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기사를 보다가 우연히 든 생각입니다.
기사는 요즘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맡고 있는 청춘 남자스타들을 언급한 내용이었는데요
유아인 박유천 이승기 등 가장 잘 나간다는 남자배우들의 매력을 분석한 것이었던 것 같네요.
지금이 그 세 배우의 트로이카 시대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을텐데 어쨌든 현재 이들의 활약이
눈부신 시대인건 분명하죠.
문득 든 생각은 예전 트로이카니 뭐니 하던 그 시절의 배우와 드라마였습니다.
어릴때부터 듣고 보고 자라왔던 그 시절의 스타들은 이제 할머니로, 엄마, 이모로 변했고
그도 아니면 대중들의 눈과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남정임 문희 윤정희 트로이카를 거쳐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 트로이카,
그리고 원미경 이미숙 이보희가 3세대 트로이카 여배우로 시대를 주름잡았었지요.
여기까지가 80년대였다면 9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여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화려한 전성기를 맞았던 것 같습니다.
딱히 트로이카라 꼬집기 힘들 정도로 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래도 90년대 초반 김희애 최진실 채시라, 그리고 90년대 중후반 심은하 고소영 전도연이 트로이카 시대를 장식한 뒤
이같이 꼽는 것은 무의미해진 것 같습니다.
면면을 보면 돌아가신 분도, 은퇴하신 분도 있고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는 분들도 있네요.
얼마전인가 정윤희씨의 전성기 시절 사진이 인터넷에 돌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밑의 댓글을 보니
올킬이라는 감탄과 함께
사진보정도, 성형수술도, 온갖 시술과 화장법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지금도 눈에 번쩍 띌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고 있는 것에 대한 놀람과 찬사가 상당수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정윤희씨를 비롯해 그레이스 켈리, 올리비아 핫세 등 흑백시절의 그 스타들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타고난 스타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번 그 시절의 추억을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린 시절 80년대 이전은 차차 해보기로 하고 90년대부터 그 때의 드라마는, 그 드라마를 주름잡았던
당대의 스타들은 누구였는지
한번 살펴보기로 말입니다.
1991년입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했던 해입니다.
아직 80년대의 끝자락, 군사정권의 끝자락이기도 했지요.
입학한지 얼마 안됐던, 저와 같은 새내기였던 강경대씨 치사사건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대학생들의 연이은 분신 자살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서강대 총장이었던 박홍 총장이 이들의 자살사건 뒤엔 배후가 있다, 주사파가 깊이 침투돼 있다며
뭐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당시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전 그때 신문에서 주사파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었는데
뭔지 친구들이나 선배들은 다 아는분위기인데
나만 모르는 것 같아 대충이라도 눈치를 채기 위해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당시 인터넷이 있었던 것도 아닌지라...
그리고 수서비리사건이 떠들썩했던 것 같네요.
세계적으로는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는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고요
걸프전이 발발했으며 아웅산수지 여사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음에도 참석하지 못했던 일들이 기억납니다.
앗, 그리고 개봉한 영화 코리아처럼 그 때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한과 북한이 한팀을 이뤄 출전하는 알흠다운 일도 있었죠.
그시절 드라마 한번 보자고 했던 일이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1991년 그 시절의 드라마. 그 시절의 청춘스타를 만나봅니다.
**여명의 눈동자
10대때는 몇몇 학원물을 제외하고 딱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충격적인,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던 첫 드라마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김종학, 송지나의 이름도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알게됐습니다.
주인공은 채시라 최재성 박상원. 주인공 여옥이를 맡았던 채시라는 80년대 최고의 하이틴스타에서 이 작품을 통해 정상의 여배우로 우뚝 섰고, 역시 80년대 고교생일기, 사랑이 꽃피는 나무 등에서 수많은 10대 여학생의 판타지를 자극하던 최재성씨, 달달한 로맨스 가이를 주로 맡아왔던 박상원씨 역시 최고의 스타자리를 굳혔습니다. 몇년 뒤 김종학, 송지나, 박상원에 고현정, 최민수 두 배우가 가세한 작품이 모래시계였지요.
이 드라마에서 여옥의 테마였는지 정확히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드라마 ost의 매력과 역할도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됐던 것 같습니다. 애잔한 피아노 선율의 그 테마는 당시 웬만한 시내의 카페에선 늘상 흘러나왔고 피아노 좀 친다는 여학생들은 누구나 한번씩 그 곡을 쳤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이 드라마에는 신인시절의 고현정씨와 오연수씨, 그리고 거의 단역 수준으로 한석규씨와 임창정씨가 나왔습니다. 이 드라마 볼 땐 몰랐는데 나중에 한석규씨에 푹 빠진 뒤에 이 드라마에 나온 한석규씨를 다시 보기 위해 백방으로 비디오 테이프를 찾아다니기도 했었습니다.
세 주인공의 인생역정과 한국 근현대사가 빚어냈던 이 드라마의 최고 명장면은 아마 윤여옥과 최대치의 키스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위안부로 학도병으로 각각 끌려간 여옥과 대치가 만나 나눈 짧은 사랑과 안타까운 이별을 담아냈던 철조망 키스신.
그때까지 한국 드라마사상 가장 강렬하고 격렬했던 키스신으로 기록될 듯합니다.
그 장면 본 뒤 이튿날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선 내내 그 이야기로 정신이 없었던,
한 친구가 "지금도 가슴이 벌렁거린다"며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걸 맞장구치며
우린 언제 그런 멋진 사랑을 해보겠느냐며 주접을 떨었던
그런 기억들이 스치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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