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을 맡는 배우들의 연령 차이는
통념상 현실과 비슷하게 마련입니다.
남자가 좀 더 나이가 많고 여자가 좀 더 어린, 혹은 비슷한 연령대인 그런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극중에서 역할을 맡는 남녀 주인공 배우 나이의 역전 현상이 눈에 띕니다.
여배우가 나이가 많고 남자배우가 나이가 어린거죠.
극중 설정은 남자가 나이가 많거나 혹은 비슷한 연령대인건데
실제 연기하는 배우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곧 시작할 드라마 <신의>에선 김희선, 이민호가 호흡을 맞출 예정입니다.
<아이두아이두> 김선아 이장우를 비롯해 <해를 품은 달>에서 김수현과 한가인,
<옥탑방 왕세자>도 박유천 한지민의 나이차이가 꽤 있었습니다.<더킹투하츠>의 하지원과 이승기는 나이차가 9살이지용.
<여인이 향기> 김선아 이동욱도 그랬고.. 예전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현빈과도 호흡을 맞췄던, 물론 그때는
아예 극중에서도 연상녀, 연하남으로 설정돼 있긴 했는데
김선아씨는 어째 다 연하의 배우들과만 함께 연기하는 행운을... 진심 부럽다는...ㅠㅠ
물론 여배우들이 30대, 심지어 40대가 돼도 20대 못지 않은 모습과 스타일을 자랑하다보니
이렇게 20대 남자배우들과 함께 해도 비주얼적으로 자연스럽긴 합니다.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배역을 무리없이 맡을 수 있는 것도 빛나는 재능이긴 하고요.
사회 분위기나 요즘 트렌드상 별 특이한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문제는 다른데 있습니다.
단순히 연상연하의 개념이 아니라 20대 여자배우 자체가 별로 없는 현상이라는 겁니다.
여배우가 폭넓은 연령대를 소화한다는 것과 그 연령대의 여배우 풀 자체가 없다는 것.
그건 분명히 큰 차이가 있는 거죠.
십수년전 방송됐던 <내마음을 뺏어봐>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박신양이 3살많은 이태란에게 집요한 구애를 받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극중 설정상 여성의 나이가 3살 많은 배역인데도 실제 연기는 박신양씨에 비해 훨씬 나이 어린 이태란씨가 맡았던거죠. 그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달라진 상황이랄 수 있습니다.
그동안 극의 설정상 연상 연하 커플이 나오는 경우는 제법 있었지요.
<불굴의 며느리들>의 신애라 박윤재 , <그대없인 못살아>의 박선영 박유환....
예전으로 가보면 <천생연분>의 황신혜 안재욱, <여우야 뭐하니>의 고현정 천정명, <김삼순>의 김선아 현빈도 그렇고요.
<거짓말>에서도 배종옥, 이성재 커플이 있었네요.
으아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커플이 있습니다.
역시 10여년전 방송됐던 드라마인데 수많은 아줌마들의 가슴에 불을 댕겼던 <꼭지> 입니다.
아줌마로 출연했던 박지영, 그런 박지영을 '아줌마'로 부르면서도 자신의 천생연분이라고, 인연이라고 생각하며 바라보는
원빈....두 사람의 사랑은 정말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묘사됐었습니다.
<로망스>라는 드라마에선 김하늘과 김재원이 사제간의 사랑을 연기했었고, <별을 쏘다>의 전도연 조인성 커플도 꼽을 수 있겠네요.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박진희 김범 등등 꼽자고 보니 한도 끝도 없다는...
천생연분
여우야 뭐하니
꼭지
내 마음을 뺏어봐 드라마 장면은 아니고 현장 스틸.. 전지현씨 앳된 표정 좀 보소.....
사실 뭐 연상 연하가 대숩니까.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사랑에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대중문화 컨텐츠는 대중들의 움직임과 트렌드에 비해 상당히 늦고 보수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다시금 확인될 뿐이지요.
특정한 사회의 보수적이고 고착화된 생각이 드라마 등 대중문화 컨텐츠의 배경으로 작용하다보니
상당기간 이같은 연상연하 커플도 화제가 됐던 것일테고요.
그런데 이젠 딱히 새로울 것도 없고, 이같은 극중 설정 역시 직업의 종류를 설정하듯 그냥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는 연상연하커플 대신 여성상사와 남성후배, 이런 식의 구도와 모습을 좀 더 다뤄보면 어떨까요.
기업에서, 병원에서, 학교에서, 관공서에서, 어디에서든 주인공이 누가 됐든
현재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대부분의 상사는 남자로 세팅돼 있습니다.
간간이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묘사됐던 여성상사는
피도 눈물도 없는 마녀나 히스테리컬한 노처녀 등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은연중에 여자가 높은 자리에 있으면 뭐해, 성격이 저러니 시집도 못가고 있지... 라는 식의 편견을
얼마나 많이 심어줬나요.
물론 한동안은 손발오그라들 수도, 편찮게 묘사될수도, 화제도 될 수 있습니다만
어느 순간 원래 그랬듯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얼마간은 계속 불편스럽더라도 고민하고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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