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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곁에 두고 함께 갈, 벗 같은 책 빅터 프랭클. 혹자는 제목보고 기겁하고 외면할 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오랫동안 그랬다. 2차대전, 수용소, 가스실. 인류가 겪은 가공할 불행의 시대, 그 시대를 견뎌낸 개인이 쓴 불행과 고통의 기록. 잔인하고 끔찍한 이야기들을 되새기는 것이 싫어서 한쪽으로 치워두고 있던 책이다. 그런데 우연찮게 펼치면서 한숨에 휘리릭 읽게 되는 책. 건조하고 담담한 필체로 써내려간 글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들여다보듯 눈앞에서 머리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리고는 자꾸 생각난다. 고민스러울 때,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 막막할 때, 답답할 때 이 책을 다시금 들춰보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좀 차분해지면서 정리가 된다. 이 시기의 비극을 기록한 글들, 영상물들은 많다. 이 책 역시 개인의 체험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오스트리.. 2020. 12. 15.
8년의 기다림... 다시 그의 시간이 시작된다 피아니스트 임동민을 만나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지만 국내 클래식 음악 관객층의 저변은 탄탄하지 않다. 척박한 시장에서 그나마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세계적인 콩쿠르 입상자들의 무대 정도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티켓 파워를 갖고 있는 소수의 ‘스타 연주자’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쇼팽 콩쿠르. 조성진이 우승하기 10년 전인 2005년 한국인 최초의 입상. 주최국인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가 1위를 차지한 상태에서 2위 없는 3위에 나란히 입상했던 한국의 20대 형제들. 임동민, 임동혁은 그렇게 클래식 음악사에 기록을 남겼다. 앨범을 녹음하고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주요 도시를 누비는 연주 일정은 영광의 주인공들을 기다리는 일반적 과정이다. 동생 임동혁의 이후 행보는 .. 2019. 10. 17.
왜 클래식 음악 용어는 이탈리아어로 만들어졌을까?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카페라떼, 아메리카노, 아포가토, 마키아토... 커피와 관련된 이 용어들은 세계 어디서나 통한다. 이 용어는 모두 이탈리아어다. 왜 이탈리아어가 커피와 관련한 용어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었을까. 바로 커피의 정수를 추출해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세계 커피 산업과 트렌드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어가 ‘장악’한 분야는 또 있다. 바로 음악이다. 클래식 음악 악보를 접할 때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용어는 모두 이탈리아어다. 안단테, 포르테, 피아니시모, 크레센도, 칸타타, 디미누엔도, 스타카토, 프레스토, 레가토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왜 그럴까. 우리가 익히 아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를 비롯해 클래식 음악사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이 대.. 2019. 8. 26.
동양인 최초의 라디오 프랑스 필 악장, 박지윤을 만나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단원들이 모인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악장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4)이었다. 현재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소속인 그는 지난해 12월 동양인 최초로 이 오케스트라 종신 악장으로 임명돼 음악계에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악장은 ‘콘서트 마스터’(Concert Master)라 칭한다. 그만큼 책임감이 무거운 자리다. 통상적으로 오케스트라의 가장 앞 줄, 객석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 앉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악장이다. 지휘자와 단원 사이를 조율하고 지휘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 명확하게 전달하는 역할로, 리더십과 책임감, 뛰어난 연주 실력이 갖춰져야 한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간판 오케스트라로, 지휘자 정명훈이 15년간 음.. 2019. 8. 23.
'마약'에 대한 많은 것을 한번에 이해시키는 책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요즘처럼 미디어에 마약이 많이 언급되는 때가 또 있었을까. 마약과 연루된 유명인들 뉴스를 비롯해 마약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에 관한 경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넘쳐나고 있다. 마약. 무섭고 두렵다. 그런데 우린 잘 모른다. 이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 있다. 지난해 출간된 (동아시아)이다. 잡고 나서 한숨에 휘리릭 읽게 될 만큼 쉽고 재미있게 쓰였다. ‘오후’라는 필명의 저자는 방송작가와 기자 등 여러가지 직업과 저작 경험을 통해 일반인들의 마약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들을 알려주고 있다. 마약하면 일단 공포감, 두려움, 경계심과 함께 한편에선 약간의 호기심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우리가 갖고 있는 오해와 호기심을 상당.. 2019. 5. 6.
르네상스 시대에도 어벤져스가 있었다 올해 최고의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4번째 시리즈 이 개봉했다. 예상대로 흥행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중이다. ‘어벤져스’는 지구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 팀으로, 마블 스튜디오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생뚱맞지만....르네상스 시대에도 어벤져스로 꼽힐만한 상상력의 산물이 있었다.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라파엘로가 그린 이다. 현대의 어벤져스가 ‘전투력’에서 히어로라면 당시의 대중들을 사로잡았던 어벤져스는 ‘지식’의 히어로들이다. 라파엘로는 기원전 1500년 경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조로아스터부터 12세기 이슬람 철학자 이븐 루시드에 이르기까지 역사속의 천재들을 한자리에 불러내 지식과 논쟁의 향연을 펼친다. 인류 문명사의 주춧돌을 쌓아 올렸던 고대 지식인 올스타전인 셈이다. 바티칸궁 ‘서명의 .. 2019.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