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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힐링

종교와 음식 1 일본 천주교와 덴푸라

by 신사임당 2017. 3. 20.







지난 1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됐다. 사순절은 예수의 부활 전 40여일간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기간이다. 올해는 재의 수요일인 3월1일부터 부활절(4월16일) 전까지다. 기독교에서는 이때 성경을 묵상하고 금욕하며 경건하게 보내도록 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순절 기간 고기를 먹는 것이 금지됐으며 금식을 하는 전통을 지켰다. ‘쿠아투오르 템포라(Quatuor Tempora)’ 때도 마찬가지다. ‘사계재일(四季齋日)’로 번역되는 이 말은 4계절마다 각각 3일씩 고기를 먹지 않고 금식을 하며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때다. 


국내에 튀김으로 알려진 일본 요리 ‘덴푸라’는 천주교의 이 같은 의례에서 유래됐다. 16세기 포르투갈 선교사에 의해 일본에 천주교가 전해졌다. 당시 포르투갈은 이 기간 동안 고기 대신 생선을 튀겨 먹었는데 이런 관습이 일본 신자들에게도 퍼진 것이다. 쿠아투오르 템포라 기간에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튀김요리는 이후 일본인들의 발음에 맞게 덴푸라(Tempura)로 바뀌어 오늘에 이른다. 


덴푸라는 일반 튀김요리에 비해 튀김옷이 매우 얇다. 포르투갈식 튀김은 밀가루로 두꺼운 튀김옷을 입혔지만 일본 에도시대 당시의 요리 문화는 원재료의 신선함을 가장 중요시했다. 이 때문에 최대한 얇게 튀김옷을 입히면서 속이 다 비칠 뿐 아니라 바삭바삭한 식감을 가진 현재와 같은 덴푸라가 완성됐다. 일본 문화에 조예가 깊었던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덴푸라가 포르투갈에서 왔다고 하나 일본인의 손을 거쳐 빼고 고치고 기교를 더해 정교하게 다음어 완성한 것”이라며 “시공을 초월한 음식”이라고 묘사했다(대만 역사학자 후촨안의 <일본, 엄청나게 가깝지만 의외로 낯선>에서). 


1940년대 창립된 일본의 덴푸라 전문점 도텐카이(東天會)는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덴푸라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신부가 일본에 온 것이 1549년인데 그즈음 덴푸라가 전래되었다. 덴푸라는 크리스트교의 종교 용어에서 나온 것으로 쿠아토로 텐푸라시에서 따온 것이다.’


일본 항구도시 나가사키는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첫발을 디딘 곳으로, 포교의 중심지였다. 지금도 일본 천주교 인구의 15%가 나가사키에 집중돼 있다. 최근 개봉한 마틴 스코세이지의 영화 <사일런스>는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하던 17세기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유럽의 카니발 문화는 사순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순절 기간 내내 고기를 먹을 수 없고 향락을 즐길 수 없기 때문에 그 직전 며칠간 축제를 열며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서 유래됐다. 요즘 천주교에서는 사순절 기간 중 첫날인 ‘재의 수요일’과 예수가 죽음을 맞은 성 금요일 이틀간 한 끼씩을 단식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재의 수요일과 매주 금요일을 고기를 먹지 않는 ‘금육’일로 정해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리고 도덕적, 영적 향상에 힘쓰도록 하고 있다. 사순절 첫날인 ‘재의 수요일’은 사제가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상기시키며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에서 생긴 명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