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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칠봉이와의 대화

by 신사임당 2014. 1. 8.

이 블로그에서 유연석씨를 언급한 것은 2년전, <심야병원> 당시였죠. 그때 이 배우는 반드시 뜬다며 찍었다는 둥 온갖 주접을 떨고 팬질을 해왔던 제 입장에서 이번 <응답하라 1994> 는 너무나 고맙고 소중한 드라마입니다.

너무나도 많은 결을 지닌, 아직도 무궁무진한 매력을 간직한 배우 유연석을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만인의 연인이 돼 버린 그를 보면서 곱게 키워 장가보낸 것 같은 엄마가 된 듯한 이 오지랍 감정은 또 뭔지... 싶네요. 


며칠전 회사를 방문한 그와 1시간 좀 넘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막판 강행군의 흔적이 그의 얼굴에 좀 남아 있더라구요. 턱과 볼 아랫쪽에 피로가 만들어낸 뾰루지가 나 있었습니다. 


앞서 인터뷰에 싣지 못했던 그와의 대화를 마저 풀어놓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이 누군가에게 선택되는거잖아요. 그런데 드라마 이후에 좀 달라진걸 느끼시나요? 

=제가 다행히도 심야병원 이후로 작품을 쉰 적이 없었어요. 너무 좋은 캐릭터를 많이 만났고 그런 기회를 많이 주셔서 행복한 시간들이었어요. 달라졌다고 하는 건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바뀐것 같아요. 절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아지셨다는 것도 바뀐 점이죠. 

그런데 제가 캐릭터에 몰두하고 연기하는 과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예전에 캐릭터를 선택하는 기준이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거라고 했는데 여전한건에ㅛ. 

=자세나 제 마음 상태, 하는 일은 다 똑같아요. 응답하라가 대박났다고 해서 작품 선정 기준이 달라지거나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거나 그런건 아니죠. 


*그래도 외부 시선은 많이 달라졌어요. 신경 안쓰려해도 느껴지는거고. 그런게 내 행동을 제약한다거나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거나 하진 않을까 해서요. 

= 언제 부턴가 사람들의 반응에 무던해지고 초연해진 것 같아요. 물론 한때는 조바심 냈던 적도 있죠. 심야병원 이전 공백있을 땐 그랬어요. 나는 열심히 하는데 왜 나를 알아봐주지 못할까, 조바심 내고 초조함도 있고...그런데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 있고 연기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계속 캐릭터를 새롭게 만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고맙고 행복해졌어요. 그런 마음이 들다보니 이대로 배우생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 생각했죠. 응답하라 이전에 이미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큰 사랑까지 받으니 감사한거고. 하지만 또 앞으로 다른 작품을 하고 사랑을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건데 제가 달라지는 건 없을거같아요. 

많은 분들이 칠봉이를 사랑해주셨지만 제가 앞으로 계속 칠봉이 같은 역할만 할 건 아니잖아요. 그전에 했던 여러 작품이 쌓여왔고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저를 평가해주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전 계속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게 보답하는 길이고 제가 해야할 일인거죠. 


*또 짝사랑이었잖아요. 대본보면서 딱 알게 된 순간의 1차적 느낌이 궁금해요. 

=또? 하는 생각은 했었죠. 그런데 이번엔 어떻게 해야할까, 방해꾼이 되어선 안될텐데, 이번엔 이뤄질까?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번에도 짝사랑하긴 하지만 꼭 이뤄져야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사람은 누가 남편이냐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거죠. 짝사랑하는 칠봉이의 진심이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가, 그 캐릭터가 어떻게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 그게 사실 더 중요하게 와 닿더라고요. 


*보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안타까웠을 거예요. 그런데 솔직한 마음으로 제가 남편이 됐어도 그게 꼭 좋은 결말일까 하는 생각은 해요. 지금 결말도 마음에 들어요.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을 내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내 옆에 있어서 힘든 모습을 보면서 용기 있게 떠날 줄 아는 모습도 사랑이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마무리가 좋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도 열어주니까요. 어쨌든 그럴수록 칠봉이에 대한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네요. 


*야구도 잘 소화했어요. 

=제가 사회인 야구를 2년정도 했어요. 천하무적 야구단이 유행하던 시점부터 친구들이랑 팀을 만들었어요. 투수는 아니고 외야수였는데 그런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죠. 실제 투수들에게도 코칭을 꾸준히 받았고요.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이야기는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자연인 유연석. 칠봉이랑 비슷한 부분 많나요? 

=여태까지의 캐릭터와 비교해 봤을 때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 많아요. 


*그 정도로 배려한다고요? 짝사랑을 하는 사람이고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데도 쿨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쿨하기 쉽지 않은데. 비현실적이죠. 실제 연석씨도 그런가요? 

=짝사랑했던 적이 있어요. 칠봉이랑 비슷했던 것 같아요. 마음을 갖고 있는데, 그쪽은 받아주지 않는 상황인데 그 마음을 계속 갖고 있으면 나도 그쪽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안될거 알면서 마지막으로 고백이라도 한번 해보자, 이렇게 마음먹고 고백한 뒤 마음을 접었던 적이 있어요. 그러고나니 마음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10년 연기하면서 이런 역할, 이렇게 완벽한 로망이 된 역할 없었죠? 

=네. 없었어요. 그래서 이런 역할 힘들었어요. 현실에 없을 가능성이 큰 캐릭터잖아요. 


*90년대 정서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나요? 그나마 배우 중에서는 나이가 많은 편이었어요. 

=94년이면 제가 초등학교 3, 4학년인데 공감돼요. 그때 유행했던 문화는 다 기억하죠.  실제 서태지 팬이었고  장기자랑 할 때도 흉내냈어요. 마지막승부, 엠 너무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고. 그 이후에 삐삐도 썼고 다 경험했던 것들이라 공감할 수 있었어요. 





*작품이 끝나고 다른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이전 캐릭터를 씻어내야 하잖아요. 그 과정이 어떤가요? 

=어떤 분들은 그것때문에 일정기간 휴식기를 가진다고도 하는데 전 그냥 다른 캐릭터를 만나고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돼요.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그런데 칠봉이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저랑 너무나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얼마나 잘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화이나 무서운 이야기같은 강한 역할들. 이런 캐릭터는 몰입해 있는 동안 힘들지 않나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선 그래요. 제가 그런 악역을 연기하고 있을 때 일상생활 속에서도 짓는 표정들이 무섭대요. 웃을 때도 입 한쪽 꼬리만 올라가고 쳐다볼때도 좀 섬찟하다고. 제가 그 캐릭터를 계속 생각하면서 지내다보니 일상에도 나타나나봐요. 그럴 땐 취미활동을 하면서 정서를 ‘순화’시키려고 노력하죠. 


*어떤 취미요? 

=여행도 가고 사진도 찍고 2년 전부터는 가구 만드는 취미도 생겼어요. 제가 집에서 독립한지 2년 좀 안됐는데 집에 있는 가구를 직접 다 만들었어요. 무대 세트 만들면서 배워놨던걸 본격적으로 써먹었죠. 나무를 잘라서 못질하고 페인트칠하고 뻬빠질하고 그러다보면 다른 잡념을 잊게 돼요. 


*칠봉이 이후에 맡게 되는 역할은 뭔가요? 두작품인가 캐스팅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 두편이에요. 상의원이라는 사극이랑 은밀한 유혹이라는 작품. 상의원에선 왕을 연기하게 돼요. 왕의 옷을 짓는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인데 이야기의 중심에 왕이 있죠. 저도 왕은 처음 해보는거라 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왕을 표현할 수 있을 지 호기심도 생기죠. 은밀한 유혹은 여자 주인공에게 흔들릴 수 있는 제안을 하는 역할이에요. 남자배우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돼서 연기적으로 욕심이 났어요.  


*‘배우 유연석’. 이 이름 석자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싶은지, 어떤 믿음을 주고 싶은지 욕심을 가져본다면요? 

=기대감을 주는 배우였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지금까지 저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신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겠죠. 지금까지 했던 역할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게 없고 다 행복하고 좋았거든요. 어떤 팬분들은 저에게 열심히 사는 모습이 존경스럽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그런 말씀이 너무 감사하면서도 저를 채찍질하죠. 



*드라마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 뭔가요?  

=21회요. 말미에서는 나정이가 야구장으로 이별하려고 찾아왔을때 다가오는 나정이에게 말하죠. 거기까지만이라고요. 대본을 볼 때부터 그 장면이 너무 마음에 와닿고 슬퍼서 울었어요. 울면 안되는데 연기하면서도 눈물을 흘려 엔지를 냈죠. 사랑하는 사람이 다가오는데 거기 멈춰달라고 하는 대사잖아요. 속으로는 너무 슬픈데 겉으로는 웃어 보이는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힘들 것 같아요. 어떻게 금토 밤의 응사를 떠나보낼까요. 

=음, 저는 팬들이 안 떠나보냈으면 좋겠어요. 계속 간직하고 추억하고 돌려보고 말이져. 어떤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것 만큼 배우가 행복한게 어디있겠어요. 물론 당사자분들은 힘드시겠지만. 

 칠봉이가 사랑받았던 건 외사랑하는 캐릭터라 연민이 많으셨던것 같아요. 나만 바라봐줬던 남자에 대해 여자분들은 어느 정도 환상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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