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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떠나간지 9년 아름다운 그녀 이은주

by 신사임당 2014. 2. 22.

무심코 들여다본 인터넷에 실시간 검색어로 이은주 라는 이름이 올라오네요. 

무슨 이은주? 하고 찾아보니 9년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배우 이은주입니다. 

제가 국내 여배우 중 가장 좋아했던, 그 이은주의 사망 9주기를 맞아 추모식이 진행됐다는 뉴스도 함께요. 

벌써 9년이지났네요. 

당시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던 자살소식, 그녀의 자살을 둘러싼 추측과 온갖 억측들. 그녀가 떠나간 뒤 그녀의 출연작들을 반복해보며 헛헛한 마음을 달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녀의 모습을 돌이켜 보고 싶습니다. 




데뷔 초기 교복모델로 활동했던 광고 포스터네요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 당차고 자의식 강한 구지원으로 나왔었죠.




1999년 영화 <송어>. 강수연씨 동생으로 나왔던 이 작품 기억나시죠..  맨 위 사진은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 아래 두장은 네이버 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200년 2월18일 동아일보 인터뷰 기사입니다. 


탤런트 겸 영화배우 이은주(20)는 이제 ‘겨우’ 단국대 연극영화과 1년에 재학하고 있는 재기발랄한 신세대다. 하지만 SBS 인기 일요드라마 ‘카이스트’(밤 9·50)에서 그가 맡은 구지원이란 대학원생은 세파의 고뇌와 때가 잔뜩 묻은 ‘고학생’ 같은 이미지다.▼세파에 찌든 고학생 캐릭터▼

그런대로 반반한 얼굴이지만 남자 대학원생들의 구애 공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극중 아버지는 부도를 냈고 어머니는 생활능력이 없어 아르바이트로 학업을 꾸려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 동생의 학비까지 대준다. 그런 환경에서 나온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은 수업시간에 교수의 질문에 대한 동료 학생들의 오류마저도 까발려야 속이 시원해지는 싸늘한 ‘오기’로 이어진다.
이은주는 그런 극중 캐릭터를 웃음없고 핏기가 씻겨나간 듯한 차갑고 냉정한 자신의 이미지로 표현해 낸다. 데뷔 이전부터 들었던 “너 도대체 몇살이냐”는 ‘지적’을 오히려 자신의 ‘상품성’으로 연결시킨 셈이다.
▼연기력 인정받아 영화주연 발탁▼
그렇게 1년 동안 ‘카이스트’에 출연하고 보니 실제와 극중 캐릭터를 헷갈릴 때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카이스트’ 출연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 지난해 말 한 휴대전화 회사로부터 “아직 미성년이니까 휴대전화를 사용하려면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라는 전화가 왔을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금 장난하시는거예욧!”하며 불쑥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아무튼 이은주는 그 이미지 하나만으로 최근 등장한 신인급 중 손꼽히는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박종원 감독의 영화 ‘송어’에서는 강수연의 동생으로 나와 썩 괜찮은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최근에는 홍상수 감독의 세 번째 영화인 ‘오! 수정’에서 마침내 주연 여배우로 발탁돼 촬영에 들어갔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케이블 방송의 구성작가로 출연, 문성근 정보석 등과 호흡을 맞춰 계속 ‘애 늙은이’의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토크쇼서 막춤 추며 푼수끼▼
이은주는 “실제 성격은 쾌활하고 발랄하다”고 했다. 촬영장에서 선배들의 컨디션이 좋지않을 때 재잘거리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야 이은주 급의 신인들에게 공통으로 부여되는 ‘임무’라고 치자. 그가 최근 몇몇 TV 토크쇼에서 보여준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차가움’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얼마 전 SBS ‘김혜수 플러스 유’의 한 장면. 이은주는 “이전에는 내가 봐도 얼굴이 별로여서 맘 고생이 심했다”며 “여자는 역시 가꿔야 한다”고 말한다든지, MC의 지시에 고민없이 무대에 올라 ‘막춤’을 추는 등 다소 ‘푼수끼’ 어린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이은주는 “저를 단시간 내에 사람들에게 알린 그 성숙한 이미지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물론 ‘조숙(早熟)에 따른 조로(早老)’는 가장 큰 걱정거리다.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하고 싶은데 이런 이미지로는 20대 후반만 돼도 중년 아줌마역을 맡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 말이죠. 더욱 발전적이고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2000년 영화 <오 수정>을 기억하시는지.  순수와 속물이 어우러졌던 묘한 캐릭터의 여주인공을 연기했던 작품 말입니다. 






이건 영화 <오 수정>에 출연한 뒤 2000년 6월9일  경향신문 인터뷰입니다. 


"이은주씨, 내숭과죠?" 그녀가 오면 꼭 물어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답은 무안할 정도로 명료했다. "네. 저 내숭이에요. 그게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자는 어느 정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당황됐다. 내심 "아니에요. 저 원래 이래요"라는 대답을 기대했었는데….
허스키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자기 생각을, 아주 차분차분하게 풀어놓는 80년생 이은주. 얼마 전까지 출연했던 SBS '카이스트'의 구지원과 닮았고 '오! 수정'의 수정과도 겹쳐진다.
"고1때였어요. 엄마랑 교복 맞추러 갔죠. 거기 교복 모델 모집한다는 광고가 있었어요. 엄마는 원서를 갖고 오셔서 저 몰래 내셨죠. 엄마들이 다 그러잖아요. 딸을 본인 스스로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시죠. 배 안에서 10개월 고이고이 간직했다가 내놨으니깐…"
엄마 얘길 하면서 눈이 빛나는 걸 보니 아직 어리다. 이은주는 97년 한 교복 모델 선발대회에서 2,500명 중에 뽑혀 은상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 '백야3.98'에서 심은하의 어릴 때 역할을 했고, 청소년 드라마 '스타트'에도 출연했다. 사람들한테 알려진 건 '카이스트'에서 당찬 '구지원' 역을 맡으면서부터다.
영화에 발을 들여놓은 건 지난해. 박종원 감독의 '송어'에 강수연의 여동생으로 나와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두번째 영화 '오! 수정'. 순수한 듯, 속물인 듯, 알듯 모를 듯한 여자 '수정'의 모습을 보란듯이 해냈다. 처음엔 수정 역할로 전도연이 거론되기도 했다. 전도연은 때마침 '해피엔드'를 준비하고 있었고, 홍상수 감독은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찾고 있었다.
이은주는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딱 2번 읽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 다음 결정했다. "내가 수정이를 못하면 다른 여배우가 '수정이'가 됐을텐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수정이가 된다는 걸 생각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어요". 그만큼 '수정' 역할에 푹 빠졌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스스로 수정인지 은준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케이블 카에서 수정이가 혼자 울부짖는 장면이 있어요. 그 전날 홍감독님과 같이 동선만 보려고 케이블 카에 갔었는데, 그때 리허설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미친듯이 울부짖었죠. 그냥 슬펐어요. 수정이도. 그리고 영화도". 그만큼 몰입한 이은주를 보고 홍감독은 막상 촬영에 들어가선 "그렇게까지 안해도 된다"며 우는 장면을 뺐다.
"수정이와 전 닮았어요. 감정 폭이 심한 부분은 특히 그렇죠. 전 수정이가 이해가 돼요. 방에 재훈이(정보석)와 단 둘이 있다가 재훈이가 샤워하러 들어가면 수정이가 몰래 속옷을 풀어놓는 장면이 있죠? 누구는 여우같다고 하는데, 그런 상황에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행동 아닐까요? 수정이는 다만 솔직하게 보여준 것 뿐이죠"
'오! 수정' 곳곳엔 스무살짜리가 연기하기 힘든 섹스신도 있었다. 이은주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어떤 상황에도 충실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 전주영화제때 '오! 수정'을 보신 아버진 '그래. 예술했다'라고 하셨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닌 그 자리에서 은주를 보자마자 민망하셨는지 도망가버리셨단다.
영화촬영이 끝나고 나선 20일간 앓았다. 그만큼 몰입했는데 막상 끝나니까 눈물밖에 안나왔다. 그 얘기를 하면서도 눈가엔 눈물이 글썽거린다. 아직도 수정이에게서 헤어나지 못한 듯 했다. 이렇듯 이은주는 속 깊은 모습을 가진 종잡기 힘든 여인의 모습도 보였다. '오! 수정'으로 큰 상 하나 기대하느냐는 질문엔 "아이∼무슨 상은요… 근데 받으면 좋죠. 하하하" 웃어제친다. 그녀의 두 눈이 크리스털처럼 찬란하게 빛났다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 이 작품 보고 나서 내상이랄까, 여운이랄까 정말 오랫동안 다른 일에 집중못하고 한참을 멍해 있었다는... 당시 인터넷 포털이 활성화됐다면 한동안 쇼스타코비치의 이름이 검색어 상위에 올라있었을 듯. 


요 아래는 2002년 개봉된 영화 <연애소설> 입니다. 



2002년 영화 <하얀방> . 



2003년  영화 <하늘정원>.  


 


하늘정원 개봉 뒤 나왔던 인터뷰입니다. 


2003년 4월 3일 문화일보 


아픈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지만 아무도 울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하늘정원(4일 개봉)’에서 스물일곱살 꽃같은 나이에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영주역을 맡은 이은주(23). ‘번지점프를 하다’‘연애소설’에 이어 영화에서만 세번째로 죽는 역할이다.“누구나 한 번 나고 한 번 죽는 것 아닌가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나 할까. 초연해진 것 같아요.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것이 인생, 삶에 더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별명이 ‘애늙은이’란다. SBS 드라마 ‘백야 3·98’에서 아나스타샤로 연기자의 첫발을 내디딘 후 ‘송어’‘오 수정’‘하얀방’등에 이어 이번이 벌써 6번째 영화다. 작품마다 차분하면서도 묘하게 도발적인, 차갑고 단단해 보이면서도 언뜻 활화산같은 열정을 내비쳤던 그는 ‘하늘정원’에서 밝은 성격의 말기암 환자역을 통해 그동안 보여줬던 다채로운 이미지를 골고루 드러낸다.
비록 남의 일이라도 부당한 상황을 그냥 보아넘기지 못하는 정의감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영주는 우연히 만난 의사 오성(안재욱)에게서 ‘성심성의껏 죽여준다’는 말을 듣고 지방의 호스피스 병원을 찾는다. 삶의 막바지에 싹튼 오성과의 사랑 앞에 안타까워하던 영주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남은 삶에 최선을 다한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영주를 사랑하게 됐어요. 주인공을 사랑하면서 시작한 작품이라 기대만큼 불안감도 크고요.”
배우로서 이은주의 힘은 지나간 일을 이야기할 때 도드라졌다. “전 과거를 잊지 않는 편이에요. 지나간 날들이 오늘의 절 만들었다는 사실은 잊으려도 잊을 수가 없죠.” 통상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들이 새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지난 작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백야 3·98’을 촬영할 땐 추운 겨울, 팔당호 물속에서 벌벌 떨면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지 몰라요.
지금 돌이켜보면 무슨 깡으로 했을까 싶지만 소중한 경험이었죠. 문성근·정보석 선배님과 함께 찍은 ‘오! 수정’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작품이에요. 가장 어려웠고, 가장 많은 것을 갖게 해줬고,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죠. 앞으로 제가 출연한 어떤 영화가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거나 대단한 영광을 안겨준다 해도 ‘오! 수정’은 변함없이 제 인생 최고의 영화로 남을 거예요.”
단국대 연극영화과 99학번. 또래들이 한창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자신의 길을 찾아 걷고 있는 그는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며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니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초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베테랑도 아니지만 갈수록 배우가 쉬운 직업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화려한 것만도, 항상 사랑받는 것만도 아니니까 가끔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니까 이 길을 갈 뿐이에요.”






2004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 옆에 분  아시겠죠? 


2004년 드라마 <불새>



시각장애인을 연기했던 2004년 영화 <안녕 유에프오>   옆에 가려진 남주는 이범수씨 입니다


요거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발표회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장면이지요.



 그리고 영화 <주홍글씨>.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었죠. 


2005년 초. 갑작스럽게 날아든 그녀의 자살 소식.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2005년 2월23일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드라마 ‘불새’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에 출연해 인기를 모았던 인기 탤런트 겸 영화배우 이은주 씨(25·여)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졌다. 영화계 인사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씨는 노출 연기가 많았던 영화 ‘주홍글씨’ 출연 이후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개요=22일 오후 1시 20분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R아파트 이 씨의 집 드레스룸에서 이 씨가 옷걸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의 주검을 처음 발견한 그의 오빠(28)는 경찰에서 “은주가 오전 6시경까지 함께 사는 엄마와 얘기를 나누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는데 오후 1시가 넘도록 인기척이 없어 들어가 보니 목을 매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이 씨는 운동복 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침대 위에서 연필깎이 칼이 발견됐다. 경찰은 침대에 핏자국이 있는 것으로 미뤄 이 씨가 손목을 그어 자살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목을 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 내용=이 씨의 침대 옆에서 ‘엄마 미안해. 사랑해’라고 피로 쓴 유서가 발견됐다.
이 씨는 이와 별개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유서를 따로 남겼다. 이 유서에는 ‘일이 너무나 하고 싶었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게 돼버렸는데…. 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 힘듦을 알겠어….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라고 적혀 있다.
또 ‘1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1년 전이면 원래 나처럼 살 수 있는데 말이야. 돈이 다는 아니지만 돈 때문에 참 힘든 세상이야. 나도 돈이 싫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날 사랑해 줬던 사람들, 만나고 싶고 함께 웃고 싶었는데 일부러 피한 게 아니야. 소중한 걸 알지만 이젠 허락지 않아서 미안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왜 자살했을까=주변 사람들은 이 씨가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주홍글씨’를 촬영하면서 많은 노출을 한 탓에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실제 이 씨는 ‘주홍글씨’의 개봉을 앞두고 가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베드신, 그때 기억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 장면 찍고 서럽게 울었다. 정말 그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쉽게, 또 아무렇지 않게 베드신에 대해 말해 속상했다. 난 배우이기 전에 여자이고 이제 겨우 스물넷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에는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식욕부진과 불면증을 호소했다. 병원 측은 입원한 상태에서 뇌파검사의 일종인 ‘수면다원검사’를 받기를 권했으나 이 씨는 스케줄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는 것.
이후 이달 4일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이 씨는 2주일치 약을 타 간 것으로 확인됐다. 17일에는 2차 진료가 예약돼 있었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다.
▽빈소 표정 및 반응=이날 이 씨의 빈소가 마련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취재진 100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또 한석규 에릭 문성근 유준상 씨 등 연예인들의 문상도 이어졌다.
이 씨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네티즌)들의 조회와 추모의 글이 쇄도해 한때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다운되기도 했다.
인터넷상에는 2001년 개봉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출연한 이 씨가 극중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날짜가 그가 자살한 2월 22일이라는 글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운명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 이은주는 누구
이은주 씨는 고교(영광여고) 졸업 때까지 전북 군산에서 성장했으며 1997년 선경스마트 학생선발대회에 은상으로 입상한 뒤 같은 해 KBS TV 드라마 ‘스타트’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작품은 SBS TV 드라마 ‘카이스트’로 지성과 열정을 겸비한 과학도로 인기를 모았다.
‘송어’(1999년)로 영화에 데뷔해 ‘오! 수정’ ‘번지점프를 하다’ ‘연애소설’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로 입지를 굳혔고 MBC TV 드라마 ‘불새’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는 한때 음대 진학을 고려했을 만큼 피아노 연주와 노래 실력이 뛰어나 마지막 출연작이 된 영화 ‘주홍글씨’(2004년)에서는 대역 없이 재즈 가수 역을 연기했다. 18일에는 자신의 단국대 연극영화과 졸업식장에도 참석했다.
한편 이 씨와 3억5000만 원의 개런티 계약을 하고 16일부터 방송과 인쇄매체를 통해 새 광고를 내보내온 화장품회사 엔프라니는 22일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튿날인 2월24일 경향신문 여적


19세기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는 초기 청교도 사회의 비정한 윤리, 죄의식으로 얼룩진 인간영혼의 심연, 그리고 그 죄로 인한 사랑과 구원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이야기는 세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헤스터 프린은 가슴에 주홍글씨로 간통(Adultery)을 의미하는 'A'라는 문자를 새긴 채 어린 딸과 함께 살아간다. 불륜의 장본인인 젊고 유능한 목사 딤즈데일은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 마침내 모든 이에게 자신의 죄상을 고백하고 숨을 거둔다. 복수의 화신이었던 헤스터의 남편 칠링워드도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다.
헤스터는 나머지 생애를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며 '죄와 벌'의 관문을 통과해 얻은 평온함 속에 일생을 마친다. '금지된 사랑'에 대한 형벌적 낙인(烙印)과 경멸의 대상이었던 주홍글씨는 결국 동정과 존경의 대상으로 의미가 반전되어 결말을 맺게 된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주홍글씨'는 호손 소설과 제목만 같을 뿐 전혀 성격이 다른 스릴러 멜로물이다. 불륜을 소재로 했고 인간의 금기, 욕망, 일탈을 그렸다는 점에서 '주홍글씨'의 이미지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영화속 인물은 호손의 소설과 거의 닮은 점이 없다.
영화 '주홍글씨'에서 열연했던 이은주씨의 자살동기를 놓고 영화 출연에 따른 스트레스와 우울증 때문이다, 아니다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은 말이 없을 뿐. 분명한 것은 그녀가 스타 이전에 배우였고, 배우 이전에 평범한 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조명 뒤에서 정체성 상실에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이 어찌 연예계만의 문제이겠는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으로 추정되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처럼 슬며시 찾아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한다. 이웃과 사회로부터의 소외와 단절감이야말로 현대인의 마음속에 새겨진 주홍글씨다.
"나는 배우이기 전에 여자이고, 이제 겨우 스물넷이다." 그녀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녀는 떠났지만 작품 속에서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다행이면서도 참 아픈 일이네요. 그녀가 편안히 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