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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통신71

인셀, 일그러진 분노, 그리고 절망에서 오는 에너지 캐나다 차량돌진 용의자는 인셀이었다 얼마전 국제 뉴스에서 인셀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차량을 몰고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살해했던 사건의 용의자가 '인셀'이라는 것.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로, 여성과 성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성들을 일컫는다고 기사에 설명이 돼 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났던 것이 미셀 우엘벡의 소설 이었다. 이 책의 중간 부분엔 소위 '인셀'이 어떻게 범죄에 이르게 되는지(책에서 범죄를 저지르는데까지는 가지 않는다) 여러 요인의 추동과정과 그 심리상태의 변화가 묘사돼 있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동료 라파엘 티스랑은 말하자면 '모태 인셀'이다. 스물 여덟살의, 성경험은 커녕 여자친구를 한번도 사귀어보지 못했다. 책.. 2018. 5. 1.
국제뉴스를 보는 시각에 균열을 내는 책 특정한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가 받아들이고 파악하는 본질에는 큰 차이가 있다. 뉴스를 접하고 다루는 입장에서 항상 이 점을 간과하지 않으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휩쓸려 다닐 때가 부지기수다. 가까운 곳, 비교적 익숙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그럴진데 하물며 이역만리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더더욱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특정한 누군가가 바라보고 해석하는대로 따라가거나 쉽게 믿기 마련이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제 3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두고 해석하는 일들이 대체로 그렇다. 나를 비롯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중동 뉴스나 아프리카 소식들을 영미권 언론이 전해주는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왔다. 앞으로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 2018. 4. 23.
미셸 우엘벡을 끊을 수 없는 이유 미셸 우엘벡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으나 결론적으로는 잘 안됐다. 특정 작가나 감독, 배우에게 꽂히면 그걸 덕질하는 수준으로 파는 편인데 미셸 우엘벡의 소설은 거진 읽은 것 같다. 읽을 때 마다 아 끊어야지,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이러면서도 자꾸자꾸 손이 가다 지금에 이르렀다. 최근에도 그의 책 을 다시 읽었다. 우파 아나키스트라고 자처하는 그는 극단적 자유주의자로 봐도 무방하다. 현란한 지적 배경을 바탕으로 온갖 지식과 ‘썰’을 풀어내는 그의 화자들은 자기 비하적인 태도를 취하며 무심한 듯 툴툴거린다. 허무하고 냉소적인 특유의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비루한 척 하지만 그 바탕엔 은근한 깐족거림이 깔려있다. 아무튼 현실로 본다면 썩 기분좋은 방식은 아닌데도 그가 풀어내는 썰을 듣고 싶어 견딜 수.. 2018. 4. 5.
4.3에서 개신교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4.3과 관련해 제주도민들에게 악몽과 같은 이름은 서청, 즉 서북청년회 혹은 서북청년단이다. 육지에서 경찰 보조로 제주에 내려와 도륙과 만행을 일삼았던 이들이다. 말 그대로 북한의 서북지역 출신들이 중심이 돼 결성됐다.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많은 이들이 이를 피해 월남했다. 공산정권에 의해 탄압받으면서 월남한 이들은 자연히 뼛속부터 공산당에 대한 적개심이 사무쳐 있었다. 당시 정권은 이들을 지배의 도구로 활용했고 이후 이 세력 자체가 힘을 키우고 성장하면서 한국의 주류 기득권이 됐다. 역사적 기록에 보면 서청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것이 4.3 진압이다. 47년 총파업 후 미군정에 의해 ‘빨갱이 섬’으로 낙인찍힌 제주도에 정권은 서청을 파견한다. 빨갱이 때려잡는 일이 존재의 이유였을 이들에게 ‘빨.. 2018. 3. 25.
4.3 진상규명, 그리고 사람들 4.3 진상규명 과정, 그리고 사람들 왜 이렇게 오래도록 묻혀 있었을까. 그것은 파란만장한 우리 현대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군사독재 권위주의 정권 기간 동안 이 사건은 지하에 꽁꽁 묻혔다. 그들의 치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자유당 정권이 몰락하면서 4.3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듬해 5.16 군사쿠데타로 모든 것이 중단됐다. 진상규명을 하려든 이들이 구속돼 옥고를 치렀고 유족들 역시 고초를 겪었다. 게다가 경찰은 모슬포 지역 예비검속 희생자 유족들이 세웠던 ‘백조일손 위령비’를 부숴 땅에 묻어 버렸다. 20년 가까이 군사정권이 집권하며 이에 대한 논의가 금기됐다. 1978년 소설가 현기영이 ‘순이삼촌’이라는 소설을 발표했지만 그 역시 이 소설을 썼다.. 2018. 3. 25.
4.3의 처참한 기억들 4.3이라는 비극을 이념으로 난도질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실상은 3만명에 이르는 무고한 양민 대다수가 군경토벌대에 의해 희생됐다는 사실엔 변화가 없다. 무장해서 산으로 올라간 ‘무장대’의 공격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원인 때문에 ‘정당한 진압’이라는 주장이 지난 권위주의 정권동안 힘을 얻어 왔는데 실상 가해 현황을 보면 군경 토벌대에 의한 희생이 전체의 84.3%였다. 희생자의 현황을 보면 여성이 20.9%, 10세 이하 어린이가 5.4%, 61세 이상 노인이 6.3%다. 5.4%라는 비율을 숫자로 보면 772명에 이른다. 특정한 공간, 특정한 시간 동안 어린이 772명을 죽였다는 것은 어떤 변명과 설명으로도 납득이 안된다. 10살도 안된 아이들이 불순한 뒷배경이었다는 이야기이니 말.. 2018.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