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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비엔나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10개의 신상 레스토랑들 여행가고 싶어 미치겠다! 이렇게 외칠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그래서 요즘 시작했다. 여행준비를. 뭔 여행준비냐고? 이 상황이 5년, 10년간 이어지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적어도 3년 후 쯤에는 다시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히려 지금 여행지를 정해서 차근차근 정보를 정리해 놓아야겠다 싶다. 원래 여행 준비 하는데 가장 오래 걸리던 시간이 먹고 마실 장소에 대한 정보찾기였는데 이런 때 미리 찾아놔야겠다. 평소같으면 급부상한 인스타용 맛집에 낚일 가능성이 많았겠지만 오히려 방문 리뷰가 공백 상태인 지금이야말로 나만의 세렌디피티 후보지를 추려놓기 좋은 때라고 본다. 최근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도시는 비엔나다. 8년전 가봤던 이 도시는 너무나 즐기고 체험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3.. 2021. 5. 19.
'섹스의 아인슈타인'을 아시나요? ‘섹스의 아인슈타인’(The ‘Einstein of sex‘). 혹자는 웬 어그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제대로 걸려들고 말았다. 솟구치는 호기심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으니 말이다. ‘오늘의 약사(略史)’ 따위의 잡학에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 우연찮게 발견한 기사가 다음과 같은 제목을 달고 있었다. 1868: The ‘Einstein of Sex’ Is Born (And Dies). 1868년, 섹스의 아인슈타인이 태어나고 죽다. 출처는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 기사의 주인공은 유대계 독일인 마그누스 허쉬펠드(Magnus Hirschfeld)다. 그는 드물게도 태어난 날과 사망한 날이 같은데 1868년 5월14일이 생일, 1935년 같은 날이 기일이다. https://www.haaretz... 2021. 5. 14.
뚱뚱한 화요일에 늦봄의 페르시아 정원을 떠올리다... 음식은 정체성이다. 특정한 문화집단 뿐 아니라 제각각 개성을 가진 개인들까지 설명하고 표현한다. 그래서 음식은 소통의 물리적 언어가 된다. 연대와 추억, 혹은 구별짓기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영화 는 음식이 갖는 이 전형적인 기능과 미덕을 보여주는 영화다. 제목에서도 충분히 그 전개가 짐작이 된다. 실제로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밍밍할만큼 뻔하고 잔잔한 영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가 좋다. 음식이 비슷한 기능을 했던 영화 에 비해 훨씬 가볍고 말랑한 동화같은 이 작품에서 생소한 세계 각국의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 달콤하고 따뜻하고 포근하다. 처음 들어본 디저트들이 꽤 많이 나오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리속은 여느 때처럼 두갈래로 움직였.. 2021. 2. 15.
고금소총이 서울대 선정도서였다면? 우리나라 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관심 가질 리스트가 있다. 바로 서울대 선정 고전시리즈. 50선, 100선 등등 버전이 있다. 물론 다른 주체들이 선정한 고전 리스트들도 있는데 대체로 목록을 살펴보면 비슷하다. 좋은 책이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알아보는 것일테니 말이다. 나 역시 이런 목록들을 저장해놓고 몇권을 읽었는지 체크해 보기도 했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한적도 여러번이다. 좋은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는 것이야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간간이 그런 생각을 꽤 했었다. 이거 정한 사람들이 과연 이 책을 다 읽어봤을까. 물론 그런 사람들이 완전히 없지는 않겠지만 거의 그렇지 않을거라는 내 생각에 확신을 가졌던 책이 있다. 바로 데카메론이다. 물론 이 책. 너무나 재미있고 많은 역사적 의미를 가진, 사료적으.. 2020. 12. 16.
정확한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리베카 솔닛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제시했던 리베카 솔닛의 책이라는 이유. 그렇게 집어들었다가 머리말부터 당장 읽지 않고는 못 배길정도로 흡인력있던 책.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무대책, 무관심, 망각을 눈감아주고 완충해주고 흐리게하고 가장하고 회피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거짓말들을 끊어낸다. 호명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호명은 분명 중요한 단계다." 호명은 정말 중요하다. 이름을 제대로 찾는 것은 해당 주체나 대상의 성격, 본질, 근본적 의미를 드러내주는 것이고 그것이 역사를 통해 받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만 들어도 그렇다. 지금이야 4.19 혁명으로 불리지만 수십년간 4.19의거로 불렸고 5.16 군사 쿠데타는 역시 수십년간 5.16 혁명으로 불리지 않았던가. 지금도 정.. 2020. 12. 15.
평생 곁에 두고 함께 갈, 벗 같은 책 빅터 프랭클. 혹자는 제목보고 기겁하고 외면할 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오랫동안 그랬다. 2차대전, 수용소, 가스실. 인류가 겪은 가공할 불행의 시대, 그 시대를 견뎌낸 개인이 쓴 불행과 고통의 기록. 잔인하고 끔찍한 이야기들을 되새기는 것이 싫어서 한쪽으로 치워두고 있던 책이다. 그런데 우연찮게 펼치면서 한숨에 휘리릭 읽게 되는 책. 건조하고 담담한 필체로 써내려간 글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들여다보듯 눈앞에서 머리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리고는 자꾸 생각난다. 고민스러울 때,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 막막할 때, 답답할 때 이 책을 다시금 들춰보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좀 차분해지면서 정리가 된다. 이 시기의 비극을 기록한 글들, 영상물들은 많다. 이 책 역시 개인의 체험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오스트리.. 2020.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