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그를 기억하는 첫 드라마는 십수년전 방송됐던 <유정>이라는 드라마입니다.
나중에 드라마 연대별 정리에 다시 하겠지만
그때 류진과 최지우, 박진희, 김찬우, 김윤진 등이 출연했던 주말 멜로드라마였죠.
신인이었는데도 -주연을 맡았던 그는 이후 내내 주연급 연기자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습니다.
훤칠하게 잘 생기고 다소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이미지라
주로 재벌 2세, 실장님, 차도남, 냉정한 의사... 뭐 그런 이미지로 연상되는 배우였죠.
최근 그가 <스탠바이>라는 시트콤에서 완전 망가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매일 하는데도 기다려지는 완소드라마라는....
얼마전 만난 그는 이미지와는 달랐습니다.
아줌마스러운 수다도 거침없는....
몹시 즐겁고 재미있는 인터뷰였습니다.
그와 나눈 이야기, 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이건 기존의 실장님, 차도남 이미지
-반응이 좋다.
나한테는 새로운 도전이다. 기대도 많이 됐고. 전진수 감독님이 워낙 시트콤을 많이 하신 분인데 초반에 이렇게 느낌이 좋았던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 여러가지 외적 요인들 때문에 시청률 면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다.
-그전에도 코믹한 연기를 은근히 선보였다.
정극안에서 하다보니 묻힌 면도 있다. 국가가 부른다 같은 작품은 나름 변화를 많이 시도했고 그래서 칭찬도 많이 받았다. 원래 류진행도 국가가 부른다와 비슷한 캐릭터로 갈 줄 알았다.
-좀 더 일찍 이런 역할을 만났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내가 특정한 역할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배우가 뭔가 고른다는 것은 힘들다. 캐스팅되는 대상 아닌가. 이미지 캐스팅이란게 있다. 제작진 역시 안전빵을 원하는 심리가 있다. 그러다보니 몸바꾸기 쉽지 않다. 내게 들어오는 시놉도 대부분 비슷할 수 밖에 없고.
게다가 내가 주로 했던 캐릭터는 극중에 항상 필요하고 쓰임새가 많은 캐릭터였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내가 떠올랐던 것 같고
딱히 모험을 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런면에서 국가가 부른다는 시청률이 높지 않았는데도 류진의 색다른 면이 <스탠바이> 제작진에게 발견됐던 것 같다.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시트콤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그게 나였던 것 같다.
요건 어리보기 찌질한 아나운서 류진행
-그럼 그동안 시트콤 거부했었나?
절대로. 게다가 특정 장르를 하니 마니 분류한 적도 없다. 만나지 못했을 뿐이지. 재미있는 건 요 전작인 김병욱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논의됐다. 내가 다른 주말 드라마가 있어 결국 일정때문에 불발돼 아쉬웠는데 후속작에 연결됐다. 특별한 인연인 것 같다. 지금 연출하시는 감독님도 그건 몰랐다고 하시더라.
-자신의 몸을 통해 지질하고 소심한 사람이 표현되는 것을 보는게 낯설 것 같다.
요즘 새록새록 느끼는데, 내가 원래 갖고 있는 모습이 저렇구나 싶을 때가 많다.
-반대로, 재벌2세 이런 역할을 하다보면 자연인 류진도 돈 많은 것처럼 느껴지거나 착각이 될 때가 있지 않을까?
전혀. 얘(극중 배역)는 이렇게 잘 나가는데 난 왜 이럴까 싶다.
영향 전혀 안받는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좋아한다. 밝은 모습이 많으니까. 암만해도 그동안은 딱딱하고 냉정한 역할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말걸기도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약점과 허술한게 많이 보이니까 좀 헤깔려 하시더라. 가족들도 좋아한다. 특히 교육상으로도 좋은 것 같다. 여섯살짜리 아들이 내 연기를 보고 따라한다. 그전 드라마에서 따귀 맞고 노려보고 하는 걸 흉내낼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까불이~ 다람쥐~ 이런거 한다. 훨씬 낫지 않나?
애한테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살림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더라. 집에서도 많이 하나
많다. 설겆이는 거의 내가 한다.쓰레기 분리수거도 그렇고. 가끔 동네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하러 가면 "이것도 직접 하세요?"라고들 물어보신다. 집에 그거 할 사람이 나랑 와이프 밖에 없는데 내가 해야지 어쩌겠나.
-어릴 땐 어떤 성격이었나
완전 숫기 없었다. 순둥이였지. 그런데 또 꾸미는건 엄청 신경썼다. 내가 주목받는 외모라는건 의식했으니까. 하하.
내가 어렸을 때 지금의 시완이 보다 조금 못생겼던 것 같다.
-굉장히 키가 큰 편인데 동생으로 출연하는 이기우씨는 더 크다. 좀 어색하기도 할 것 같다
그렇다. 올려다 보는 느낌은 처음이니까. 항상 내가 촬영장에서 가장 큰 편이었는데 기우는 정말 크다. 수현이도 여자신장으로는 굉장히 크고. 출연자들이 키가 큰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확연히 나뉘어 있는 것 같다.
-항상 주연이었는데 딱히 뜨거웠다고도 말할 수 없지 않나.
처음부터 주연으로 발탁돼서 무명시절이 없었다. 퇴보하지 않았고 그동안 한계단씩 올라왔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좋은 것 같다. 너무 떴으면 모르고 지나가는 것, 잃고 가는 것이 많았을 것 같다. 자만에도 빠졌을거고. 잘된 드라마는 고생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뭔가 생색을 낼 기회라도 있지만 잘 되지 못한 드라마는 훨씬 많은 고생을 했을 수 있는데 그것을 표현할 기회도 없지 않나.
에전에 여름향기 출연했을 때다. 윤석호 감독이라는 브랜드에 출연자들도 송승헌, 손예진 등 최강이었다. 함께 하면서 이건 대박이다 싶었는데 실제 뚜껑 열어보니 생각대로 안되더라. 나한테도 하나 왔구나 했는데. 하하. 그게 자기 뜻이나 예상대로 되는게 아니더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잘 되고 기대하고 욕심부려도 안되고. 그게 인생인것도 같다. 욕심내면 안되는건 분명하다.
-속상한 때도 많았겠다.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속상한게 없겠나. 특히 경성스캔들은 정말 좋은 작품이었는데 많이 속상하더라. 시청률이 생각보다 안나와서 많이 아쉬웠다.
-스탠바이의 류진행이 망가지긴 하는데 웃기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 웃길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어버이날 에피소드 중에 시완이가 납골당에 엄마를 보러 가는 장면이 있지 않았나. 그 대본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연기하면서도 많이 울었고.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완전 감정이입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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