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혹시 보시나요?
시즌 1을 제외하고는 매 시즌을 챙겨봐왔습니다. 매번 속지 말아야지, 뻔한 제작진의 농간에 속지 말아야지 하면서 매번 속아오길 반복하며 말입니다.
시즌 5가 시작할 때, 이번엔 정말 속지 않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다졌으나, 그렇게 오랜기간 동안 제작진에게 농락(?) 당했으나 또 다시 낚여든건 이번 참가자 중 한명인 박시환 때문입니다.
어젯밤 박시환을 보면서 기가 막혔습니다. 지난주부터 그렇게 얄밉게 사람 애간장을 태우더니 어제는 결국 맨 마지막에 박시환을 떡하니 두고선 탈락이라니. 전 그래서 탈락? 정말? 이러면서 잠시 넋놓고 있었습니다. 물론 고수님들 중에선 그런 수까지 읽고 계셨겠지만 전 그저 쓸쓸하게 떠나가는 박시환의 모습 위로 그의 탈락을 알리는 성우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것을 보자마자 바로 TV를 꺼버렸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지요. 어차피 예전보다 재미도 없고, 화제성도 떨어지고, 게다가 박시환 마저 없는 슈스케. 이젠 깨끗이 접고 안본다! 고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늦잠을 자고 났더니 포털 사이트 뉴스를 보던 남편이 그럽니다. “슈퍼스타K 대국민투표는 뭐야. 떨어진 사람들 중에 투표해서 한명을 뽑는다고?”.
저게 뭔 말인가 싶어 포털 사이트를 열어봤더니 다들 아시는대로 떨어진 이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한다는군요.
사실 이번 시즌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보면서 ‘이번 우승은 박시환이다’라고 생각하신 분들 많지 않나요. 저 역시 박시환을 보며 최소 탑4에는 들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더라구요. 그리고 그 친구의 대항마는 플로리다 고딩 박재정. 뭐, 사람들 생각이란게 거의 비슷한데 제작진이 그걸 모르겠나요, 심사위원이 그걸 모르겠나요. 제 2의 허각이 될 삘이 강하게 풍기는 박시환의 다음 단계 진출 결과를 놓고 사람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게 너무 뻔히 보여서 좀 짜증나기도 했었죠.
초반에 봤던 제작진 인터뷰에서 이번엔 악마의 편집 없다, 패자부활전 없다고 하길래 좀 믿어볼까 했는데 박시환을 향한 대중들의 마음을 두고 장난질치는 모습에 역시나 했었습니다. 그래서....그동안 떨어질 듯 떨어질 듯 가슴 졸이게 만들려는 제작진의 장난질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엔 일말의 여유로움이 있었습니다. 니들 아무리 그래봐라, 난 안속는다, 그리고 박시환 없이 뭘 어쩔려고... 이런 식이었죠. 그 때문에 박시환의 노래와 그의 모습을 보는데만 대충 집중했는데 어제 박시환의 탈락 통보를 보고나니 그냥 아무 생각도 안들면서 황당함에 TV를 꺼버렸습니다. 작년 유승우 탈락이 안겨준 것이 극도의 충격이었다면 이번 박시환은 어이상실, 의욕 상실이더라구요.
아마 작년에 이런 상황이었다면 탑10에 오른 사람이 누구인지 일일이 종이에 써보며 어떤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는지 예측해보느라 난리도 아니었을 겁니다. 아니, 방송을 끝까지, 예고편까지 봤겠죠.
슈퍼스타K를 지탱해주는 화제성이라면 박시환만한 인물이 없는데 잔뜩 기대하게 해놓고 그를 버린 것이 이번 시즌이 내놓은 비장의 반전카드였나... 도대체 그가 없이 뭘로 생방송에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갈까... 그나마 화제성은 박시환인데, 제작진은 그것을 포기하고 뭘 잡으려는 걸까.....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힘겹게 잠을 청했다는...
그런데 오늘 아침 그런 소식을 접한 뒤 어젯밤에 제가 보지 못한 예고편과 방송 뒷부분을 다시 찾아보니 저런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네요.
어젯밤, 불을 끄고 누워 쓰잘데기 없이 그런 생각을 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던 그 시간들은 도대체 뭐였냐 말입니까!!!! 결국 제작진의 농간에 완전히 놀아난거죠...ㅠㅠ...
그렇다면, 투표를 하게 된다면 어차피 누가 뽑힐지는 뻔한거 아닌가요. 누구를 붙이기 위해 제작진이 투표를 결행하게 된 건지도 역시 뻔한거죠. 앞으로 일주일 동안 진행될텐데 이미 떨어질 다른 사람들은 그저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저 매일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이 ‘대국민투표’...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그래서 대중들이 힘을 합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는 것이 ‘대중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런 저런 생각이 들고 불쾌한 마음도 한가득이지만...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며 열심히 ‘짤’과 뉴스를 찾아 헤매고 동영상 클립을 파헤치는 저의 이 모순된 행동은 순전히 박시환 때문입니다.
첫방송,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눈에 확 들어오던 그는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괜히 가슴이 아프고 측은한 마음이 들고 뭔가 해먹이고 싶게 만들더라구요. 그러면서도 보면 좋고, 어딘지 모르게 매력적이면서 안보면 보고 싶어지는....ㅠㅠ
어제도 탈락 통보를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그의 표정 보셨는지. 그건 그냥 담담한 척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의 변화를 잘 표출하지 않는 타고난 성격도 아니고, 오랫동안 참고 체념하면서 쌓인 그의 삶의 방식이더라구요.
불쾌하고 얄밉지만... 저 투표하게 될 것 같아요. 뭐, 제가 안해도 현재까지의 결과로 대세에 지장은 없을 것 같은데...
이제 올해 스물 일곱이라는 이 청년, 처연함으로 가득한 그의 표정에 새로운 색깔을 입혀주고 싶네요... ㅠㅠ 아, 이 감정 뭔가요.
사진은 모두 경향신문(스포츠경향) 자료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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