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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배우 장현성을 말한다

by 신사임당 2014. 3. 17.

이 시대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 장현성. 

그가 나오면 항상 그런 기분이 듭니다. 

뭔가 일이 꼬이겠다거나 심상찮은 뭔가가 생길 것 같은 기분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의 연기가 뻔하다거나 예측이 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워낙 독특하거나 악랄하거나 지질하거나 섬뜩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역할을 많이 해 왔기 때문일겁니다. 

그전에는 지적이고 엘리트 적인 느낌 때문에 의사, 변호사 등 인텔리 연기를 주로 해왔던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런 엘리트를 맡으면서도 반듯하기보단 속이 좀 삐딱하고 꼬여있는 역할이랄까... 

몇년전 의학드라마 <뉴하트>에서 조재현과 대립각을 세우던 의사역할이 대표적이죠.  

<쓰리데이즈>가 처음부터 강렬한 충격을 안기면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장현성의 연기가 있었기 때문일겁니다. 





그는 김은희 작가의 작품에 연속적으로 출연해 왔습니다. 

지난 작품인 <유령>에서 사이버수사대를 담당하는 경찰 간부로 나오지만 악의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역할을 맡았고 

<싸인>에선 돈과 권력으로 진실과 정의를 누르려는 로펌 변호사 역을 맡았었습니다. 

김은희 작가의 남편인 장항준감독이 극본을 썼던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일본 야쿠자 실력자의 아들로 깜짝 등장해 주인공 김명민을 곤경에 빠뜨리기도했었죠. 




                                        2004년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2007년 드라마 <뉴하트>



저는 그의 연기 중 특히 인상적인 것이 <아내의 자격>이었습니다. 

여기서 그는 김희애의 남편인 방송기자로 나왔었는데요 이 연기 정말 지질하고 비열한 남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지요. 

지금까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비춰졌던 기자들 모습이 대부분 리얼리티 없고 손발 오그라드는 심정으로 지켜봐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연기했던 장현성 표 기자는 

정말 엊그제 회식자리에서 만나는 선배, 혹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 중의 한명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사실적이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세부적인 디테일이나 습관, 말투가 전형적이면서도 절대 정형화되거나 식상하지 않은, 너무 너무 사실적인 기자를 연기해 줬지요. 

세밀한 리액션과 디테일을 보면서 그냥 진짜 기자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를 그렇게 연기하는 배우는 처음 봤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런 리액션과 세밀한 부분 조차도 장현성씨가 직접 기자들을 취재해서 파악한 기본 상식들로 재구성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경향신문과의 한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입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진지한 연구와 고민을 거쳐 인물을 만들어왔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그가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어떠한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말입니다. 

 “맡은 역할에 대한 의문을 푸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아내의 자격>의 한상진의 경우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봤다. 어디까지 배웠나, 이 사람의 인문학적인 정서는 어디까지인가.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이해하는가, 셰익스피어를 알고 있는가. 신문은 진보지를 보나, 보수지를 보나, 웹사이트 중 가장 많이 접속하는 곳은 어디일까. 한상진은 실제로 따지면 유명 일간지 기자 정도일 거다. 그것만으로도 한국사회에서는 성공한 남자로 보일 테니까. 사람들을 몰고 다니면서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는 걸 좋아하고, 빈틈이 생기면 조그마한 권력을 이용해 여자들한테 치근덕거리기도 하는 거다. 그런 디테일한 분석을 한 후 표정과 몸으로 표현한다.” 

 “나보다 훨씬 더 잘 생기고 더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더 못 한 환경에서 연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이 장면을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해야지 개런티가 얼마인지, 주연인지 조연인지 그런 건 쓸 데 없는 생각이다. 그런 욕심을 부리느라 내가 할 장면을 제대로 못 해 내는 게 가장 어리석다.” 




                                                                               2003년 연극 <프루프>에서 


서울예대 출신인 그는 연극무대로 데뷔한 것 같습니다. 

정확한 데뷔작은 찾지 못했습니다만 초창기 무대에서 활동했던 기록들을 보니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도 활약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서울예대 89학번으로 장항준감독, 장진감독 등과도 동기네요. 


 한겨레 1996년 11월 25일자

극단 학전(02­763­8233)의 록뮤지컬 <지하철1호선>이 노선을 확장한다. 오는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전국 5개 도시에서 지방공연을 하는 것.지난 94년 김민기씨가 독일 폴커 루드비히 원작을 한국 현실에 맞게 각색·연출해 만든 <지하철1호선>은 지난 3년간 연극계의 최대 화제·흥행작이었다.

극단 쪽은 “이번 공연은 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를 전국의 관객들과 공유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공연에는 연출 김민기, 배우 방은진 이미옥 장현성씨 등 초연때부터의 스태프와 출연진들이 참가한다./하략

여기 출연한 이미옥씨는 현재 가수 윤도현씨의 부인되신 분이랍니다. 





                                           1999년 영화 <쉬리>에 단역으로 출연했을 때.. 15년전이라 참 앳된 모습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