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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아이유 논란을 보며

by 신사임당 2012. 11. 11.

 아이유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네요. 트위터와 댓글로, 블로그와 게시판으로 의혹과 추측이 쏟아지고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연일 뜨겁습니다. 한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들까지 전화가 걸려와 사실이 뭐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 큰 화젯거리인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시 사족을 붙이자면 신문사에서, 그것도 대중문화 관련 부서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세상 만사 모든 돌아가는 일과 스캔들의 핵심을 다 알고 있는 듯 여기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저의 ‘실체’를 안다는 분들도 종종 그걸 잊으시고 묻는다는... 여튼)
 노래 잘하고 귀엽고 깜찍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던 아이유. 무엇이 대중들을 그토록 달구며 흥분케하는 것일까요. 일단 대중들이 느낀 혼란과 충격의 큰 부분은 나만의, 환상의 사랑스러운 여동생이라고 생각했던 만인의 그 여동생이 뚜렷이 현실화되는 그 누군가와 연인일 수 있다는 실망감과 속상함 같은 것일 겁니다.
수많은 삼촌 팬들을 몰고 다녔고 그들의 지지가 오늘의 아이유를 만드는데 상당부분 기여했기 때문에 이렇듯 꿀렁거리며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일테지요.
한 게시판에 뜬 아래의 패러디 이미지는 그런 심정을 적확히 표현해주는 것 같습니다.

 

 

출처  http://enews24.interest.me/news/01/3939951_1161.html      enews 기사에서 퍼왔습니다.
 
 

다른 여자 가수에 비해 유독 선배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 많았던 것, 그의 음반에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많이 참여했던 것에는 아이유의 나이 답지 않은 진지한 음악적 욕심과 접근에 대한 기특함이 컸을 겁니다. 여기에 사랑스러운 그의 인간적 매력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어찌됐든 아이유의 이번 해프닝을 두고 벌어지는 일들은 아이유 입장에선 무척이나 억울할만한 일입니다. 꽃다운 20세의 아가씨이고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설혹 누군가와 사귄다고 하는 것이 비도덕적이라 지탄받을 일도 아니고 문제가 될만한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지 않나요.

 그렇지만 동시에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다는 것에는 이런 사적인부분까지 치러야하고 희생해야할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기도 합니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사는 연예인들에게는 그들이 갖고 있는 ‘달란트’, 즉 특출한 재능이 있게 마련이고 그것이 대중들 앞에 별처럼 빛나는 존재가 되게 하는 기본 요소입니다. 그런데 재능과 함께 또 다른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중이 그 대상에게 갖는 이미지란 것입니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가 갖는 재능과 함께 그의 이미지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유는 국민여동생이라고 불릴만큼 요정같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죠. 풋풋하고 소녀같은 순수함, 때문에 그가 불렀던 노래를 들으며 수많은 삼촌들은 노랫말의 ‘오빠’에 자신을 대입하고 감정이입했을 겝니다.

 중학생 시절 데뷔했던 아이유는 초기엔 다소 성숙한 이미지로 대중앞에 섰습니다. 노래도 무거웠고 이미지도 귀엽고 풋풋함을 강조하는 쪽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이후 발랄한 소녀 본연의 모습으로 다시 대중앞에 선 그에게 대중은 열광했습니다. ‘마쉬멜로우’ ‘좋은 날’ ‘잔소리’ 등을 연달아 히트하며 국민여동생으로서의 자리를 굳혔습니다. 자연히 엄청난 상업적 성공도 이어졌지요. 음악시장, 예능, 드라마, CF 등을 종횡무진했고 아이유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모든 포털사이트는 아이유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했습니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아이유 초밥’ ‘아이유 큰절’ ‘아이유 피곤’ 등 상위 검색어로 오르내릴 정도로 대중들은 아이유 신드롬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같은 신드롬에는 나이스럽지 않게 통기타를 들고 원숙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인 아이유의 음악적 성과에다 사랑스러운 이미지, 이 두가지가 큰 몫을 차지합니다. 가요계의 주축을 이루고 있던 또래 걸그룹이 섹시함이나 여성스러움으로 무장해 삼촌팬들의 마음을 뒤흔들던 것과는 달리 그는 차별화에서 큰 이익을 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모에서 ‘아마추어적’인 친근감이 묻어나는, 즉 연예인 포스를 풍기지 않는 귀여운 여동생 이미지인거죠. 게다가 학교생활도 착실히 하고 대학진학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내가 학업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거부하는 등 당찬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친근하고 털털함은 그를 두고 다른 국민여동생을 찾기 힘들만큼 공고한 아이유의 이미지를 만들어줬습니다.
 식상하고 고만고만하던 이미지의 홍수 속에 새로운 이미지의 아이콘 아이유를 발견한 대중들은 그에게 환호했고 자신이 가진 이미지속에 마구마구 환상을 덧입히고 키워가며 아이유를 스무살의 꽃다운 아가씨가 아닌, 자신만의 환상의 성벽속에 꼭꼭 가둬놓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각자가 가져왔던 그런 환상의 틀과는 다른 (만약 열애설이 사실이라면) 자연인 아이유의 모습에 실망하고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는거지요.

 아까도 말했듯 이같은 대중의 반응이 아이유에게 가혹합니다. 그렇지만 달리보면 성장의 발판이 됐던 이미지가 굴레가 돼 발목을 잡은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 한 연예인을 인터뷰하는데 그런 말을 하더군요. “솔직히 막나가고 막던지고 막돼먹어 보이는 이미지가 편하긴 해요. 대충 잘못하고 실수해도 눈감아 주기도 하시고, 쟤 원래 저런 애잖아, 이러고 넘어가주시거든요. 저한테 기대하는게 없으니까 웬만해선 실망도 하지 않으신다는... 그런거 보면 (이)승기가 안됐어요. 그렇게 반듯하고 참하고 흐트러짐없는 애는 좀처럼 찾기 힘들죠. 그래서 그렇게 큰 인기를 오랫동안 누리는지 모르지만 한편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겠어요. 뭐 하나 까딱 잘못했다가 한방에 훅 갈 수 있으니까요. 아유 생각만해도 힘들어...길가다 침한번도 못뱉고 남한테 싫은 소리 한번 못할텐데...”
 

 

 


 대중연예인의 숙명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덧자라나는 이미지와 환상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연예산업 메커니즘은 연예인이 갖는 이미지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이듯이 연예인들이 이미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발버둥치고 신경쓰는지는 미루어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상황에선 유리로 사방이 만들어진 집속에서 생활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도 봐야겠죠. 대중연예인이 된다는 것은 그것을 다 감수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할테고요.

 이미지와 관련된 해프닝 혹은 스캔들은 연예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극복하는 방식이겠지요. 이렇게 말하고보니 아이유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다는 듯 생각될 수 있지만 그건 아니잖습니까. 자연인과 대중스타로서가 부딪히는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인 것이죠(그것도 열애설이 사실이라면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유의 재능과 능력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이유가 쿨하게 웃으며 무대에서 노래하기를 기다리며, 아이유 역시 그런 모습을 보여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유가 처음부터 실체없는 이미지에 기대고 포장해 자신을 소비해 온 스타가 아닌, 음악에 대한 진지함과 탄탄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형 가수이고 그렇게 대중들을 만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요 이틀간의 아이유 논란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합니다. 스타와 이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기회가 된 것도 같습니다. 실망감을 느낄수도, 배신감을 토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렇지만 근거없는 억측과 인신모독성 멘트, 상처를 주는 악의적인 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그런 현상을 보는 것은 정말 짜증스럽고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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