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쓰리데이즈>에 빠져 헤엄치고 있는 1인입니다.
김은희 작가의 대본이라는 점 때문에 방송전부터 화제가 됐던 이 작품...
도대체 그의 스케일의 끝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워낙 훌륭한 리뷰를 올려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 드라마에 대한 제 생각을 올릴 것은 아니고
이 드라마의 깨알같은 디테일이 주는 재미와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드라마를 꽉 채운 연기파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구요.
알려져 있다시피 김은희 작가와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는 절친한 사이입니다.
2년전 김은희 작가의 <유령>과 김은숙 작가의 <신사의 품격>은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방송됐습니다.
그때 <신사의 품격>에 장동건이 맡았던 역할의 이름이 김도진이었고
그의 첫사랑으로 박주미가 연기했던 인물이 ‘김은희’였습니다.
두 작가는 드라마 직전 이런 약속을 했다고 하더군요.
<신사의 품격>에서 건축사무소장을 하는 김도진, 그리고 <유령>에서 보안전문가인 사이버수사대 김우현.
이 김우현은 소지섭이 연기했죠.
김도진의 사무소가 진행하던 프로젝트에 사이버 보안상에 문제가 생겨 이를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하고
김우현이 조사하는 장면을 넣어 양쪽 드라마를 오가는 형태의,
이제껏 해본 적 없는 시도를 해보자는 약속이었습니다.
상상해 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는 약속이었는데 여러가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두 작가는 서로의 이름을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킵니다.
그게 바로 김도진의 첫사랑 김은희였지요.
김은희 작가는 당시 김은숙 작가에게 너무 너무 좋은 배역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줘서 고맙다면서도
자신의 작품은 등장인물마다 죽어나가는터라 고민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1회에서 죽음을 당했던 회사대표 부인 역할에 김은숙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를 통해 범죄 집단의 실체에 다가서는 실마리를 제공받습니다.
왼쪽편은 <신사의 품격>에 등장했던 김도진의 첫사랑 김은희, 오른쪽은 <유령>에서 죽임을 당했던 남원상 대표의 부인 김은숙
두 김도진이네요.
이번 <쓰리데이즈>에 등장하는 희대의 악역 김도진 회장은
<신사의 품격> 김도진에서 따왔으리라는 추측이 강하게 드네요.
어차피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상당수 출연자들이 죽음을 맞는데다
워낙에 다양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다보니
드라마 전체를 관통할, 인상적이고 존재감 넘치는 인물 이름으로 김도진을 사용함으로써
두 작가의 우정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별 쓸데 없는 생각입니다..)
김은희 작가의 남편인 장항준 감독과 가수 윤종신, 장진 감독, 그리고 배우 장현성, 이정헌씨 등은
수십년지기라는 사실이 여러 방송을 통해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장현성씨는 김은희작가의 3부작에 모두 출연했고
이정헌씨도 이번 드라마에서 김도진에게 매수된 검사 역할을 했습니다.
이정헌씨는 <싸인>에서도 정의를 덮으려는 국과수 직원을 연기했죠.
이들 외에도 수많은 연기파 배우들이 극을 탄탄하게 받치고 있습니다.
워낙 강하고 짧은 호흡으로 사건들이 촘촘히 구성되다 보니 마치 카메오의 향연처럼 배우들의 존재감이 드러납니다.
대통령 손현주야 말할 것도 없고 특검 최지훈을 맡은 이재용씨의 연기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젊은 배우 중 곽도원씨가 우스개소리 삼아 ‘검경’전문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이재용씨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검경 전문 배우입니다.
<대물>에서 공성조 지청장, <로비스트>에서는 정보기관 수장 등 현대극에서는 주로 검경을,
<야인시대> 등 일제시대에는 일본 순사를,
<조선명탐정 > <성균관 스캔들> 등 조선시대에는 형조판서를 전담했으니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이 분야'를 꿰고 있는 셈입니다.
쓰리데이즈
대물
성균관스캔들
대통령 저격사건을 담당했던 특수수사부 구자광 검사를 연기한 박혁권씨 역시 제가 무지하게 ‘애정’하는 배우랍니다.
<밀회>에서 유치찬란한 떼쟁이 음대교수로,
<아내의 자격>에선 두얼굴의(솔직히 후반부 그의 변신에 소름이...) 슈퍼 울트라 갑 변호사로,
<뿌리깊은 나무>에선 세종대왕의 총애를 받는 정인지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선 정의로운 변호사로...
그의 연기는 연기가 아닌 듯 연기하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로 배역이 되어버리는,
마치 투명한 물과 같은 놀라운 존재감으로 연기란 이런 것이라고 소근거리는 것 같습니다.
밀회
아내의 자격
뿌리깊은 나무
사건의 발단이 되는 죽음의 주인공 한기준을 연기하는 이대연씨나 경호본부장 안길강씨,
리철규를 연기한 장동직씨, 정무수석 조영진씨, 윤보원의 선배 경찰 조희봉 등등 일일이 꼽기가 힘드네요.
초반부엔 다소 느슨한 전개, 아쉬운 연출력에 살짝 조마조마한 마음도 들었지만
매회를 거듭하며 살아나는 뒷심과 엄청난 스케일은
도저히 다음 회차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드네요.
그런데 사실 완전 깜깜이었던 것은 전작인 유령이 더 했던 듯...
남은 4회에서 어떻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그리고 이번에 주인공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싸인>에선 주인공 박신양이 죽음으로 마무리됐죠)
마지막까지 본방 사수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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