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김영삼씨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문민정부의 시대가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중국과 처음으로 수교를 맺었던 해입니다.
당시 대만과는 국교를 단절했기 때문에 대만에서 한국 유학생들의 보복성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을 따면서 전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도 했었죠.
그렇지만 무엇보다 잊혀지지 않는 일은 시한부 종말론 사건이었습니다. 다미선교회라는 시한부 종말론파에서
그해 10월28일에 휴거가 일어난다고 했던 사건이었는데
당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전재산을 바쳤거나, 행방을 감췄거나, 돌아오기를 거부하는 가족들 때문에
고통받는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가 시사프로그램의 주요 소재로 등장했습니다.
당일인 10월28일 한 뉴스에서는 송파구의 다미선교회 집회 장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중계차를 놓고
기다리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신문 국제면은 유고 내전 뉴스가 장식했었지요.
당시 인종청소라는 소름돋는 용어가 다반사로 등장했는데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사건사고로 빼놓을 수 없는 일은 뉴키즈 사건이었죠.
뉴키즈 온더 블록이라는 미국의 인기 아이돌그룹이 내한공연을 했는데
10대 팬들이 몰려들며 압사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당시 어른들의 여론이나 신문 논조는
미친 10대, 광란의 10대 뭐 그런 분위기로 몰고가며 비난하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어쨌든 이 해는 대중문화사적으로는 큰 변화와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던
격동의 시기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트렌디 드라마라는 용어와 장르가 처음 등장했고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탄생해 대중음악사에 새로운 조류를 만들었습니다.
트렌디 드라마는 이후 언론사 입사시험 상식문제로도 여러차례 출제되기도 했었습니다.
그 트렌디 드라마의 효시로 기록되는 첫 작품은 MBC의 <질투>인데요,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최수종, 최진실이 주연했던 드라마였습니다.
이 외에도 드라마적으로 다양한 형형색색의 청춘 드라마들이 쏟아졌습니다.
상큼 발랄한 신인 연기자들의 데뷔도 활발했고 드라마가 본격적인 전성시대를 일궈가기 시작했습니다.
**질투
그땐 신촌에서 놀다가도 질투하는 시간에 맞춰서 들어갈 정도로 젊은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입니다.
최진실, 최수종 주연에 이응경, 김혜리씨의 풋풋하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매번 길거리 데이트에
떡볶이와 오뎅이 나왔기 때문에 연애질하던 커플들은 한동안 이거 따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유승범씨가 불렀던 주제곡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거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길보드(당시 길거리에 음반 파는 리어커가 깔려 있었음)를 장악했고
서울시내를 이 노래로 도배질하다시피 했습니다.
**사랑이 뭐길래
대발이 아버지가 탄생했던 드라마죠. 이순재씨. 이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로 이순재씨는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최민수 하희라 이재룡 신애라 김찬우 등의 당시 청춘스타들이 출연했지요.
이순재씨가 맡았던 대발이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전형을 보여주며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시대를 아우르는 캐릭터이자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당시 하희라, 신애라는 자매로 출연했는데, 이 집의 세 할머니 여운계 강부자 사미자씨의 옥신각신 싸움도 쏠쏠한 재미를 주는
볼거리였습니다.
기록적인 시청률을 자랑했던, 방송시간에 전국 수도 계량기의 움직임이 뚝 끊어진다고 할 정도의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입니다.
**아들과 딸
재미있었던 만큼 공분과 공감을 샀던 드라마입니다.
남아선호사상이 뿌리깊은 집에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여자 주인공이 겪어야 했던
불합리함과 차별, 억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내
주말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드라마였죠.
최수종 김희애씨가 남녀주인공인 이란성 쌍둥이로, 채시라, 오연수, 곽진영, 한석규씨가
함께 했습니다.
신인이던 한석규씨는 여기서 김희애씨와 결혼하는 석호로 나왔는데
당시 요즘말로 '훈남'의 등장이었던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는 쌍둥이네 막내 종말이였습니다.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죠.
정말 풋풋하고 귀여웠던 종말이 곽진영씨
오연수씨 앳된 모습이 너무 재미있다는....
**우리들의 천국
딱히 이 해의 드라마라고 할수는 없습니다만 편의상 넣었습니다.
91년인가부터 몇년간 했던 드라마였죠.
수많은 청춘스타들을 배출하며 대학생활에 대한 낭만과 기대감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80년대에 사랑이 꽃피는 나무가 있었다면
90년대엔 우리들의 천국이 있었다는.
간간이 시대극에서 보여지긴 하지만
지금까지도 80년대, 90년대 초반의 대학가를
그 시대의 감성과 분위기에 맞게 그려낸 드라마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현실 도피적이고 퇴행적인 드라마라고
당시 대학생들에겐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달달한 캠퍼스 드라마라고 내놓을만한 작품의
대표격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네요.
정말, 레알, 이 드라마는 청춘스타의 산실입니다.
장동건씨가 이 드라마로 데뷔했고 염정아, 최진실, 최진영, 전도연 등 수많은 스타들이
이 드라마에서 앳된 초창기의 모습을 선보입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오른쪽의 김찬우씨는 요즘 뭘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두려움없는 사랑
서울방송, 즉 sbs가 생기고 얼마지나지 않아 했던 드라마였습니다.
고현정, 최재성 주연의 애달픈 사랑이야기였죠.
음악하는 남자, 무용하는 여자였던가... 그리고 여자 집안의 어마어마한 반대...
딱히 스타일리시하진 않았으나 내용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됐던 드라마였습니다.
앗, 저분이 누구신가요... 조하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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