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래퍼 산이를 만났습니다
방배동 브랜뉴 뮤직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면서도 매너있고 감미로운 모습을 지닌 매력남이었습니다.
쇼미더머니를 통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와의 이야기 전문을 풀어놓습니다.
지난해 엠카운트다운에서 이별 식탁을 부르는 모습
*이번 바디랭귀지 가사가 너무 막나가는것(?) 같아요.
=나오는 대로 만든 거예요. 가사야 뭐 제 성적 취향인거죠. 하하.
*작년에 냈던 3곡, 큰 인기를 얻었던 그 곡들은 상당히 지질한 남자 이야기였는데.
=그 때 앨범은 한가지 이야기를 큰 줄기로 삼아 하고 있던거예요. 그러다보니 비슷비슷했죠.
나를 버린 여자에 대한 복수(그것도 소심하기도 하고 대범하기도 한) 원망 같은것?
*그러다가 한여름밤의 꿀이 갑자기 나온거고?
=원래 바디랭귀지는 4월에 내려고 했어요. 뮤비 작업까지 다 끝나 있었는데 그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던거예요. 웬만하면 5, 6월 쯤 내볼까 했는데
수위가 너무 강하잖아요. 그래서 할 수 없이 8월까지로 미뤘어요.
공백이 길어지다보니 중간에 뭐 하나 해보자고 한게 한여름밤의 꿀이에요.
정규앨범은 9, 10월 쯤 목표로 만들고 있어요. 아마 이번 곡은 안들어 갈 것 같아요.
*차트 성적 굉장히 좋던데 방송 못해 아쉽네요. ㅎㅎ
=아, 그렇죠. 방송 절대 못하죠.
*차트에서 요즘 힙합곡들 성적이 좋아요. 래퍼 산이의 영향력이라고 봐야 하나요?
=솔직히 범키 피처링 빨 아닐까요? 범키 피처링은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둬요.
*최근 몇년 사이 힙합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것 같다고 하는데요.
대중성은 글쎄. 제가 쇼미더 머니에 나오는 것도 있고 최근에 힙합을 다루는 프로그램도 늘면서 조금씩 들리는 이야기도 늘어나는 것 같네요.
며칠전에도 작업끝나고 한잔하고 가는데 택시 기사분이 애들이 힙합을 많이 들어서 나도 익숙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쨌든 쇼미더 머니의 영향도 큰 것 같고. 그 프로그램이야 어차피 힙합의 진정성보다는 그것을 소재로 만드는 예능이니까요.
*힙합의 진정성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도대체 그게 뭔가요?
=그건 아무도 모를거예요. 마니아적 음악 특성이 그런것 같아요. 서로 싸우고 논쟁하고.
음악은 자꾸 변하는게 맞는데.. 거기서 변하면 그걸갖고 변질됐다고 뭐라고 해요. 음악은 변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게 말이 안되는거죠.
2014년의 진정한 힙합이 뭐지? 이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흑인애들 따라하면 되는건가? 비슷하게 하면 괜찮은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서로 답도 없으면서 왜 자기 이야기만하고 공격하고 싸우는거죠?
=평생 그러는 거예요. 서로 논쟁하고 싸우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들이 떠나고 다시 어린 친구들이 들어와 싸우기 시작하고.
이 판은 계속 돌아가는데 사람만 바뀌는 거죠.
*장르적 특징으로 봐야 하나요?
=장르적 특징 같아요.
*어쨌든 산이씨 개인으로 봤을 땐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히트를 했고 두 곡은 상당히 상반된 이미지라 재미있어요.
이번 곡 반응은 어떤가요?
=반반으로 갈리는 것 같아요. 재미있다며 이런것도 나와야 한다는 분들도 있고
그래도 여기 한국인데, 애들도 듣는데 이게 뭐냐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전 장족의 발전이라고 봐요.
=그렇긴 하죠. 개리형이 조금있다 샤워해 같은 곡을 미리 해놨으니까 저도 이렇게 할 수 있는거고.
그 곡에 비하면 좀 더 세긴 하죠. 그런데 누구에게나 해당하는거잖아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섹스하는 것, 누구나 하는거잖아요.
전 이걸 나름대로 센스있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재미있게 봐주시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음악적 동료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노래 잘 빠졌다고, 좋다고 하는 의견을 많이 보내주더라고요. 대중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했는데 롱런은 못할거라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산이가 맨날 이별식탁, 한여름밤의 꿀과 같은 비슷비슷한 노래만 한다면 욕먹을걸요? 마니아들에겐 까이고 대중들은 제음악을
질려할 수 있어요. 이것저것 색다른 걸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한국왔을 당시하고 지금하고 비교하면 어떤가요.
=제가 2009년에 왔는데 그땐 완전히 아이돌 시장이었어요.
특히 여자 아이돌그룹이 초강세였죠. 그런데 전 여자도, 아이돌도, 그룹도 아니잖아요. 설 자리도 없는 것 같았고. 그 때하고 비교하면
굉장히 전 지금 힙합이 사랑받는 시대를 만나 많은 혜택을 받고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 출연제의가 왔을 땐 어땠어요.
=고민했어요. 무서운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내가 나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욕먹는 건 아닐지 지레 겁을 먹었죠.
대중적이고 감미로운 랩을 속삭이면서, 무슨 힙합 프로그램에서 프로듀서를 하느냐고 까일 것 같은 기분 말예요.
그렇지만 하고 싶은게 더 컸어요. 제 올해 목표가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려주겠다는 거였는데 좋은 기회가 온거죠
*매년 목표를 세우나요? 지난해 목표는 뭐였어요?
=2013년초엔 청담자이를 보면서 언젠가 저걸 꼭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JYP 있을 때 거기살았는데 그때 음악적으로 제가 많이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기였거든요. 1월1일이었나. 술을 잔뜩 먹고 그 다음날 제 통장 잔고를 보니 2만원인가 있더라고요. 그 통장을 보면서 내가 이 아파트를
사고 말리라고 다짐했죠. 지난해 6월에 소속사를 나올 때 제 손에는 100만원이 있었어요. 그동안 랩 레슨 하면서 받았던 걸 모아서 나온거죠.
*랩은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나요.
=중학교 때 미국 이민갔을 때 부모님이 영어 빨리 배우라고 한국 음악이나 방송을 못 보고 듣게 했어요. 그런데 우리 반에 교포 친구가 있었는데
그때 드렁큰 타이거 씨디를 빌려줬어요. 한국에 대한 깊은 갈증 때문에 그 씨디를 수백번 수천번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 음반에 수록된
피처링 뮤지션들의 곡을 하나씩 찾아들으면서 계속 빠져들었죠.
*한국에 오게된건 언젠가요.
2009년부터 한국에 있었어요. 그런데 그전 스무살 때 왔었죠.
미국에서부터 블로그를 통해 제가 만든 음악을 소개하고 한국 언더 힙합신과 교류가 좀 있었어요.
연락이 온 곳도 있고. 그래서 전 한국 오면 바로 대형 기획사에서 날 뽑아줄거라고 착각했죠.
그런데 어디 가당키나 한가요. 세상물정 모르는 거였죠.
대학 입학 전에 한국 와서 어영부영 술만먹고 시간 보내다가 다시 미국 돌아갔어요.
현실자각을 해서는. 그러면서 연예인이 되는 것과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모여서 놀 때 잘한다는 이야기는 듣고 나름 어릴 때부터 남앞에 나서고 싶다는 꿈은 가졌는데
그냥 전국구에서 먹히는 건 아닌가보다, 그냥 꿈인가보다 이러고 살았어요.
그리고 대학시절에는 아예 한국음악도 안들었죠. 2005년부터 졸업할 때까지 그랬죠.
그러다가 졸업 때 즈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만 더 해보자. 이렇게 살면 취직하고 안정적인 삶을 찾아가는길이긴 하겠지만
내가 서른이되었을 때 그 때 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 미치도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블로그를 통해 제가 쓴 곡이 그래도 제법 반응이 있었어요.
거기자신감을얻고 대형기획사에도 제 곡을 보내본건데 jYP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한국을 오게됐죠.
*그럼 2009년에 와서 1년간 준비하다 2010년에 데뷔한거네요.
네. 1년만에 나온게 맛좋은 산이었는데 곡을 만들고 준비하는 것과 무대에 서는 건 많은차이가 있었어요. 포즈나 무대매너나 이런게 너무 어색하고
준비도 안돼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1년간 작업만 하면서 최선을 다했거든요. 친구들 한명도 안만나고.
그런데 전 그 노래를 좀 창피해했어요. 그걸 아니까 대담하지 못하게 되고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지고 다시 그 모습이 나를 위축시키고.
그당시 자료화면은 창피해서 다시 보지도 못해요.
*그리고 2년 넘게 암흑기가 있었던거고요..
그 기간동안 노래를안 쓴건 아녜요. 70곡 정도 썼나? 그런데 모두가 생각하는게 다르더라고요. 누구는 이게 좋다, 저게좋다 하며 다 다르니까
어느 장단에 맞는 교집합을 만들기가 힘들었죠. 의사결정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대형사다보니
결국 곡을 못 냈죠. 음악을 못 낸다는것이, 그렇게 사람들에게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 무지하게 힘들었어요.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감도 없어지고 지질해지더라고요. 난 원래 이런 수준밖엔 안되는 애구나 싶고.
다 때려치우고 돌아가고 싶단 생각도 했는데 돈도 없고 창피했어요.
*어쨌든 그런 시간 끝에 힘든 결정을 했고 그 결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거네요.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죠. 인간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음악적 방향과 색깔, 생각이 다른 거였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과 결정에 대해 존중해준거죠.
*어쨌든 요즘 주류 가요계에서 힙합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해요. 거기에 산이씨 영향도 꽤 있는 것 같고.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고 , 아마 쇼미더머니 때문 아닐까요.
전 이런 말 들을 때 기분이 좋아요. 힙합은 잘 모르겠는데 산이 랩을 들으면 잘 들리고 친근하고 재미있다. 이런 이야기 들으면
보람을 느끼죠. 전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재미있게 열심히 하면서 사람들과 호흡하고 같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영이 형도 그런 이야기 많이 했는데
대중들보다 반발 정도 앞서 가라고. 그러면 재미도 있고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말이죠.
그래서 저도 뻔한건 하기 싫어요.
아마 돈돈 했으면 진작에 돈되는 음악들만 했겠지만
뻔하지 않은 것, 재미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해요.
그걸 내 자신에게 증명하며 살고 싶거든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거죠.
뭘하더라도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출 수 없어요.
그러다보면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오게 되고
결국 내가 하고 싶은걸 하는 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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