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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통신71

'4.3'은 무엇인가 얼마전 제주에 다녀왔다. 4.3을 앞두고 이에 대해 기억하고 기록해보고 싶어서였다. 올해가 4.3 70주년이라서 생각해 본 기획이었는데 내내 반성을 많이 했다. 과연 내가 4.3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었던건지, 왜 지금까지도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건지 하나하나가 마음을 찔렀다. 마치 내게 4.3은 그저 막연한 현대사의 사건, 임진왜란 정도의 거리감을 가졌던 것 같다. 아니, 임진왜란이라면 그래도 기승전결을 대략 알기라도 하지, 4.3에 대해선 어떤 이해의 시도조차 안했던 것 같다. 제주에 출장갔는데 여전히 관광객은 많았다. 길거리 곳곳엔 ‘4.3 70주년 추념식’을 알리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우연히 관광객으로 보이는 두 중년여성의 대화를 듣게 됐는데 그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는 이랬다. 4.. 2018. 3. 25.
평창올림픽과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보스니아 올림픽 개막식을 봤다면 대부분 저마다에겐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을거다. 김연아 선수의 최종 점화나 통가 기수, 인면조 등은 특히 많은 관심을 끌었다. 물론 이런 장면도 기억나지만 내게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생각나는 것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선수단의 입장 장면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는 1984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곳이다. 엄밀히 말하면 유고연방 해체 전이니 유고슬라비아의 도시 사라예보에서 열렸다. 흔히 동계올림픽은 선진국들만의 리그라고 한다. 부자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데 메달획득은 물론이고 참가하는 나라 역시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 하계올림픽에 비하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국가의 참여율이 월등히 떨어진다. 고가의 장비와 설비가 필요한 경기가 대부분이다보니 가난.. 2018. 2. 13.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 김승섭 교수의 은 지난해 여러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건조할 수 있는 보고서 형식을 띤 이 글은 그 어떤 격문보다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또 잊지말고 냉정하자며 다짐하게 만들었다. 생뚱맞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 논쟁을 보면서 이 책이 생각나 다시 들춰봤다. 그중에서도 맨 마지막 챕터 '당신의 공동체는 안녕하신지요'의 뒷부분에 저자는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보자고 썼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그 마지막 부분에 줄을 쳐놓았고 심지어 '나의 다짐' '잊지 말자' 따위의 메모를 적어놓기도 했다!! 심지어 좀 훌쩍거리며 적어놨던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나(그렇다고 몇달이 지난 것도 아니고) 다시 보니 누가 볼까 싶어 얼굴이 화끈거리긴 했다. 하지만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이같은 즉자적.. 2018. 1. 10.
'여혐이나 남혐이나 그게 그거'라 생각하신다면 얼마전 대화끝에 딸아이가 그랬다. 엄마도 어쩔 수 없어. 명예남자야. 명예남자가 무슨 말인지 아는터라 발끈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그랬더니 그동안 내가 했던 생각과 표현들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그게 현명한 생각인양 말한다는 것이다. 일베, 메갈 논쟁 등과 관련해서도 '그런다고 똑같은 방식으로 하면 안된다' '둘 다 나쁜거 아니냐'는 식으로 내가 표현을 했었다면서. 그런 식의 표현들은 점잖은 척 하는 꼰대들의 가증스러운 대화법이라고 잘라말했다. 확 열은 올랐지만 표독스럽고 냉정한 딸아이의 말이 맞긴 맞았다.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었고 은연중에 표현했고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몰랐다. 일견 이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갈피를 못 잡는게 더 많았고,.. 2018. 1. 9.
남자들이여 주방으로 들어가라 예전 TV 광고의 하나. 중견 배우 백윤식이 김치를 맛보며 이렇게 말한다. 김치가 짜다... 사랑이 식은거지 뭐. 그땐 재밌다고 꽤 화제가 됐었는데 요즘 방영됐더라면 꽤 많은 비판을 불렀을지도 모른다. 요리는 그 자체로 삶을 영위하는 과정이다. 살기 위해 숨쉬고 걷는 것처럼, 먹고 살기 위해 요리를 한다. 요리라는 행위를 통해 즐거움을 찾고 기술, 혹은 예술적 발전과 성취에 도전하는 것은 차후의 문제. 일단은 삶을 이어가는데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다. 어느 때부턴가 요리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됐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웃을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은 숭고하고 아름다운 행위다. 나 역시 그렇게 요리를 하고 함께 먹는 것은 기꺼이 하고 싶고, 또 즐겁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 2018. 1. 9.
늙어감의 기술 걸핏하면 '늙어서~'가 입에 붙었다. 몸이 욱신거릴 때도, 하루에도 몇번씩 깜빡깜빡 잊어버릴 때도, 말이 헛나올 때도 계속 이 말을 달고 산다. 사실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평범한 형용사일뿐인데 나의 잘못과 실수, 몰지각, 방종, 미필적 고의까지 이 단어 하나에 때려넣고 합리화하며 면죄부를 삼고 있다. ㅠㅠ. 그런 반성을 하면서도 '늙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데 따른 우울함과 무기력을 완전히 떨쳐내기도 힘들다. 다들 모이면 어디 아픈데 좋은 병원, 무슨 증세에 특효인 약과 건강식품, 매일 습관을 붙이면 좋을 운동법 등을 주고받느라 부산하다. 갈짓자로 흐트러지며 '늙다'는 단어를 남용하고 본의아니게 모욕하던 차에 생각과 습관을 정리정돈하도록 도움을 주는 책을 만났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교수이고.. 2018.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