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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내가 찍은 남자 3

by 신사임당 2013. 7. 19.

세번째는...

<건축학개론>의 강남오빠, <구가의 서> 박태서... 유연석씨입니다.

유연석을 발견한 작품은 2011년 방송됐던 mbc 토요드라마 <심야병원>이었습니다.

토요일 늦은 시간, 푹 퍼질러진 상태에서 흐리멍텅한 동태눈으로 TV를 쳐다보던 저를 번쩍 정신차리게 해줬던 것은 보스를 충실히 따르는 조폭 상호를 연기하던 유연석의 눈빛과 표정이었지요....

 

 

심야병원의 한 장면. MBC자료사진

 

 

가만히 있을 제가 아니죠. 바로 자료를 뒤졌고 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혜화, 동> 그리고 단편 드라마 <런닝 구>. 두 작품을 후벼파듯 보기 시작했지요.

더 이상 찌질할 수 없는 남자 한수, 천재형 마라토너 허지만을 연기하는 그를 넋놓고 보다가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 아역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인공적인 느낌이 없는 깨끗한 마스크와 신인임에도 연기의 결을 살리는 진지함이 돋보이는 배우였습니다. 그길로 소속사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잡아달라고 졸라댔고 드라마 종영과 함께 그를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심야병원으로 인터뷰하던 당시

 

 

회사로 찾아온 그의 첫 인상은 십대후반 혹은 이십대 후반의 앳된 소년 같았습니다. 스물 여덟이나 됐다는게 믿기지 않았죠.  여느 연예인처럼 붕 떠 있지도 않았고, 준비해놓은 대답을 반복하는 스타일도 아니었습니다. 열심히하겠다, 감사하다 뭐 이런 식상한 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한마디 한마디 꼭꼭 생각을 담아낸 단단하고 풍성한 대답들로 인터뷰어를 기쁘고 즐겁게 해주는 인터뷰이였습니다.

 

 

런닝구 에서 허지만역을 맡아

 

 

올드보이의 유지태 아역을 맡았던 그는 맘만 먹었으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일찌감치  대중스타로 뜰 수도 있었겠지만 스스로를 다잡았습니다. 기본에 충실하자고. 그 사이 학교 수업과 교내공연에 열심을 내며 연기의 기본을 다졌던 그는 군복무를 마친 뒤에야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유연석씨를 만난 자리에서도 제 주접은 이어졌습니다. 사심에서 비롯된 온갖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예정된 인터뷰시간이 훌쩍 지나고 그는 다음 스케줄 때문에 자리를 떠야했죠. 정말 안타깝더군요. 그래서 말과 표정으로 오바스럽게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 중요한 질문 몇가지를 못 물어봤는데 나중에 전화로라도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더라구요.

보통 그런 식의 대답을 받지만 며칠이 지나면 제가 귀찮아져서 전화를 걸지 않게 되거나 혹 소속사에 부탁하더라도 시간이 안맞아 통화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신인이든 톱스타든 누구든 가릴 것 없이 공통적으로요.

그런데 이게 웬걸. 그 이튿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게 아니겠습니까. 헐.

"어제 쫓겨서 대화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전화하신다고 해서 드렸다"며 유연석씨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온거지요.

깜짝 놀랬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얼마나 고맙던지....

게다가 또 인사치레든 빈말이든 뭐가 됐든 간에 어찌나 싹싹하고 배려심 깊게 이야기를 하던지요.. (네, 자랑질, 주접질  맞습니다.)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이 흥행한 뒤 우연히 유연석씨 소속사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나름 제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작품이 흥행한건 좋지만,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얄밉고 비열한 역할로 나와서 그런 이미지로만 굳어지면 어떡하냐, 걱정된다, 그전에 나왔던 다른 작품들도 보면서 그의 진가를 알아야 하는데

요즘 애들이 두 작품만 보고 괜히 부정적 이미지를 가질까 겁난다며 오지랍을 떨었습니다. 그러면서 시트콤을 해야 한다, 확실히 망가지든지 웃기든지 뭔가 다른 이미지로 접근해야 한다고까지 거품을 물었더랬죠.

 

헐, 이번에도 그 말이 전해졌는지 그 며칠후 전화가 왔습니다. 관심갖고 지켜봐주셔서 고맙다며.

그러면서 내가 걱정하던 부분에 대해서 그렇지 않으니 걱정마시라며, 자기는 기대 이상의 반응과

사랑을 받고 있어서 감사하다며,

마침 그즈음 그가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에 출연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던 터라 그 작품도 대박나길 바란다고 호들갑을 떨었습니다(제가 이 시트콤 엄청 좋아했는데 ㅠㅠ   시청률 초기에 안나온다고 2달만에 MBC가 조기종영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ㅠㅠ).

 

 

MBC자료사진. 인피니트의 엘과 함께

 

 

말이 쉽죠. 누구나 쉽게 인사치레도 할 수 있고 전화통화 한번 하는게 뭔 대수냘 수 있겠지만 어디 저러기가 쉽나요. 또 감동감동의 물결이.... (이 글 쓰면서도 혼자 헤벌쭉 웃고 있다는 )

 

 

그리고 이번 <구가의 서>에서 드뎌 카리스마 넘치는 꽃도령으로 그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MBC자료사진.

 

 

일전에 드라마작가님과 감독님을 만났던 자리에서 우연히 또 유연석씨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제가 주접을 펼쳐 놓으며 정말 괜찮지 않냐고 방정을 떨었는데 다행히 그 두분 역시 제 이야기에 동의하시며, 그래서 눈여겨 보고 있다시더라구요. 혹 나중에 그 분들이 만드는 작품에 유연석씨가 캐스팅된다면

그때쯤 그 사연을 공개해볼까나요? ㅋㅋㅋ

 

 

 

이 사진을 보고 빵 터졌죠. 내가 아는 유연석이 도대체 어디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역시 배우는 배우네요..

 

얼마전 <응답하라 1994>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응답하라 1997>에 이어 다시 올 하반기를 흔드는 작품이 되길 !! 홧팅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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