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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내가 찍은 남자들 1

by 신사임당 2013. 7. 1.

대중문화부에서 있을 때입니다. 그땐 주로 핫한 드라마나 영화, 대중음악을 보고 들으며 배우와 가수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일의 상당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는, 그 시기에 의미있는 작품이나 사람들을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종종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대중들의 눈은 특정한 누군가를 쫓아가지만 제 개인의 관심과 마음을 빼앗는 당사자들은 좀 다른 데 있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사례는 대중들에게 얼굴을 드러낸지 얼마되지 않은 신인이거나 오랫동안 흙속에 묻혀 있던, 곧 진주가 될거라는 이 뙇 하고 오는 친구들입니다. 소위 조만간 터지겠다는 감이 샘솟는 거지요. 그런 때면 만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됩니다. 주인공도, 화제의 인물도 아니지만 제 감으로 반드시 인터뷰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실제로 만나 기사를 크게 씁니다. ‘왜 저를...?’ 이러며 당사자들이 어리둥절해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 물론 지면을 사심으로 채웠다고 하실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들 터졌습니다’. 결국 제가 한 한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이젠 그들이 무럭무럭 커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제 자식의 성공을 보는 것 마냥 그저 뿌듯하고 기분 좋네요. 뭐 착각이든 말든 제 자유니까요. ㅎㅎㅎ

그럼, 그 때 제가 찍었던 그들을 한번 만나보시죠.

 

 

*최진혁

 


최근 종영한 드라마 <구가의 서>로 비로소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입니다. 다크 월령이라는 이름으로 여심을 매료시켰던 그는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입니다.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안되면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어디에 이런 배우가 있었느냐며 월령앓이를 하는 여심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실제 그는 정말 산전수전,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난 7년간을 지내왔습니다


 

제가 그를 인터뷰했던 것은 20102월이었습니다. 드라마 <파스타>를 기억하시는지. 이선균, 공효진 주연의 이 드라마에서 그는 쉐프 이선균이 데려온 이태리파 꽃미남 요리사 3인방 중 하나였습니다. 커피프린스 당시 훈남 바리스타 3인방을 떠올리게 한 훈남 요리사 3인방이었죠. 그 때 최진혁씨는 본명인 김태호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파스타에서

 

 

김태호, 노민우, 현우. 이 세사람을 한번에 만나기 위해 촬영장이던 도산공원앞의 이태리식당으로 찾아갔습니다. 아주 추웠던 날이었는데 이들은 얇은 조리복만 입은 채 야외에서 추위를 버티고 있었습니다. 현우·노민우씨는 연기로는 거의 신인급이었고 김태호씨는 2006KBS의 연기자 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니 연기자로서는가장 선배였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눈에 쏙 들어왔던 3명의 꽃미남을 직접 만나보니 이들은 제각각 3가지 색을 내고 있었습니다. 노민우씨는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마성의 외모(실물로 처음 봤을 때 마치 신일숙의 만화 '리니지'에 등장하는 반왕 아스테어 같았다는..)로 화려함을 발하고 있었고 현우씨는 귀엽고 웃음이 툭툭 튀어나올 듯 통통 튀는 이미지로 발랄함을 자랑하고 있었죠. 김태호씨는 상당히 분위기 있고 진중한 느낌을 줬습니다. 질문에 대답하면서 쑥스러운 듯 살짝 짓는 눈웃음이 무지하게 매력적이었는데 그 사이로 언뜻언뜻 우울함이랄까, 조금은 어두운 표정같은 것이 비치더군요. 오디션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그 이후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데 대한 초조함과 자괴심같은게 아닐까 막연히 생각을 해봤던 기억이 나네요.

 

아래는 당시 기사입니다. 3명을 한꺼번에 써야했기 때문에 지면을 이정도 밖에 할애하지 못했습니다.

 

경향신문 125일자.

김태호(25) = 유학파 3인방의 맏형이자 국내파와의 갈등에서 중재자로 나서는 선우덕은 카리스마로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이다. 실제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어릴 때부터 발라드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그는 우연히 2006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에서 대상을 받아 데뷔하면서 연기자로서의 첫발을 디뎠다. 연기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데뷔하는 바람에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에게 힘을 주고 동기부여를 했던 것은 배우 정재영의 연기. <거룩한 계보>를 스무 번도 넘게 보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따라하고 연습했다. “배우의 연기가 저렇게까지 멋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그는 그 때 처음으로 연예인이 아닌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다양한 단막극과 <내사랑 금지옥엽> 등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 수업을 쌓아나갔다. 같은 오디션으로 데뷔했던 김범이 스타 반열에 오르면서 초조해질 법도 했을 터. 그러나 그는 현장에서 대선배들과 함께하면서 그분들의 손짓, 눈빛 하나하나가 모두 교과서가 되고 공부가 됐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파스타>에서 국내파, 이태리파로 갈라져 으르렁거리지만 실제로 국내파를 구성하고 있는 선배연기자들은 모두 그에게 자상한 연기선생님이다.

 

 

 

2006년 오디션에서 대상을 받던 때

 

2006년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할 때만 해도 스타의 꿈이 바로 손앞에 와 있는 듯 느껴졌을 지 모릅니다. 고작 스무살 어린 나이였으니 얼마나 기대와 꿈이 컸을까요. 그리고 그 이후 세상이 녹록치 않다는 것도 많은 상처와 고통이 됐을테고요. 함께 데뷔했던 김범이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톱스타가 됐으니 그의 고민과 속앓이가 어떠했을지 막연히 짐작만 해봤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만났던 그는 기사에서 언급햇듯 모든 현장, 모든 배역은 자신에게 좋은 수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초조해하지 않고 급한 마음 갖지 않으려 노력한다면서요.

목포에서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그는 이 때만 해도 서울생활이 4년째인데 아직도 서울생활과 서울말 쓰는 것이 좀 낯설다고 했었습니다. 소속사도 따로 없었고 아는 형 집에 얹혀 살고 있다며, 스스로를 촌놈이라며 몇번씩이나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짓던 기억이 나네요.

 

 

2006년 kbs 드라마 <일단 뛰어>에서

 

 

오디션에 입상한 뒤 그는 KBS에서 <일단 뛰어> <내사랑 금지옥엽> 같은 드라마와 <전설의 고향> <드라마 스페셜> 등 단막극을 통해 차근차근 연기수업을 했습니다. 4년간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크게 얼굴을 알리지는 못했습니다. <파스타>에서도 오히려 노민우씨가 대중적으로는 더 알려졌으니까요. 현우씨도 이후 <뿌리깊은 나무>에 성삼문 역으로 캐스팅되는 등 유명세를 누렸습니다.  

 

 

2008년 드라마 스페셜 <아름다운 시절>에서

 

2009년 전설의 고향에 출연할 때

 

 

<파스타> 종영 뒤 김태호씨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가 "저거다" 하며 저를 열광하게 했던 작품이 tvN<로맨스가 필요해> 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짜임새나 재미는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2>가 더 재미있었지만 김태호, 아니 최진혁 때문에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1>5번도 넘게 정주행 했습니다. 무슨 사정이었는지 그는 이 사이에 최진혁이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새롭게 새 출발해보자며 스스로를 다잡는 의미였겠죠.

 

 

 

 

이상 이 3장은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했던 모습입니다

 

 

어쨌든 이 작품을 보면서 "이제 됐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아직도 좀 아쉬움이었죠. 내가 찍었는데 반드시 뜬다, 뜨고야 만다!!!고 믿고 성원하는데 왜 사람들은 몰라주는 거야 하며 속상해하면서 말이죠.

속상해 하지 말고 크게 인터뷰해서 대문짝만하게 실어주지 왜 아무 것도 안했느냐고요?

그게 제가 지금도 두고두고 후회스럽다는 겁니다. 그 작품을 볼 때 제가 다리를 다쳐서 2달간 깁스하고 병가내고 쉬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ㅠㅠ

영화 <음치 클리닉>에서도 그의 매력은 죽지 않고 펄펄 풍겨났지만 영화 자체가 큰 주목을 받지못했죠.

지난해 출연했던 <내딸 꽃님이>도 아쉬움이 많았던 작품이고요...

작품 운이 없는건지,,,하며 계속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왔습니다. 드뎌 <구가의 서>에 그가 캐스팅 됐다는 뉴스를 보고는 "이번엔 반드시!!!" 하며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맞잡으며 동동거렸는데 이 마음을 누가 알겠냐고요.... ㅋㅋ

그의 매력이 안방극장을 사로잡으며 이제 최진혁이란 이름 석자가 대중들에게 또렷하게 각인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안됐다면 연기를 접었을 거라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그가 앞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연기를 향해 가졌던 그 열정과 열심을 지키며 좋은 배우로 오래도록 남아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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