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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탁 위의 유럽 음식에 관한한 유럽에 대한 로망이 누구에게나 있을게다 프랑스를 필두로 오랜 미식 전통을 가진 나라들. 풍부한 농축산물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식재료, 요리들. 물론 수산물에 관한한 우리나라가 최고라고 하겠다. 바다속 속속들이 별별 희한한 동식물을 알토란같이 챙겨먹는 민족은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 같다. 무튼. 유럽의 식탁이 로망과 환상, 동경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데는 대체로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음식 하면 딱히 기대감 자체가 안생기지만 유럽은 식탐과 상상력, 기대감이 풀 가동된다. 와인, 치즈, 버터, 육류와 가공품, 올리브오일, 각종 허브와 채소들, 온갖 종류의 빵들 모르는 맛에 일관성있게 환장하는 나는 그때문에 유럽에 가거나 유럽 식재료를 접할 때면 제어없이 지갑을 여는 편이다. 독일에서 만든 루바.. 2023. 10. 17.
알록달록 사르륵... 입속에 가을이 내린다 매년 추석, 설날 명절을 맞아 써야하는 일종의 김장철맞이 느낌의 기사다 항상 오는데 뭔가 새로워야 하는 그런 것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올 설에는 사찰음식을 하는 스님들 중 다과에 특화된 성화스님에게 사찰음식에서 응용한 다과를 배워봤다. 이번엔 좀더 궁중디저트에 가까운 쪽으로 집중. 매년 이맘때 하는 생과방 행사가 워낙 핫하기도 하고 관심도 많고 해서 궁중병과원에서 추천하는그나마 쉬운 레시피를 들을 수 있었다. 또 재야에서 고수로 뜨고 있는 도곡동 강선생님도 만나게 돼서 비교적 생각보다 다채롭게 꾸밀 수 있었다. 혼자서 이것저것 만들어봤는데 물론 모양은 망쳤으나 맛은 그럭저럭 흉내는 냈다. 이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땡기는 메뉴는 개성주악. 송편은 솔직히 예쁜 모양 내는 것이 쉽지 않고... .. 2023. 10. 17.
쌀국수 맛집은 어떻게 용산을 사로잡았나 미미옥, 버거보이, 쇼니노 이끄는 박재현 대표 인터뷰 최근 1년 새 ‘핫플’로 떠오른 지역은 삼각지에서 신용산역까지 이어지는 용산 일대다. 오감을 사로잡는 맛과 감성,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파를 끌어모으는 맛집들이 부쩍 늘었다. 그중에서도 용산역과 신용산역 사이, 낡은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은행나무길.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하나를 꼽자면 ‘미미옥’이다. 한강초등학교 앞에서 길을 건너 골목으로 들어서자 카톡이 울렸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마침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나오던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 여성 한 분이 “미미옥은 저쪽”이라고 손을 뻗어 가리킨다. 평일에도 웬만큼 웨이팅을 각오해야 할 정도의 맛집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휴대전화 들여다보는 행색만으로 ‘아묻따’(아무것도 묻거나 따지지 않.. 2023. 9. 20.
나이 오십 넘어 시작한 마라톤 나이들어가면서 갈수록 자주 찾아오는 허망함 나만 느끼는 건 아니다. 어차피 개인적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대충 데리고 살아야 하는 감정이다. 뭐하느라 이렇게 아둥바둥 살았나 싶고 도대체 그동안 뭘 했나 싶고 100세 시대라는데 앞으로 기나긴 시간을 어떻게 무료하지 않게, 무용함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나 싶다. 몸은 시들고, 마음도 그에 비례해 더 시들어가고 특히 지난해부터 난 개인적으로 정신적 고통과 심리적 불안감에 좀 많이 시달렸다 물론 지금도 근본적인 환경이 크게 변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나름의 쉼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호흡대가 생겼다는 점이다. 그 쉼터는 달리기다. 예전에 누군가 달리기의 장점을 설파하며 신체적인 효과도 있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의.. 2023. 9. 20.
비둘기 맛을 알려줄까 예전에 어느 일본 작가가 썼던 책 내용 중 어렴풋이 생각나는게 있다. 식탐과 호기심이 많은 그는 먹어보지 못한 식재료에 대해 끓는 호기심과 열정을 주체할 수 없어 온갖 이상한 것? 희한한 것을 많이 먹어봤다. 그 경험을 책으로 썼는데 제목도, 다른 내용도 거의 생각나지 않지만(이럴거면 책은 왜 읽는건지..) 한 챕터만 생각난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던 경험이다. 까마귀 고기를 얻어먹기 위해 며칠간 공을 들이고 겨우 맛을 보게 됐으나 정말 후회가 밀려오는 이상야릇한 맛이었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나 역시 모르는 맛에 환장하는 인간인지라 새로운 식재료에 대한 호기심, 안먹어본 음식에 대한 궁금증은 누르기 어려운 편이다. 그러데 이 책이 엄청 실감났던 것이, 읽고 나니 태운 타이어 먹은 듯한 메스꺼움으로 가득.. 2023. 9. 13.
내 인생의 사운드 트랙 엔니오 모리코네. 40대 이상의 중년이라면 그들이 가진 정서와 감성의 상당부분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그의 영화 음악이라는데 이견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물론 그 아래 젊은 세대에게도 그의 음악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해가 지나고 시간이 또 흘러가도 많은 예술가들은 그의 음악에 자신의 창조적 상상력을 조금씩 보태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생전 인터뷰,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여기에 영화 장면을 더해 조각보처럼 만들어진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대사나 자막이 없어도 그저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2시간 30분에 이르는 러닝 타임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고 벅차오르는, 마음 어디 한켠이 아릿하게 저며오는 작품이다. 그와 함께 작업했던,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찬사가 이어지는데 어느 하.. 2023.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