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이 열렸습니다. 경찰 수습기자로 시작했던 이 해, 가수 서지원씨, 김광석씨의 자살사건이 생각납니다. 각종 사건사고를 쫓아 현장을 다니며, 1진 선배들이 시키는 일들을 정신없이 해야하던 당시, 그러니까 경찰 수습이라는 과정은 일반적인 생활인에서 기자가 되는 통과의례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여튼 이때는 신문지면을, TV 뉴스 헤드라인을 굵직하게 장식하던 대부분 현장, 혹은 그 언저리에 발붙이고 있었습니다. 뭐 그렇게 설명하니 대단히 중요한 일을 했던 것 같은 착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엄밀히 말해 중요한 현장에는 1진들을 도와 수습들이 항상 투입돼 24시간 대기조처럼 죽치고 있는, 그러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게 되는... 뭐 그런 개념인거죠.
역사적 재판인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재판이 있기도 했던 이 때는 연초부터 수감중이던 전두환 전대통령이 입원해있던 경찰병원에 죽치고서는 매일 담당간호사나 의사, 병원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뭘 먹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누가 왔다 갔는지 등을 묻고 취재하고 보고하던게 일이었지요. 총선으로 분주한 봄을 보낸 그해 여름은 한총련 행사와 시위로 달궈졌습니다. 당시 연세대에는 엄청난 학생들이 갇혀 경찰에 포위된 채 상당기간을 보내야했습니다. 기억이 정확치는 않은데, 학교를 포위한 상태에서 학교 안으로 물품 반입을 금지하는 고사작전을 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헬기로 최루액을 뿌리면서 진압을 했던... 처참했던 연세대 교정이 기억 어디선가 남았었는지, 몇년전 쌍용차 사태를 보면서 당시의 그 기억이 오버랩되기도 했었지요.
대중문화계에도 큰 사건이 많았습니다. 앞서 말했던 김광석, 서지원의 자살은 수많은 가요팬들을 충격에 몰아 넣었습니다. 서지원씨를 따라가겠다며 여학생 팬이 자살을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당시 인기가수였던 룰라의 이상민씨도 표절 시비로 괴로워하다 자살을 시도해 역시 충격을 던져줬었고요.
고 김광석씨
고 서지원씨.
무엇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했던 것, 그리고 당시 PC통신 하이텔, 천리안 시절이었는데 여기서 서태지 결혼설도 불거졌었습니다. 가당치도 않은 루머로 치부됐었으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단한 취재력이었던듯...
성균관대 유림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서태지, 양현석씨
지금은 공주병, 왕자병이 새로울 것도 없는 당연한 명사가 됐지만 이때 이 용어가 급격히 유행하면서 문화 현상으로 작용했습니다. 김자옥씨가 공주병 걸린 여고생으로 코믹한 연기를 보여줬고 공주 복장으로 나와 공주는 외로워라는 노래를 불렀었죠. 당시 PC통신이 현재의 인터넷처럼 대중문화를 주도했었는데 그때 한창 유행했던 용어가 미나공, 미나왕, 미지공 등이었습니다. 미안해 나 공주야, 미친* 지가 공준줄 알아... 뭐 이런식의 손발오그라드는 줄임말인데 당시엔 최고 유행이었다는... 그래서 도끼병, 백마병과 함께 공주·왕자병은 세기말 3대 불치병 어쩌구 했었습니다. 김정현씨의 소설 아버지가 불러 일으킨 아버지 신드롬은, 당시 경제 불황으로 국내에 처음 그 용어가 도입됐던 ‘명예퇴직’과 맞물리며 이 시대 아버지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드디어 우리나라도 OECD가입국이 됐다며 선진국 됐다고 정부, 언론이 힘을 합해 드립치던 생각이 납니다. 그로부터 1년뒤.... 는 다음 1997년 편에서 정리합죠.
지금은 아이돌그룹이 대세지만, 그리고 고교에 재학중인, 혹은 그보다 더 어린 가수들도 나오고 있고 연습생 문화가 자리를 잡았지만 이 때는 고교생 가수들이 나왔다는 것이 뉴스가 됐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전세대에 이지연씨 등이 고교생 가수로 인기를 누렸으나 현재의 아이돌그룹의 원형이 됐던 초기 모델은 이때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이라는 노래로 유명했던 영턱스클럽을 비롯해 H.O.T., 킵식스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지요. 이 때 HOT를 어떻게 읽는지를 놓고 신세대니 구세대니 구분잣대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언론에서도 한참동안 핫이라고 쓰기도 했었습니다.
영턱스클럽
킵식스
96년을 대표하는 드라마로는 유동근 황신혜 주연의 <애인>을 꼽고 싶습니다. 유부남, 유부녀의 사랑. 한마디로 불륜인건데, 이는 당시 신드롬급 인기와 수많은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질척한 묘사가 아니라 깔끔하고 절제된 표현이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언론에서는 여성들이 활발히 사회진출을 하고 독립된 경제력을 가지면서 자아를 찾기 시작했다는 둥, 결혼윤리의 개방적 변화를 상징한다는 둥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건 모르겠고 주인공 황신혜의 미모와 유동근의 패션 센스를 주로 화제로 삼았던 기억이 나네요. 유동근씨의 극중 의상 덕에 푸른색 와이셔츠에 노란색 타이를 매치하는 스타일이 남성 패션의 주류를 이뤘습니다. OST인 I O U. 이 노래도 메가히트를 기록했습니다.
드라마 애인
경이적인 시청률 65.8%에 빛나는 드라마 <첫사랑>도 이 해에 방송됐습니다. 이승연 최수종 배용준 최지우 등이 출연했지요. 내용은 남녀의 사랑을 다룬 평범한 멜로 드라마였던 것 같습니다만 기억이 전혀 안나네요. 애석하게도 전 이 드라마를 당시는 물론, 이후에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드라마 첫사랑
<8월의 신부>라는 드라마는 당시 최고 인기 여배우였던 김지호의 고혹적 아름다움을 보여줬습니다. 나중에 김지호씨에 대해 한번 정리할 기회를 가질텐데, 당시 김지호씨는 웬만한 CF는 모두 꿰차며 절정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는데, 아무래도 영화를 잘못 택하면서 하강곡선을 그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드라마 8월의 신부
<남자대탐험>이라는 다소 흥미로운 제목의 이 드라마는 당시 화제를 모았으나 여러 매체와 시청자단체를 통해 최악의 드라마로 수차례 거론됐던 기억이 납니다. 비슷한 느낌을 주고 김남주가 공통적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도시남녀>는 10대, 20대 여성층에 큰 사랑을 받았던 트렌디물이었습니다. 박소현, 최진영, 김남주씨가 나왔습니다.
유준상씨 저 앳된얼굴 좀 보소... 가운데 분 성함은 잘 모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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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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