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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음식 7 부활절 부활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달걀이다. 교회에서 나누어 주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달걀을 받아본 추억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달걀이 부활절을 상징하게 된 것은 달걀이 가진 의미 때문이다. 속에 깃들인 생명이 알을 깨고 나와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 부활을 닮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달걀을 주고받으며 부활절의 상징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성경에는 부활절 달걀에 대한 기록이 없다. 이 같은 기원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십자군 전쟁 당시 남편을 잃은 여인이 마을사람들의 친절에 보답하기 위해 달걀에 색을 칠해 나누어 줬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미국 남북전쟁 후에 생긴 문화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 17세기 한 수도원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방 종교.. 2017. 4. 16.
그들의 손을 처음으로 잡아 보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 말 밖에 못했다. 열여덟 꽃다운 자식을 떠나보낸 한 어머니. 노란 티셔츠를 입은 그의 마른 어깨를 감싸안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것 밖에 없었다. 그 어머니는 단단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화면과 지면을 통해, 혹은 먼 발치서 그들의 모습은 계속 보아왔지만 이렇게 손을 잡아 본 것은, 끌어 안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누군지도 묻지 못했다. 다가가는 내게 한 어머니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덥석 쥐자 뜨거운 무언가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숨이 막힐 듯한 짧은 순간. 그리고는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 분께 힘을 드리겠다며 기껏 끌어안아 놓고는 오히려 그 분이 들썩거리는 나를 진정시키느라 휘청이고 있었다. 지난 1.. 2017. 4. 16.
푸드립 9 스키야키 지면에 연재를 하면서 이런저런 자료와 책을 찾아보게 된다. 최근에 취재하다 발견한 자료에서 ‘승기악이’라는 이름을 만났다. 이게 뭘까.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이덕무가 남겼던 문헌에 이 단어가 나온다. 외국 음식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승기악이’, ‘가수저라’라는 음식을 언급하고 있다. 외래어를 당시의 말로 표현한, 가차자로 표기한 음식이다. 짐작하겠지만 승기악이는 스키야키, 가수저라는 카스테라다. 그가 “술과 음식을 가지고 서로 즐기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고 한 것을 보면 당시 실학자들은 요즘과 같은 식의 푸디였을 것 같다. 적어도 조선 정조 때는 스키야키가 국내에 들어와 있었다는 것인데 일본 음식 스키야키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조선통신사를 통해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스키야키는 누구나 알다.. 2017. 4. 10.
종교와 음식 6/ 두부 두부는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가장 친근한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두부는 불교와 깊은 연관이 있다. 아마도 불교가 없었다면 현재까지 전해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 두부가 전래된 것은 중국과 불교문화 교류가 활발했던 통일신라시대 즈음인 것으로 추측된다. 처음부터 서민층의 음식은 아니었고 고려·조선을 거치면서 상류층의 음식으로 발달했다. 특히 불교가 국교이던 고려시대에 두부는 사찰에서 부처님께 공양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이 때문에 사찰에서 주로 두부를 만들었다. 당시 사찰은 많은 토지를 소유했고 부가 집중되어 있었던 터라 음식문화를 선도했고 자연히 두부 제조법도 사찰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두부가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고려 성종 때 최승로가 썼던 로 알려져 있다. 성종이 미.. 2017. 4. 10.
부활절 천일기념일 대각개교절을 아시나요 4월은 주요 종교의 최대 축일이 몰려 있는 달이다. 대표적으로는 그리스도교의 부활절이 있다. 부활절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가 다시 살아남을 기념하고 찬양하는 날이다. 올해 부활절은 16일이다. 부활절 날짜는 매년 달라진다. 춘분 이후 최초의 만월 다음에 오는 첫번째 일요일. 이렇게 정하는 방식은 325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 신앙 성문화를 위해 소집한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됐다. 대체로 3월22일부터 4월26일 사이에 지켜진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부활절은 16세기의 그레고리력으로 계산해 정해지지만 정교회는 1세기에 만들어진 율리우스력으로 부활절을 정하기 때문에 종파간에 부활절 날짜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종파간 부활절 날짜를 통일시키려는 움직임은 오랫동안 있었으나 역사적·신학적 논쟁이 수.. 2017. 4. 4.
종교와 음식 5 성당 미사주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포도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예수의 피를 상징한다. 신자가 성찬을 통해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예수의 고난과 부활에 동참하는 것을 뜻한다. 천주교 미사 때 성찬전례에서 사용되는 포도주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의 엄격한 규정에 맞춰 특별 생산되는 미사주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미사주는 경북 경산에 있는 롯데주류 공장에서만 독점적으로 생산된다.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얻어 국산 미사주인 ‘마주앙 미사주’ 생산을 시작한 것이 1977년이니 올해로 40년째다. 지난 28일 방문한 경산 롯데주류 공장에선 미사에 사용되는 백포도주를 병에 넣어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루 생산량은 3만ℓ, 700㎖ 용량 4만2600병 규모다. 연간 생산량은 백.. 2017.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