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KBS 정세진 아나운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나운서의 첫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습니다. 뉴스를 진행할 때는 신뢰감있고 지적인 아름다움에 많이 끌렸고 라디오 음악방송을 통해 듣는 그의 목소리는 호소력 있으면서도 절제미가 느껴졌지요.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면서도 몇몇 오페라를 제외한 성악곡은 즐겨 듣지 않는 편인데도 그가 진행하던 ‘노래의 날개 위에’는 종종 챙겨들었습니다. 어제 그의 결혼소식이 발표됐음에도 뭔 일을 하느라 그리 바빴는지 오늘 오전 출근길에야 스마트폰을 통해 결혼소식을 알게 됐습니다. 좋아하던 아나운서의 결혼소식이라 궁금하고 반가웠는데 자세히 보니 예비 신랑이 11살 연하라는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남성의 나이가 여성보다 어린 연상연하 커플 유명인의 결혼소식이 종종 전해질 때면 그 당사자의 사랑이야기보다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 '나이차'가 본질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저 역시도 마음 한 구석에서 '아니 도대체 어떻게....?' 하는 궁금증, 그리고 부러움이 동시 다발적으로 피어오르기는 합니다만...

 


예전에 비해 주위엔 연상연하 커플이 상당히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가 조금씩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중문화에서 연상연하커플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특별한 소재가 됐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자연스러워지는 분위기죠. 누가 연상이고 연하냐를 떠나 10살 넘는 나이 차이는 그 자체로 화제가 됩니다. 남녀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남자가 열살 이상(혹은 그에 가깝게) 어린 신부를 맞이한다면 ‘도둑놈’이 되고 반대로 여자가 나이가 많다면 ‘능력자’로 평가받는다는 점이랄까? 갑자기 배우 한혜진과 축구선수 기성용 커플도 떠오르는 군요. (어쨌든 진정 부럽다는 ㅠㅠ, 넘사벽 능력자라는...)

 

 

리셋 kbs 뉴스 앵커로 나선 모습


여성이 나이가 많은 커플을 '드메커플'이라고 합니다. 19세기 초 프랑스에 살았던 드메라는 청년 이야기에서 유래한건데 이 친구가 늘 연상의 여인에게만 반해 사랑을 고백했다죠. 당대의 여걸로 불리던 조르쥬 상드에게 “사랑이 어디있냐”고 묻자 “샘 속에 있을지 모른다”는 상드의 대답을 듣고 샘속으로 뛰어들었다는 황당한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드메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드메커플의 대표적인 예를 꼽아보자면 나이가 6살 차이났던 조르주 상드와 쇼팽, 그리고 조세핀과 나폴레옹이 있지요. 루 살로메와 릴케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대체로 예술가쪽에 이런 커플이 좀 많지 않나 싶네요. 일반인들에 비해 유명해서 더 두드러져 보이는지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예술가들은 관습과 보편성에 구애 받거나 얽매이지 않고 제약을 뛰어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랑의 방식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삶의 방식이  창조성과 예술성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크로아티아 출신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는 아내가 무려 21살 연상이었습니다. 자신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던 스승이었습니다. 많은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고 열렬한 구애 끝에 결혼을 하고 이상적인 사랑을 쟁취했지만 운명이 질투했기 때문일까요. 그들의 결혼생활은 20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부인이 오랜 투병 끝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며 상당기간 연주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유명해졌던 것은 1980년 쇼팽콩쿨이었습니다. 당시 우승자는 베트남 출신 피아니스트 당 타이손이었죠.  심사위원장이던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예선에서부터 그의 연주에 흥분하며 천재라고 기대감을 보였는데 그가 그만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말죠. 그 때문에 아르헤리치는 위원장직을 반납해 버립니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죠. 음악적인 천재성, 지적인 영화배우를 연상케하는 수려한 외모, 드라마같은 사랑이야기까지...

  

 

 

그의 음반은 불티나게 팔렸고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녔습니다. 워낙 독창적이고 자의식 강한 연주세계 역시 팬층을 두텁게 만들어줬습니다. 핑거링, 템포 등에서 자기 세계가 강해서 같은 곡이라도 그의 연주와 다른 연주자를 비교해 듣다보면 ‘같은 곡 다른 느낌’이 확연히 전해질 때가 많습니다. 


같은 크로아티아 출신 전자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 역시 12살 연상의 아내를 뒀지요. 패션모델, 록스타같은 외모에 파워 넘치는 무대, 역동적인 퍼포먼스, 극한을 달리는 기교 등 그의 무대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쇼에 가깝습니다. 


어쨌거나 일일이 꼽자면 한도 없을 것 같네요. 연상이든 연하든 나이는 사회적 편견일 뿐,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 중요하지 단순한 그 숫자가  뭐 대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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