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는 오신채(五辛菜)라는 것이 있다. 다섯 가지 맵고 자극성이 강한 음식으로 마늘과 파, 달래, 부추, 그리고 흥거다. 평생을 수행에 힘쓰는 스님들은 이를 섭취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맵고 자극적이고 강한 냄새를 갖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이 음식들이 수행을 방해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몸에 양기(陽氣)를 불어넣는 음식이어서다. 정력을 강화하고 성욕을 일으키는 효과가 높다.
오신채 중에서도 마늘은 그 힘이 가장 강력하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정력식품으로 각광받아 왔다. 한의서에서는 마늘을 흥양도(興陽道)라고 부른다. 성기능을 흥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마늘은 정력제로 활용되었다. 일부다처제를 유지하며 성생활 횟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인 중동지역 남성들도 매일 마늘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색한의 대명사 격인 카사노바도 마늘을 즐겨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정지천 원장은 “마늘은 정력제를 넘어서 최음제로도 작용한다”면서 “한의학뿐 아니라 서양의학에서도 마늘은 성호르몬 분비와 혈액 순환 촉진의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부추 역시 기양초(起陽草·양기를 일으키는 풀)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정력제로 꼽힌다. 실제로 부추는 아무데나 씨를 뿌려 놓고 손대지 않아도 잘 자라는 채소다. 흥거는 국내에선 익숙지 않다. 중국 남부나 대만 지역에서 많이 나는데 불가에서 흥거가 진화한 형태로 보는 것이 양파다. 이 때문에 스님들은 양파도 먹지 않는다.
오신채 금지를 언급한 불교의 경전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수능엄경>은 ‘오신채를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생겨나고 날것으로 먹으면 3가지 독심을 일어나게 한다’고 적고 있다. 3가지 독심은 탐(貪), 진(瞋), 치(癡)를 말하는데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을 일컫는다.
고추도 맵고 열성이 강한 음식이다. 그런데 고추는 왜 먹는 걸까. 지리산 금수암 주지이자 금당전통음식연구원 이사장 대안 스님은 “고추나 생강도 열성을 가진 음식이지만 그 정도가 약하고 지독한 향도 없어 수행을 방해하는 산란심(어지러운 마음)을 크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선불교 전통이 강한 곳에서는 오신채를 금지하는 문화가 엄격하게 지켜진다. 중국 양무제 시대에는 이를 나라의 법으로 정해놓기도 했다. 참선 수행을 중시하면서 사찰 내에서 스스로 음식을 지어 먹는 과정도 중요한 수행의 과정으로 여겼고,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불교의 정신과 결합해 채식 중심의 사찰음식 전통이 만들어졌다.
반면 탁발문화가 남아 있는 남방불교에서는 오신채를 금하지 않는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신자들이 주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것이 수행의 방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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