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토크

여배우, 그들이 엄마역할을 맡는 시점

by 신사임당 2012. 6. 29.

예전에 이미숙씨가 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에덴의 동쪽이 연상연하 연기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그 이후로는 엄마 역할로 들어가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고 말입니다. “나도 이제 엄마 역할을 해야하는구나”하는 서글픈 마음을 가졌다면서요. 그 이야기인즉, 여배우로서 누릴 수 있는, 일종의 정형화된 배역이랄 수 있는 로맨스의 여주인공 역할이 종지부를 맞이했다는 이야기일겁니다. 노년의 삶을 다룬 영화나 특별한 인생이야기 외에 영화의 여주인공은 대부분 여배우의 전성기,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시절에 맡을 수 있는 배역에 한정돼 있습니다. 드라마로 따지자면 미니시리즈의 여주인공 말입니다.
연기력이야 나이가 들어가면서 원숙해지고 깊어지겠지만 외적인 면, 즉 늙어감이라는 외적인 요인에 의한 배역의 제한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그리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네 삶과도 닮았습니다. 불로장생의 약을 먹지 않은 다음에야 어찌 영원한 청춘과 젊음에 집착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나이가 들어도 원숙한 아름다움으로 사랑을 받는 노년의 여배우들이 여전히 활약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미숙씨 말처럼 ‘엄마역할’이라고 이름지어질 수 있는 배역을 시작하게 되면 배우인생에서 새로운 ‘리그’로 접어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연예인, 그중에서도 여배우는 두터운 이미지에 여러겹 싸인 채 희로애락을 초월한 존재로 소비되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누구보다 외롭고 치열할 수 밖에 없을테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에는 엄청난 고통과 가슴앓이도 따를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 여배우들을 보면 재미있는 몇가지 기준으로 부류를 나눌 수 있습니다. 모든 배우를 그렇게 분류한다는 것은 아니고 특징적인 몇몇 틀로 때 묶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개인마다 판단의 근거가 있겠지만 저는 순전히 제 생각으로만 기준을 삼고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현실이 통하지 않는 부류입니다. 세월과는 상관없는 차원을 살고 있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가슴 설레는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무리없이 받아들여지는 부류입니다.
 여기에 꼽고 싶은 배우로는 황신혜 김희애 김혜수 고현정 전도연 박주미씨가 생각납니다. 최근 활동을 보여주시지는 않고 있지만 이영애, 그리고 김윤진씨도 포함시킬 수 있을 듯 하고요. 사회가 변화·발전하고 수명이 늘어나면서 배우들의 평균 활동연령대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화장및 각종 시술, 의학발전 등은 부차적 문제인데 어쨌든 예전엔 서른만 넘으면 끝장나는 분위기였다가 지금 이들을 보면 40대가 평균 전성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긴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분들이 가진 아우라와 이미지는 마음먹고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얻어질 수 없는 특출난 자산이자 재능이라는 점은 분명해보입니다. 이제 고작 서른한살인 배우 송지효씨를 올 초 만났을 때 그는 “20대 초반에 데뷔하면서 그땐 서른이 되면 뭔가 대단한 성취를 이룬, 은퇴해야하는 경력에 다다른 느낌을 막연히 가졌었는데 지금 내가 벌써 서른이 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었습니다. 

 

 

 또 다른 부류는 나이를 먹었고 그 연령대에 걸맞는 배역을 소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성이 강한 역할이 어울리는 이들입니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여자이고 싶은”그런 마음을 대변하고 표현하는 배우들이랄까요. 좀 윗세대에서 이미숙, 조민수, 최명길씨가 곧바로 떠오르고 그보다 좀 아랫세대에선 전미선씨가 아닐까 싶네요. 

 

 

최근 내딸 꽃님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한 조민수씨

 

 

 

십수년전 드라마 <결혼>에 출연했던 당시 모습. 옆의 이효정씨도 완전 젊었다는...

 

 

제빵왕 김탁구에 출연한 전미선씨

 

 

 마지막으로는 너무 빨리, 나서서 엄마가 돼버린 안타까운 부류입니다. 또래 연기자에 비해, 누구못지않은 전성기를 구가했음에도 지나치게 현실적인 시간을 앞당겨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들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사연이 있고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그들의 빛나는 시절이 너무 가까이, 생생히 기억나기에 그렇습니다. 김혜선씨와 윤해영씨인데요. 우선 김혜선씨는 80, 90년대에 김혜수, 하희라, 이미연 등에 결코 뒤지지 않던 하이틴 스타였습니다. 고등학교 때 저희반에는 사생 수준의 김혜선씨 팬이 몇명 있었습니다. 제가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김혜선씨가 CF촬영인지 사인회인지 한다고 부산에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친구들 수업과 야자 모두 땡땡이 치고 달려가 사인을 받아왔다는...(물론 갔다와선 박살났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행복해 하더라는...). 그러던분이 어느 순간부터 억척 아줌마의 전형으로만 얼굴을 비추고 있는 것이 속상하다는 거지요.
 윤해영씨 역시 90년대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던 분인데, 사실 이번에 <빅>이라는 드라마에서 이민정씨의 엄마로 나오는 것을 보고는 깜놀했습니다. 이제 고작 나이 마흔 하나인데 너무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ㅠㅠ. 

 

 

18년전 드라마죠.. 걸어서 하늘까지에 출연했던 김혜선씨

 

 

 

90년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퀸>이라는 드라마에서 윤해영은 공주과 여성 홍장미로 나왔습니다.

 

 

 결국 시간이든 극복해야할 대상이든 뭐든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온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 한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극복해내는지는 개인의 역량이고 과제겠지요. 그 과정을 지켜보는 우리들 역시 그들과 같은 삶의 여정을 밟아가는 중일테고...
 동시대를 살아오면서 우리들을 울고 웃고 설레게 만들어준 이들, 이들이 어떻게 나이먹어 가고, 어떻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지를 보는 건 이들의 작품만큼이자 관심을 끄는 포인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TV토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상연하  (2) 2012.07.11
그때 그시절 드라마 / 1996년  (0) 2012.07.09
그때 그 시절 드라마//1995년  (0) 2012.06.19
대륙별 한류스타 선호도 차이  (0) 2012.05.23
그때 그시절 드라마/1994년  (1) 2012.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