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요즘 이 남자가 여심을 사로잡고 있네요.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경상도 사투리 툭툭 던져대는, 무드없고, 딱히 매너남도 아니고

천재용을 연기하는 이희준입니다.

그전에 드라마로는 kbs 단막극 연작시리즈에서 손현주, 유건 등과 함께 나와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고

부당거래, 모비딕 등에서도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제가 이분에게 딱 꽂혔던 것은 지난해 초 연극 작품에서입니다.

<늘근도둑 이야기>라는 작품을 봤던 것은 지난해 초.

수사관 역할을 맡았던 이 분을 보는 순간 뭐랄까, 느낌이 화르륵 오는 것이

반드시, 틀림없이, 기필코, 머지 않은 어느 날 대중들이 그에게 사로잡히리라는 예감이 드는 것입니다.

천편일률적인 조각 꽃미남은 아닌데

자꾸 끌리는 얼굴이랄까.

물론 제 개인적인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딱히 오다쿠적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라  뭐.... 

이 분이 연기하는 날짜의 공연을 굳이 여러차례 찾아보며

제 감을 확신했지요. 그렇습니다. 완전 꽂혔습니다.

그리고 이 분에 대한 자료가 인터넷에도 전무하던 상황에서

뭔가 개척자가 된 기분으로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희준씨를 만났는데

처음에 오히려 저에게 왜 인터뷰를 하게 됐는지를 물어보시더군요.

그래서 대답했죠.

3명 출연하는 연극인데 혼자만 두드러지게 확 보이더라.

그리고 드라마를 봤는데 정말 독특하고 인상적이더라.

대성하실 것 같다고.

한마디로 꽂혔다며 주접을 떨었습니다.

2시간 가량의 인터뷰 내내 성실하게 답변해주신

이희준씨와의 인터뷰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사심도 물론 있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1년여. 그 사이에 이희준씨는 드라마와 영화에 얼굴을 간간이 보이셨고 연극무대에도 서셨습니다.

이제 넝쿨당에서 그 빛을 발하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너무 기쁘고 뿌듯하고 좋네요.

뿌듯... 이라는 말을 쓰고 보니 마치 제가 뭔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데

그래도 남들이 못 알아볼 때 먼저 알아봤다는 뭐 그런 자기만족이랄까...

그래서 제 맘대로 뿌듯하다고 생각할라구요. ^^ 

 

아래는 지난해 이희준씨를 인터뷰했던 기사입니다.

 

경향신문 2011년 3월10일자.

 

이 배우, 뭔가 좀 다르다. 목소리, 표정, 연기패턴 등 모든 면이 인상적이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것이, 기존 배우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이다. 대학로에 데뷔한 지 이제 4년째인 배우 이희준(33). 현재 공연 중인 <늘근도둑 이야기>(극단 차이무)를 보면 그가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묘한 ‘끌림’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명의 도둑(늘근도둑, 덜 늘근도둑)과 수사관 등 3인극으로 꾸려지는 이 작품에서 그가 맡고 있는 역할은 수사관이다. 두 도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은 적지만 김뢰하, 이대연, 김승욱, 오용 등 도둑 역할을 맡은 연극계의 걸출한 배우들 사이에서 그의 존재감은 빛을 발한다. 1989년 초연 이후 20년 넘게 사랑받으면서 수많은 스타를 낳았던 이 작품을 통해 또 하나의 스타탄생을 예감하는 이유다. 초연 당시 배우 문성근이 수사관 역할을 맡았으며, 이후엔 유오성이 같은 배역을 연기했다.

실제로 그는 대학로에서 “무대에서 보여지는 얼굴이 많고, 캐릭터 창조의 유연성이 뛰어난 배우”라는 평을 받으며 주목받는 신예다. <멜로드라마> <비언소> <춘천거기> 등을 통해 연극팬들의 눈도장을 받더니 지난해엔 영화 <부당거래>, KBS 단막극 <텍사스, 안타>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꿔왔던 여느 배우들과는 사뭇 다른 행적을 밟아왔다. 대구 출신인 그는 대학(영남대 화공과) 생활을 할 때까지 연극을 제대로 본 적도, 딱히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공부보다는 기타치며 노래하는 동아리 활동에 더 열심이었다. 그러다가 군 입대 1주일을 앞두고 가진 환송회에서 술을 마시며 몇 차례 자리를 옮기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크게 다치는 바람에 졸지에 군 면제를 받게 됐고, 방황이 시작됐다.

“술을 엄청 마시고 길가에서 구토를 하다가 벽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게 됐어요. 연극에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오라는 내용이었는데 별 생각없이 바지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가 우연찮게 1주일 뒤에 다시 꺼내 보게 됐죠. 무슨 생각이었는지, 문득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찾아간 곳은 아동극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극단이었다. <알라딘과 요술램프>에서 자스민 공주에게 투정을 부리는 바보왕자 역할을 맡은 그는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채 작은 무대에 올랐다. 별 볼일 없어 보인 작은 무대였지만 연기가 그에게 주는 재미와 즐거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남의 인생을 살아보는 일에 그런 재미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노는 데만 관심갖고 어영부영 지내다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긴 순간이었지요.”

학교를 중퇴하고 극단 생활을 하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웠다. 책을 사보며 독학을 했고, 사투리 발음을 고치기 위해 젓가락을 물고 연습하다가 잠들 정도였다. 하도 젓가락을 많이 물고 연습하는 바람에 입 양쪽에는 늘 물집과 피딱지가 붙어 있기도 했다. 연기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스물다섯이던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다. 가장 열심히 하는 ‘노땅’이었던 그는 정형화된 캐릭터를 독특한 자기색깔로 해석해 표현하는 것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극단 차이무의 예술감독 이상우 교수는 그를 눈여겨봤고, 그를 차이무로 이끌었다. 이 교수는 그에 대해 “역할에 대한 공부를 그처럼 많이 하는 배우는 못 본 것 같다”면서 “연기를 흉내내고 멋있게 보이는 것에 중심을 두는 배우도 많지만 그는 관객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우직하게 승부하는 흔치 않은 배우”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영화 <방자전>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송새벽과는 절친한 술친구. 배우 송강호를 존경하고 넘어서고 싶다는 그의 꿈은 “ ‘이 배우는 어떤 역할이 어울린다’는 정형화된 제한을 넘어서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 중. 폐막일은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