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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그때 그 시절 드라마//1995년

by 신사임당 2012. 6. 19.

 얼마전 <신사의 품격>을 보니 1993년을 회상하던 때가 나오더라구요. 서태지의 하여가, 고소영 이야기가 바탕에 깔리는데 주인공 남자들의 헤어스타일을 보니 빵 웃음이 터졌습니다. 앞머리를 분수처럼 갈라 세우고 브릿지 넣었던, 당시 압서방파 선수들이 엑스세대니 뭐니 하며 한참 그러고 다녔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2년이 지나고 1995년이 되었습니다.
 1995년은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해입니다. 졸업후 몇달간을 백수생활하던 때라 남들 학교가거나 출근해 일하던 대낮에 유선방송을 통해 재방송되는 드라마를 그어느 때보다 열심히 봤었네요.  .
 언론사 준비를 위해 신문만은 열심히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 때를 떠올리니 당시 신문 지면의 흑백 활자들과 잉크냄새가 훅 지나가는 듯 합니다. 95년하면 무엇보다 삼풍백화점 붕괴를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모 언론사 면접시험인가를 보고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고 논 뒤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들린 라디오 소식이었습니다. 뭐가 무너졌는데 구출작업이 어쩌고 저쩌고... 처음엔 백화점인지 뭔지 모르고 엄청난 건물이 무너졌대서 외국 어디선가 일어난 사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틀어보니 바로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데 삼풍백화점이라는... 삼풍백화점 앞에 살던 제 친구네 엄마는 종종 이곳에서 장을 보신다고 들었던 기억이 나서 친구네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쫌 아까 엄마가 나오고나서 백화점이 무너졌다며, 천만다행이라는 이야기를 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매일매일 시신과 생존자를 찾아내는,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현장을 중계방송을 통해 보며, 또 그 죽음의 구덩이에서 십수일간을 버티다 구출된 분들에게서 삶의 희망을 읽으며 많은 분들은 그 뜨거운 여름을 버텨냈습니다. 또 있었죠. 대구 지하철 참사. 가스폭발 사고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던. 그전의 성수대교 붕괴 등 매년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면서 ‘우째 이런일이’라는 씁쓸한 탄식이 유행어 아닌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이 해에 고베 대지진이 발생해 엄청난 사람들이 생목숨을 잃어야했습니다. 그로부터 16년 후 또 일본 동부에 엄청난 대지진이 덮쳤고요. 정치적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92년 대선에 패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했는데 이 해에 다시 복귀했습니다. 지방자치시대도 본격적으로 열려서 처음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졌습니다.
 당시 국제 뉴스나 해외의 흥미로운 사건들은 언론사 준비하며 보던 타임과 뉴스위크를 통해 접했습니다. 이 때 유명했던 사건이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던 OJ심슨이 무죄평결을 받았던 것입니다. 지존파 등 사건때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한창 회자됐었는데 미국의 재판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원칙이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지적이 있었을 만큼 미국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냈던 사건이기도 하죠. 타임 커버스토리는 또 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도 다뤘습니다. 이건 딴 이야기지만 미국 중부의 작은 주 오클라호마가 폭탄테러와 농구 정도로만 국내에 알려져 있는 탓인지 오클라호마 하면 자꾸 폭탄테러를 떠올리는 제 주변 분들이 많습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로 유학을 갈 예정인 한 후배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마다 “폭탄 테러 난데 거기로 간다고? ”이런 천편일률적인 질문이 나오는 것을 보면 참 선입견이란 무섭다는 생각이... 오클라호마시티의 폭탄테러는 충격이었습니다. 다른 점에서가 아니라 항상 미국에서 일어나는 테러는 반미세력, 아랍 테러리스트에 의한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한국인들도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 때문에 이런 생각하는 사람이 참 많죠) 편인데 걸프전에도 참전했던 백인이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름이 티모시 맥베이였죠.. 아마..
일본은 고베 대지진도 있었지만 옴진리교 사건도 빼놓을 수 없죠. 신흥종교단체인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사린 독가스를 살포해서 큰 피해가 발생했고 우리나라까지도 공포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집필한 소설이 <1Q84>입니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뉴스를 꼽자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고현정씨가 삼성가에 며느리가 됐다는 것이 아마 최고의 화제였을듯 하네요.

 

 그렇다면 이때를 추억할만한 드라마를 볼까요.

 1995년을 뒤흔들었던 드라마는 뭐니뭐니해도 모래시계를 첫손에 꼽을 수 있을겁니다. 386세대를 모래시계 세대로 지칭할 정도로 모래세계는 드라마로서의 인기 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시대어로서 기능했습니다.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 트로이카는 최고의 톱스타임을 확인시켰고, 여기에 벼락스타가 된 사람이 이정재씨죠. 고현정의 보디가드 역할을 하며 말없이 항상 그림자처럼 고현정을 지키는 인물로 묘사됐습니다. 박상원씨의 아역을 연기했던 홍경인씨는 차세대 연기파 배우로 각광받았습니다.

 

 

 

 

 

 

 

 

 

 <젊은이의 양지> 역시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이자 신예스타의 산실이었습니다. 이종원 하희라 허준호 등이 주역이었고 배용준, 전도연이 이 드라마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깨끗하고 스마트한 외모에 화사한 미소를 지닌 배용준의 등장은 당시 철부지 10, 20대들의 가슴에 어찌나 쎄게 불을 댕겼는지 모릅니다. 여기 출연했던 박상아씨는 지금 전모씨의 며느리가 된 그분 맞습니다.

 

전도연씨의 저 풋풋한 모습..

 

 

이종원씨는 예전에 리복 광고모델로 폭풍 인기를 얻었는데 저 드라마부터였던 것 같네요. 옛 여자를 배신하고 신분상승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야욕을 가진 남자를 전문적으로 연기하는... 청춘의 덫에서도 그랬져...

 

 

 

 모래시계, 젊은이의 양지가 시대물, 복고풍의 드라마였다면 <째즈> <아스팔트의 사나이> <호텔> 등은 트렌디 드라마였습니다. 이승연의 매력이 돋보였던 <거미>는 공포 스릴러물, 코믹 홈드라마로는 <아파트>와 <목욕탕집 남자들>이 큰 인기를 얻었죠. 

 

 

김상중, 배종옥씨의 저 앳된 모습... 이순재 강부자 이 분들도 참 젊으셨고 정준은 완전 애라는...ㅎㅎㅎ.

 

김희선씨죠...

 

 


 <숙희>라는 드라마는 당대를 주름잡던 심은하 고소영의 연기대결이 화제였고 <호텔>이 낳은 톱스타 한석규는 이후 영화에 매진했습니다.

 

 

 

숙희.. 심은하 고소영.. 후덜덜하네요

 

 

 

 

 

요 세장은 드라마 호텔의 장면들입니다..

 

 큰 인기를 끌지는 않았지만 제가 빠져있던 드라마는 <신비의 거울 속으로>라는 드라마였는데 박소현, 오대규라는 지금은 다소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커플이 주인공이었죠.

 

 

나현희씨 저때 정말 인기 많았는데요.. 늠늠 화려하게 생겨서는... 지금 모하시는지 궁금하다는....

 

오대규씨... 그저 웃지요... ㅋㅋㅋㅋㅋㅋㅋ

 

당시 무슨 특집 드라마로 기획됐던 <해빙>은 남남 북녀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여기에는 신인이던 이성용, 황수정이 발탁됐습니다. 이성용씨는 주로 배우 우희진씨의 남자친구로 연관검색어가 뜰만큼 이후 활동은 활발하지 않은 분입니다. 제가 사실 그 당시에 보고 “앞으로 뜬다”고 찍었었는데 별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지금도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옛 드라마를 되짚어 보는 것은 스타들의 풋풋했던 시절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지금은 도저히 조합하기 힘들 법한 이들을 한데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점은 인생의 업앤다운이랄까, 그 시절 그렇게 인기절정을 달렸지만 지금은 존재감이 흐릿해져 아쉬운, 세월의 무상함 같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변함없이 톱스타의 위치를 유지하는 분이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아스팔트의 사나이>만 해도 이병헌, 정우성, 최진실, 이영애로 이어지는 라인을 자랑했고 <아파트>도 최진실 채시라 변우민 원미경 김민종 김지호 등이 출연했습니다.

 

 

 

이병헌 저 넥타이 어쩔거야.. ㅠㅠ

 

정우성 소두 인증.., 쾅쾅쾅... 상대의 키에 대한 배려.. 양복 품과 바지통하며... ㅋㅋㅋㅋ

 

 

 

요 아래는 드라마 아파트입니다

 

새콤달콤 신혼부부로 나왔던.. 이때 김지호씨도 최고 인기였죠. 웬만한 광고모델 다 꿰찼었던...


 드라마 <째즈>는 최진실 정혜영 한재석 정성환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감각적인 모습을 자랑했습니다.

 

 

 

 

정혜영씨의 미모 눈부시네요... 조민기씨 정말 젊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