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네요.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왔던 프로그램 <짝> 출연자의 자살이라니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을 많은 분들 계실텐데 제 2, 제 3의 피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짝>은 2011년 시작된 장수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SBS 스페셜 다큐로 기획됐던 프로그램입니다. 제작진은 한국인이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과정을 담는다는 취지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했습니다. 짝을 찾고 짝을 지어 이별까지 이어지는 순환과정을 들여다보면서 한국인은 어떤 특성과 기질을 보여주는지를 관찰한다는 것이었지요. 3부작으로 기획됐던 이 프로그램의 1부가 짝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편에서 20, 30대 초반의 남자 7명과 여자 5명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짝을 만나고 끌리는지를 지켜보는 것이었지요. 애정촌에서 7일간 머무르면서 결혼을 전제로 짝을 찾는 과정에 몰입하면서 관심과 호감이 있는 이성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커플이 맺어지는지를 보여줬습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무척이나 신선했고 큰 재미를 줬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덕에 예능적 성격을 지닌 다큐멘터리였던 이 1부가 이후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면서 현재의 <짝>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좋았던 기획의도와 취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색됐습니다. 출연자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들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부분까지 소비되는 등 연예인화되고 프로그램이 예능·오락적 흥미 위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부작용과 문제점들도 꾸준히 노출됐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비판과 지적도 많았습니다.
워낙 오랫동안 노출돼 온 프로그램인만큼 출연자들의 행동도 매뉴얼화 되었고 리얼 즉 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데서 오는 씁쓸함은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동시에 흥미라는 프로그램의 목적을 충족시키려다보니 소위 악마의 편집, 조작, 왜곡 논란도 많았습니다. 이는 출연자들의 폭로 등으로 여러차례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이같은 편집스타일이나 대중들에게 노출되면서 단련된 연예인들과 달리 일반인들은 이같은 충격이나 자극에 견디기가 약한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을 섭외하고 이들이 이같은 자극에 노출되도록 한 뒤 나오는 반응을 채집해 다시 여흥과 오락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척이나 잔인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출연한다고 하는 것이 이를 감수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초기의 의도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변질됐다는 것이 문제일 것입니다.
이같은 편집 때문에 짝 출연자들은 방송 전보다 오히려 방송 후에 더 큰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남녀가 숫자를 달리해 경쟁하는 구도이다보니 자신이 매력을 경쟁적으로 어필해야 하고 그 안에서 선택하고 선택받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이어집니다. 자연히 의도했건 하지않았건 모멸감을 느낄 상황도 충분히 발생해 왔습니다. 그리고 개인인 이들은 방송에서 화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털을 중심으로 내밀한 사생활까지 재탕으로 까발려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어쨌든 그동안 변화에 대한 요구가 많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결국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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