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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연애시대 보고싶다

by 신사임당 2014. 1. 29.

며칠전 대중문화부 이혜인기자가 쓴 기사는 요즘 드라마가 이혼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관용적으로 이혼은 가정파괴에 지탄받을만한 일, 붉은 낙인처럼 묘사되고 그려졌지만 최근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이혼은 사랑의 한 과정, 새로운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의 방편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거지요.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 마디>는 같은 동네에 사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소심한 가정주부 나은진(한혜진)과 상대방 남성 유재학(지진희)이 등장한다. 나은진과 유재학 각각의 가정은 겉에서 보기에는 평범하고 화목하다. 그러나 두 가정의 부부들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여 있을 뿐 서로에게 신경을 쏟지 않고 있다. 하지민 이드라마에서 불륜은 가정을 깨는 원인이 더이상 아니다. 이들은 불륜을 통해 서로의 가정이 겪고 있던 소통 부재를 발견한다. 이혼을 떠올리며 가정을 지켜야할 이유에 대해 고민한다. 은진은 극 중에서 “결혼과 동시에 낭만성을 잃어버렸다” “사랑하지 않으면 왜 결혼을 유지해야 되느냐”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오은수(이지아)는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이혼을 택하고,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면서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는다. 은수는 첫 결혼생활에서 비정상적인 시집살이에 시달리다 이혼을 택한다.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재벌가의 남자 김준구(하석진)와 재혼하지만, 그의 외도로 인해 다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은수의 첫 남편인 정태원(송창의) 역시 재혼하지만 사랑없는 결혼에 불행하다. 반복되는 결혼으로도 행복을 찾을 수 없었던 은수와 태원이 행복을 찾기 위해 고려하게 되는 것은 이혼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씨는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는 장르 자체가 보수적이라 변화의 속도가 느리지만, ‘결혼제도’를 바라보는 달라진 시각이 드라마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이 절대선이 아니라 나의 행복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되면서, 불륜과 이혼에 대한 시선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 결혼은 적당한 시기에 누구나 거쳐야할 통과의례이며 의무로 여겨졌으나, 요즘에는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서 결혼을 하는지’, ‘결혼을 하복한 것인지’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SBS 김영섭 총괄 프로듀서(EP)도 “요즘은 시청자들이 결혼이나 이혼을 가족들 간의 문제가 아닌 당사자들의 문제로 중요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예전처럼 단순히 결혼생활의 문제를 다루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떨림을 짚어주고 깊이있게 그려주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부의 이혼이 주요 소재가 됐던, 예전과는 새로운 참신한 시각으로 상큼하게 그려졌던 드라마하면 

바로 2006년 방송됐던 SBS <연애시대>가 떠오릅니다. 이 드라마는 이혼 부부의 만남과 이별, 재결합에 이르는 과정을 영화같은 감각적인 영상에 담아냈습니다.


감우성과 손예진이 풀어냈던 이 드라마는 '헤어지고 나서 시작된 이혼부부의 기묘한 연애담'이라는 주제가 호기심과 흥미를 끌었죠. 보통은 사랑에서 시작해서 결혼하고 갈등을 겪어 이혼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거나 혹은 전형적인 트렌디 드라마라면 미혼의 남녀가 만나사랑으로 완성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드라마는 자녀를 잃고 헤어졌던 부부가 다시 만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는 형식이었습니다. 

앞선 기사에서 언급된 드라마는 이혼을 하고 새 사람을 만나는 과정의 정당성과 보편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이혼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리멸렬한 감정싸움이나 다각관계의 갈등구조에 의존하는 대신 독립된 개인들의 삶과 생각을 그대로 존중하고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다소 무리한 설정과 돌출 캐릭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또 현실의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고민하는 대신 이같은 뾰족한 화두들을 스타일과 분위기로 덮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점에선 아쉬움이 있었던 드라마죠. 


그래도 지금쯤 다시 보고 싶습니다. 오바이트 하듯 감정표출이 넘쳐나는 드라마의 홍수속에서 이 드라마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떨림과 여운을 남겼던 작품입니다. 문정희와 오윤아, 서태화, 이진욱, 지진희 등의 연기를 다시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