권의 대표적인 음식인 ‘후무스’는 중동의 정세만큼이나 원조를 놓고 뜨거운 신경전이 펼쳐지는 음식이다. 때문인지 후무스의 원조 지역으로 레바논, 이집트, 이라크, 이스라엘, 시리아, 터키, 팔레스타인 등 무려 7개국이 수록되어 있다. 세계 최고의 후무스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2곳, 예루살렘 4곳, 레바논 베이루트 3곳, 그리고 미국 필라델피아 1곳 등이 톱 10위에 랭크되어 있다.
테이스트아틀라스는 종종 외신을 통해 접하는 리스티클(목록을 나열하며 쓴 기사) 소스도 많이 제공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 100선,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 100선 따위의 기사가 그것이다.
2월 초에는 한국 최고의 해물 요리 7가지(7 best rated Korean Seafood Dishes)라는 타이틀로 한국 요리를 소개했다. 7위는 산 낙지, 6위는 아귀찜, 5위는 홍어회, 4위는 회덮밥, 3위는 낙지볶음, 2위는 게장이다. 1위는 무엇일까. 바로 참치김밥이다.
**원문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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