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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힐링58

종교와 음식 24 부처님께 공양한 차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이 있다. 차와 선은 한가지 맛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차와 불교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지, 어떤 관계인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행이라는 지난한 과정, 이를 통해 추구하는 깨달음이라는 궁극의 지향점은 서로 다르지 않다. 때문인지 차를 끓이고 마시는 일련의 행위는 단순히 기호품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차관에 물을 끓여 차를 우려내고 기다리며 맛을 음미하는 과정은 불가 수행의 한 방편이자 도의 경지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졸음을 쫓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차의 효능 덕분에 불가에선 오랫동안 차가 사랑받아 왔고, 국내의 차 문화 역시 불교를 통해 계승·발전되어 왔다. 국내에 차가 도입된 것은 신라시대였고 사찰과 왕실을 중심으로 차를 마시는 문화가 확산됐다. 차는 부처에게.. 2017. 8. 17.
한국교회의 갈 길 이분들에게 들어보자 올 초 문화부에서 종교 분야를 맡게 되면서 가장 먼저 기획하고 고민했던 내용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를 다시 한번 살피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물론, 그럴 주제도 안되는지라 한국교회에 거창한 무언가를 이야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한국 교회에 일말의 관심과 애정이 있거나 혹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건설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공유하고 싶었다. 실제 주변에서 나가고 싶은 교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런 시대에 마음을 열 수 있는 교회와 목회자를 만난다는 것은 신자 입장에서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 교회는 안타깝게도 망가져 있다. 얼마전 온라인 기독교 매체 뉴스앤조이에서 라는 책을 냈다. 뉴스앤조이 대표가 그동안 한국.. 2017. 8. 9.
종교와 음식 15 세례받은 음료 커피 커피 없는 세상. 좀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커피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다. 커피가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것은 17세기 초반 가톨릭교회, 좀 더 엄밀히 말해 당시 교황의 판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역사에서 만약은 없다지만, 그래도 그때 교황이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아마 커피의 위상은 판이했을지 모른다. 커피의 원산지가 에티오피아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커피라는 이름도 에티오피아의 커피 산지 카파에서 유래됐다고 추정된다. 6세기경 에티오피아가 예멘을 침공한 것을 계기로 커피는 아랍지역으로 퍼졌다. 커피 이동의 중심지는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였다. 이후 16세기까지 커피는 이슬람문화권을 대표하는 음료였다. 커피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16세기 후반, 오스만튀르크와 활발한 무역.. 2017. 8. 3.
종교와 음식 16 오후불식 계율에서 유래한 딤섬 한입 크기의 요리인 딤섬(사진)은 홍콩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투명하게 얇은 피에 고기, 생선, 야채 등 각종 소를 넣어 앙증맞으면서 화려하다. 딤섬의 한자 표기는 ‘點心’으로, 표기대로 읽으면 점심이다. 아침과 저녁 사이의 끼니를 뜻하는 점심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현재의 홍콩 요리와는 상관없지만 단어 자체는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초기 불교 시대에는 오후에 공식적인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 ‘오후 불식(不食)’의 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점심, 즉 딤섬은 오후가 되기 전에 점을 찍듯 간단하게, 시장기를 면할 정도로 하는 요기였다. 지금도 붓다 시대와 가장 가까운 생활양식을 지키고 있는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오후 불식을 실천한다. 테라와다 불교는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2017. 8. 3.
종교와 음식 17 성경속 최음제 성경에도 최음제가 등장한다. 창세기 30장에 묘사돼 있는 합환채(자귀나무로도 번역됨)다. 남편 야곱의 애정을 얻기 위해 부인 레아와 라헬이 서로 합환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합환채는 영어로 맨드레이크(mandrake)다. 이는 예로부터 근동지방에서 임신 촉진제이자 최음제로 여겨지던 식물이다. 뿌리의 생김새는 인삼과 비슷하며 서양에서는 중세에 마취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신비로운 약효에 걸맞게 ‘사랑의 사과’ ‘사탄의 사과’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솔로몬왕이 쓴 사랑의 노래인 ‘아가’에도 ‘자귀나무가 향기를 내뿜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남아메리카에서 토마토가 유럽 대륙에 전해졌을 때 당시 사람들은 이를 ‘사랑의 사과’로 부르며 마약성 최음제로 여겼다. 미국의 음식연구가 스튜어트 리 앨런에.. 2017. 8. 3.
종교와 음식 19 신부님과 보신탕 보신탕을 못 먹으면 신부가 될 수 없다? 과거 천주교계에서 이런 농담 섞인 이야기가 돌았던 적이 있다. 또 신부님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연상됐던 것 역시 보신탕이었다. 신부님과 보신탕. 언뜻 어울려 보이지 않는 조합이 탄생한 것은 어떤 배경에서였을까. 교계에서는 초기 한국 천주교회사에 큰 업적을 남긴 다블뤼 주교의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블뤼 주교는 1845년 입국해 병인박해로 순교할 때까지 21년간을 조선 땅에서 사목했다. 프랑스 상류층에서 자라 열악한 조선의 환경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던 그는 초기 몇 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면서 위장장애, 영양실조로 고생했다. 주교의 건강을 걱정한 당시 신도들은 원기회복을 위해 집에서 기르던 황구를 잡.. 2017.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