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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고상지// 어찌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by 신사임당 2012. 6. 15.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같은 눈매와 외모.

그렇지만 말투와 행동거지는 성별을 가늠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풍겨나고,  

하는 음악은 탱고, 악기는 반도네온이라니...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입니다.

2009년 김동률의 콘서트 무대에서 그를 보고 꽂혔는데(정말 자주 꽂히죠? ㅋㅋㅋ)

드디어 지난 달 그를 만났습니다.

그를 만난 곳은 연희동 카페 129-11이라는 곳이고 함께 점심을 먹은 곳은 연희동 칼국수입니다.

두곳 다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네요.

특히 카페129-11은 상지씨 단골인데 독특한 인테리어가 기억이 납니다.

이곳 커피가 다 맛있다는데 '짜세'인 핸드드립은 30분은 족히 걸린대서 그냥 패쓰...

나중에 기회되시면 다시 와보자고 했슴다...

 

툭툭 거침없이 쏟아내는 그와의 대화 역시 3시간 가까이 시간가는 줄 모르게 진행됐습니다.

어리버리한 듯 하면서 직설적이고 솔직한, 그러면서도 재치넘치고 유쾌한 그녀.

대놓고 말하기 거시기할 법한 이야기들도 그녀는 쿨하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털어놓았습니다.

 

그와의 대화.. 그 중 공개해도 좋을만한 것들,  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반도네온을 가져온 그에게 누군가 아코디언이라고 말을 하자

그는 "차라리 멜로디언이라고 했으면 좋겠다. 아코디언이라고 하는게 제일 싫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인들의 탱고에 관해 갖는 선입견은 영화 두편이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영화 두편요?

 =아멜리에하고 여인의 향기죠. 여인의 향기를 보고 탱고음악의 전부인줄 아시는 분들도 많아요. 아멜리에에 나왔던 음악은

 프렌치 아코디언으로 연주됐던 곡이에요. 그리고 실제 탱고음악은 아멜리에 음악처럼 그렇게 귀엽지 않아요.

여인의 향기에 나온 곡도 유럽 탱고에 가깝죠. 본토 아르헨티나 탱고는 정말 공격적이고 강하거든요.

사람들에게 본토 탱고음악을 들려주변 복잡하고 낯설게, 이건 아닌거 아냐? 라고 느끼는데

그런 선입견에 맞서 싸우는게 힘들어요.

 

*탱고... 어떻게 하다 탱고에 빠지게 됐죠?

=제가 유치원다닐때 닌텐도 슈퍼팸 같은 게임에 완전 빠져 있었어요. 드래곤캐스트 등 롤플레잉 게임 말예요.그런데 게임보다 그 음악이 너무 좋았어요. 흥분하면서 들었으니까요.

 (어린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 있는 것을 탓하거나 금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리고 초등학교  5, 6학년때는 가야금을 잠시 배웠어요. 학교가 가야금이 센 학교였거든요. 대전 시내에서 알아주는 국악 명문 초등학교랄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같이 배웠어요. 그렇다고 국악을 좋아했다거나 뭐 그런건 아니고 음악을 두루두루 들었어요. 젝스케스, 에초티, 터보, 패닉, 김동률 등등 가요 많이 듣고 자랐죠. 중학교 대 까지는 팝이나 밴드음악 탱고 이런건 몰랐어요.

그러다가 고교때 메탈 밴드에 빠졌고 대학가서 헤비메탈 밴드에서 일렉 베이스를 연주했어요.

 

*주로 쎈 음악들이었네요.

그러게요. 어릴 때붙 애니메이션 게임음악에 빠져 있다 보니까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음악을 좋아했어요. 탱고를 만나기 전에는 탱고가 그렇게 공격적인 음악인지 몰랐던거죠.

 

*혹시 격투기 같은 것도 좋아해요?

아, 네. 저는 뭔가 한번 꽂히면 바로 지르는 스타일이거든요. 영화 엽문 보고 견자단한테 꽂혔어요. 견자단이 영춘권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견자단을 배우러 다녔는데 2주만에 연주를 못할 정도로 손을 못쓰게 됐죠. 그후 1년간 손이 불편했어요.

 

*그렇게 배운게 많나요?

=요리 배웠어요. 제빵, 제과도. 파스타 좋아해서 그것도 배우러 다녔죠.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해서 내가 배우면 더 잘만들겠다 싶어서

대학때 학교 휴학하고 요리학원 다녔어요. 초콜렛도 배우러 다녔고요. 제과점에 들어가서 일한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 위계질서가 너무 싫어서 금방 관뒀어요.

전 권위, 위계질서 이런거 너무 싫어하거든요.

 

*학교 다닐때 힘들었겠네요.

=완전히 버릇없고 대담한 아이였죠.

 

*카이스트 나왔잖아요. 최근 뉴스나 분위기 관련해 들리는 이야기 보면 스타일하고 완전히 안맞았을 것 같아요.

=전 행복할 때 다녔어요. 지금같은 분위기는 아니었고요. 외국인이 총장이던 시절이었어요.

제가 중학교 때 기가 좀 약했다고 하나, 잠을 잘 못잤어요. 잠만 들면 가위 눌리고 악몽 꾸고. 그래서 잠을 못 자서 일어나서 밤에  한 일이 수학문제 푸는 거였거든요. 그걸로 시간 보내다보면 성취감도 생기고 잠도 자게 되고...

사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수학은 기계적으로 열심히 훈련하면 잘하게 되거든요. 논리고 창의력으로 승부하는게 아니라

훈련된 계산력으로 빨리 풀기 승부를 보는거죠. 그래서 대학가서 수학이나 물리를 전공하겠다고 생각했죠.

와보고서야 완전히 착각이란걸 깨달았어요. 수업을 듣는데 아무것도 이해가 안되는거에요. 이건 천재들이나 하는거더라고요.

논리와 창의력으로 싸움하는.. 전 논리력에서 한계를 느끼고 완전 좌절했어요.우리나라 학생들 계산 잘한다고 하는데

그건 전자계산기로 하면 되는거거든요. 외국은 다 그렇게 하고요. 쓸데없는 걸로 목숨을 걸지 ㅇ낳는거죠.

그런데 한국교육은 계산력, 빨리 풀기 중심이다 보니까 중고교때 수학잘했다고 해도 대학가서 세계 수준에서 빵빵 나가 떨어지는거예요.

 

*갑자기 수학교육이야기로 나갔는데요. 그래서 대학생활은 어땠나요.

 =음악이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죠. 바로 위 학번 선배들이 페퍼톤스거든요. 그런데 페퍼톤스 선배와 같은 사람들이 보통일 정도로 음악 잘하는 선배들이 너무 깔린거예요. 다들 음악에 목숨걸고 하더라고요.

 

*탱고를 접한 것은 학교 음악활동을 통해서였나요?

=아뇨. 당시 소리바다로 엄청난 음원들을 다운받아 들었어요. 그렇게 듣다가 탱고도 발견한거죠. 주로 공격적인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던전, 공격, 전투음악같은게 많이 와 닿더라고요. 그러다가 탱고를 들었는데 이렇게 강렬하고 전투적일수 없는거예요.

우연히 공연도 보게되고. 그러면서 반도네온을 연주해보고 싶었던거죠.

반도네온에 꽂혔다기 보다 탱고에 꽂힌거예요.

이모가 마침 아르헨티나에 사시거든요. 그래서 이모한테 하나를 사다달라고 부탁해서 혼자서 연습했어요. 독학한거죠. 그전까지 피아노로 피아졸라 탱고도 연습해보고 혼자서 탱고를 집적거려 봤어요. 그때까지 전 악기를 레슨 받았던 적은 없어요. 그냥 혼자서 배우거나 동아리에서 따라하거나 유튜브 보고 따라하는 수준이었거든요.

반도네온도 독학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2005년 가을인가. 학교 관두고 서울로 왔어요.

 

*학교는 왜 관두신거예요?

=다닐 뜻이 없었어요. 공부도 너무 싫었거요. 수학하려다가 포기하고 산업디자인 쪽을 집적거리다가 다시 토목으로 갔다가. 별로 공부가 의미가 없더라고요. 어차피 반도네온 안했어도 학교는 그만뒀을거에요.

그런데 얘기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꾸 반도네온 때문에 학교를 포기했다고 하는데 절대, 그건 아닙니다.

학교는 뭘 해도 관뒀을거에요.

 

*어떻게 보면 완전 무대책이에요.

=그러게요. 혼자서 반도네온 연습하면서 홍대앞에서 버스킹도 했어요. 레스토랑에서 연주도 하고. 악기가 특이해서 그런지 봐주는 분들도 있었죠. 그런데 제 거리공연을 보던 학교 선배가 일본의 반도네온 연주자 고마쓰 료타 팬이었는데 그분에게 이메일을 보낸거에요. 혼자서 한국에서 애쓰고 있는 애가 있으니까 힘내라고 한번만 얘기해주시라고. 그 선배는 탱고 댄스를 하는 분이었거든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고마쓰 료타에게서 메일이 왔어요. 완전 영광이었죠. 그 후에 제 연주 동영상도 보내고 몇번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가르쳐달라고 했어요. 일이 되려고 했는지 제가 운이 좋았는지 여튼 선생님과 그렇게 인연이 됐어요.

숙제를 보내시면 제가 연습해서 일본에 가서 2주간 머무르며 레슨을 받고 다시 돌아오는 식으로 3개월에 한번씩 일본에 갔어요. 그 생활을 3년간 했어요.

 

 

*그럼 아르헨티나로 유학간거는요.

=하하. 결정적인 이유는 엔이 너무 비싸져서인데. 원래는 5년정도 그렇게 배우다가 아르헨티나 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3년간 배우다가 아르헨티나로 계획을 수정했죠. 어차피 이모도 계신곳이고 하니까 2009년 1월에 아르헨티나로 가서 2년간 공부했어요.

 

*아르헨티나 생활은 어땠나요?

=낙원, 꿈만같던 곳이에요. 탱고의 대가들, 거장들이 정말 동네 어귀에서 함께 만나 대화나누고 연주하고 레슨도 받고. 거장들과 일상을 나눌 수 있다는 삶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씨디로만 듣던 거장들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함께 웃고 떠들고 연주하는데 세계 어디서 그럴 수 있겠어요.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들지만 거기선 그런 거장들을 만나거나 함께 하는 것이 힘든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실력적으로 상지씨가 많이 인정을 받았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일단은 문화차이인것 같아요. 그리고 고마쓰 료타 선생님에게 배웠던것도 컸어요. 제가 일본에서 있을때는 열등감 작렬이었어요.   다들 너무 잘하고 전 쫓아가는 입장이고 프로 전문 연주자들이었잖아요.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생활이 음악인거에요. 젊은 친구들은 연주 잘 못해요. 그런데 그렇게 음악을 생활로 삼으며 나이들어가면서 나중에 나이 들어서는 다 거장이 되는거죠. 제가 만일 아르헨티나에서 일본으로 갔다면 완전 좌절하고 힘들었을거예요. 그 반대라서 행복한거지. 게다가 질투나 경쟁도 없어요. 한국은 위계질서, 질투, 경쟁 이런거 때문에 너무 힘들잖아요.

제가 다녔던 학교에서도 비겁하게 경쟁심 느끼는 사람이 둘이었는데 저랑 호주에서 온 애. 딱 그렇게 둘 밖에 없더라고요. 남이 솔로할 때, 칭찬받을 때 질투하고 눈빛 이상해지고. 그런데 그 친구들은 그런게 없어요. 정말 남이 잘하는 것 칭찬받는것 함께 기뻐해주고 즐거워해요. 가식이 아니고 진심으로. 그렇게 사는 삶의 모습이 너무 좋고 부럽죠. 행복했어요.

 

*그럼 한국에 와서 자리잡게 된 계기는요

=하림오빠 때문이에요. 그분이 반도네온을 비롯해 모든 악기를 다루시잖아요. 악기의 정령이라고 할만큼. 그래서 그 오빠를 통해 김동률 선배나 정재형선배 등등 많은 선배들을 만나게 됐죠.

 

*김동률 공연 저도 봤어요.

아, 정말 그때 생각하면 숨고 싶어요. 그 까칠 대마왕에 까다로움의 선두주자인 동률선배가 제 세션에 만족했을 리가 없어요. 나중에 공연 끝나고 저보고 무럭무럭 자라라 하시더라고요. 관용을 베푸신거죠. 하하.

 

*아무래도 무한도전 이후에 바빠졌죠?

=그렇죠. 자막으로도 여러번 나오고. 블로그 방문자수도 단위가 다르고 많이 바빠졌죠. 일도 많아졌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국내에서 탱고를 오해하고 있잖아요.

=그걸 바로잡아주고 싶어요. 탱고하면 치명적 유혹, 고혹, 열정 이런식으로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 굉장히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고 상당히 공격적이라는 것 말에요. 음악계에서도 탱고를 연주한다지만 자기 식으로 해석할 뿐 탱고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요. 단순히 연주곡으로서 탱고를 대하는거죠.클래식 방식으로, 재즈 방식으로 그냥 탱고 곡을 연주한다는거고, 그걸 강요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 힘들죠.

 

*소수자 이잖아요. 그런데서 오는 어려움은 없나요.

=글쎄요. 그건 모르겠고 꼭 이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너무나도 팽배한 학벌주의. 이건 음악계에서도 너무 심해요. 연주자는 연주로 승부하면 되는데 거기에 왜 학벌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모르죠. 굳이 비유하자면 무슨 학파, 무슨학파 이런식으로 갈라지거나  학파벌 이론이 달라서 논쟁이 벌어지거나 해서 전체적으로 발전을 이루고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는 차원의 파벌이나 학파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이건 그저 내가 잘났다, 나 어느학교 나왔다는 거에요.

그리고 제가 카이스트 다녔다는 것으로 뭔가 다시 봐주고, 달리 봐주고. 아마 그걸 몰랐으면 개무시당했을 상황에서 달리 봐주는 것 같은거 있잖아요. 비단 음악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어디서나 팽배해 있지만 . 정말 토나올 것 같아요. 싫어요.

어느 방송에 나가기전 그러더라구요. 악기에 대한 열정으로 카이스트 그만뒀다고. 그리고 그걸로 나의 탱고 사랑이 증명된다고.

그런데 아니거든요.  전 그런데 절대 그렇게 말 할 수 없어요. 탱고는 그냥 그대로 좋은거예요. 학교는 그거 아니라도 진작에 때려쳤을 거예요.

 

*지금 제자들도 많지 않나요?

=반도네온을 배우는 분들이 있어요. 제가 가르친 분 중에 얼마전 데뷔하신 분도 있고요. 앞으로 탱고를 더 많은 분들이 관심갖고 배워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