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데뷔한 지 이제 막 1년이 된 남자 아이돌그룹 EXO를 아시는지? 최근에 정규 1집음반을 내놓은 이 팀은 음반 선주문량이 30만장이나 되는데다, 신곡 <늑대와 미녀>는 공개와 동시에 각종 음악방송, 음원차트 1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물론 빅뱅이나 2PM, 소녀시대처럼 누구나 알만큼 널리 알려진 팀은 아닙니다만 어마어마한 막강 팬덤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파죽지세의 히트행진을 하고 있는, 10대들이 열광하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비슷하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O라 쓰고 ‘엑소’라고 읽는 이 팀은 12명의 남자로 구성돼 있습니다(평소엔 6명씩 EXO-K와 M 두 팀으로 나뉘어 각각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한꺼번에 12명이나 무대에 올라 강렬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EXO의 무대는 “똑같이 생긴 애들이 맨날 똑같은 춤만 춘다”며 무관심한 아버지, 어머니들의 눈길도 순식간에 사로잡을만큼 환상적이고 집중력이 있습니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한편의 뮤지컬을 구현했다고 설명하는데, 멤버들의 몸과 움직임으로만 나무를 형상화하고 동굴에서 늑대가 뛰쳐나오는 모습을 표현하는 이들의 무대는 판타지의 세계를 현실에 구현했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전문용어를 사용한다면 SMP의 결정체라고나 할까. SMP는 기획사 SM의 Music Performance를 일컫는 말입니다. YG가 힙합을 기반으로 한 자유분방하게 즐기는 스타일이라면 SMP는 복잡한 안무와 강렬한 비트의 댄스음악을 기반으로, 감상에 초점을 맞춘 스타일이랄 수 있겠습니다. 깎아놓은 것 같다는게 뭔지 아실듯.... 칼군무라는 표현도 요즘은 아이돌그룹 인피니트를 설명하는데 많이 붙지만 사실은 동방신기로 대표되던 SMP의 핵심요소입니다.

 솔직히 음악은 개인적으로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특히 1집 수록곡 다른건 다 괜찮은데 어째 타이틀곡이 이런지 ㅠㅠ.  ‘그래 울프, 내가 울프, 아우~, 사랑해요, 난 늑대고 넌 미녀’. 이런 가사 전개는 솔직히 '멘붕'하게 만들더군요. 그저 따라 읽기만 할 뿐인데도 입에 이물질처럼 남아 걸리적 거리는... 게다가  ‘아우~’하는 부분에서 손발 오그라드는건 어쩔... ㅠㅠ. 그래서 몇번 듣다가 오죽하면 음소거를 하고 들으니 더 집중이 잘됐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마저도 익숙해졌고 전율이 이는 무대 퍼포먼스, 그리고 역대 최강의 비주얼에 모든 것이 용서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걱정됩니다. 이 전형적인 ‘병맛 중독성’ 음악으로 이 아이들을 몰아가진 말아야 할텐데.,, 하고 말이죠.

 

 

 

 

 <늑대와 미녀>. 이 곡의 서사구조는 미녀를 사랑하는 야수의 이야기입니다. 수백년간 이어져온,  여전히 현재도 유효한 판타지이지요. 미녀와 야수, 늑대소년, 트와일라잇 등의 계보를 이어가는 곡이랄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내에 생긴 강렬한 팬덤, 대다수 소녀들을 사로잡는데 있어서 앞서 언급했던 그 가사는 상당히 강렬하고 효과적입니다. 단순한 돌직구성의 메시지를 통해 나는 너를 사랑하는 늑대고 너는 내가 사랑해선 안되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미녀라는 사실을 반복해줍니다. 마치 영화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무대장치와 조명효과, 손톱 아니 앞발톱으로 무대를 긁고 기어다니고 포효하고 동굴에서 튀어 나오는 퍼포먼스를 통해 수많은 소녀팬들은 나만의 연인과의강렬한 교감을 체험합니다. 3분 남짓한 그 짧은 시간만큼 순간적이고 절박합니다.

 

 

 이들은 팬과 교감하는 대중가수라기보다 판타지속의 캐릭터로 다가옵니다. 혹시 이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을 보셨는지... 여느 아이돌 그룹이라면 뭘 담당하는 누구라는 식이지만 이 팀은 물을 다스리는 수호, 야수의 힘을 지닌 디오... 이런 식이랍니다. 뭔 안드로메다 이야기? 라고 물어볼 수 있을 듯하네요. 아직은 이들의 팬덤이 폐쇄적이고, 그만큼 격렬하게 나타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초절정 SMP를 구현했던 5인조 동방신기, 그리고 그들이 이끌어낸 팬덤의 가공할 폭발력. 이후 몇년만에 등장한 EXO에게서 언뜻 그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SM이 얼마나 공들여 이들을 기획하고 야심적으로 빚어 왔는지 절절이 묻어나지요. 첫 등장에서부터 멤버들이 허리를 뒤로 꺾어 웅장한 나무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보는이들을 시각적으로 압도합니다. 이런 모습에서 SM의 독기가 느껴지기도 하네요.

 

 K팝의 트렌드를 만들고 선도하는 SM에서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이야기’가 되는 이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갈까요. 이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판타지의 영속성은 얼마나 될지, 또 이들은 어떤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까요. 수없이 쏟아지는 아이돌의 홍수 속에서 EXO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TV토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찍은 남자들 2  (0) 2013.07.04
내가 찍은 남자들 1  (2) 2013.07.01
EXO에 주목하는 이유  (2) 2013.06.15
나이가 뭐 별건가..  (0) 2013.06.07
연예인과 선거  (0) 2012.12.13
드라마속의 기자  (1) 2012.11.27

  1. 유희곤 2013.06.17 13:43  링크  수정/삭제  답글

    기자님 훌륭하십니다

  2. 유희곤 2013.06.17 13:43  링크  수정/삭제  답글

    기자님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