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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통신

福 총량의 법칙

by 신사임당 2013. 6. 16.

얼마전 스웨덴과 오스트리아를 다녀온 것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과 국제원자력기구 방문 때문이었습니다만 이들 나라의 이름을 들으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우선 스웨덴입니다. 스웨덴 스톡홀름 공항에 내려 빠져나오기까지 스웨덴을 상징하는 많은 이들의 얼굴이 걸려 있는데 배우 그레타 가르보와 팝그룹 아바가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스웨덴 하면 무엇보다 아바가 있지요. 얼마전 아바 박물관도 스톡홀름에 문을 열었습니다. 스웨덴 국민들에게 아바는 국보라 불릴만큼 큰 자랑거리이고 세계 팝 음악계에도 아바의 영향력은  엄청납니다.

 

 

 

 


세계 팝음악계를 주도하는 양대 강국이 미국과 영국이겠지만 여기에 한 나라를 더 추가하자면 아마 스웨덴이 아닐까요. 역대 가장 많은 음반을 판 팝스타들을 꼽을 때 비틀스와 아바, 엘비스프레슬리, 마이클잭슨 등을 다섯손가락안에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스웨덴은 아바뿐 아니라 5천만장 이상 음반을 판 그룹 에이스 오브 베이스도 보유하고 있는 나라지요. 요즘 K팝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사실 스웨덴이 엄밀히 말하면 영어권 국가도 아닌데다 인구도 1천만명도 안되는 점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 나라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영어가 능통하긴 합니다. -_-) 스웨덴 음악은 K팝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샤이니, F(x), 보아, 소녀시대, 동방신기, 지드래곤 등 K팝을 이끄는 국내 대표적 가수들의 곡 상당수를 스웨덴 출신 작곡가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아시는지.. 예전에 스웨덴이 음악 강국이 됐던 비결을 분석했던 삼성경제연구원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여하튼 스웨덴이 현대 팝음악에서 엄청난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점에서 오스트리아는 클래식음악에서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는 ‘절대갑’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말러 등 누구나 알만한 음악가를 꼽기에도 숨이 찰 지경입니다. 음악의 중심, 음악의 수도였던 이 곳은 수많은 음악가들이 활동했던 꿈의 무대였죠. 빈 고전파라는 말이 나온 것은 고전파의 핵심음악가인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이 모두 이곳에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체코, 헝가리까지 방대한 영토를 가졌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도였던 빈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유럽 중부의 중심이 되면서 수많은 이들이 모여 들었던 당대의 코스모폴리스입니다. 규모는 런던이나 파리에 비해 작았지만 문화의 중심이자 음악의 수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문화와 민족을 흡수하고 이들이 섞이면서 풍요로운 문화적 토양이 형성됐기 때문일 겁니다. 이렇게 잘난 조상을 둔 덕인지 몰라도 지금도 오스트리아는 모차르트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대신 현대 팝 음악계에서 오스트리아의 위상은 약한 편이죠. 80년대 청소년기를 지냈던  분들이 알만한 ‘조이’라는 그룹이 오스트리아 출신이랍니다(이번 출장길에 알았습니다). 영화 <써니>에 나왔던 <터치 바이 터치>가 이들의 노래지요.

 

 

비엔나 시내의 한 공원에서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 공연 티켓을 팔고 사람들

 

 

 

비엔나 시내의 요한 슈트라우스 동상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정한 국가, 특정한 시대별로 축복을 받는 시기가 다르지만 긴 시간을 지내놓고 보면 다 똑같다는...

 

과거 대 제국의 영화를 누리던 오스트리아와 영국을 볼까요. 오스트리아의 18~19세기는 음악사에서 최고의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반면 영국은 국력이나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에 비해 이렇다할 음악가는 전혀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영국 출신 음악가라면 귀화한 헨델, 그리고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알려진 엘가가 고작이죠. 그 때문인지 영국은 현대로 넘어와서 비틀즈와 브릿팝의 나라가 되며 미국과 함께 팝 제국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비틀즈부터 롤링스톤즈, 콜드플레이를 거쳐 아델까지 브리티시 인베이젼은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혹 지난해 런던올림픽 개, 폐막식 기억안나십니까. 그 후덜덜한 라인업이라니...

 

비틀즈...


마찬가지 관점에서 봤을 때 북구에 있는 3국 중 왜 스웨덴만 아바를 가졌을까요. 아마 노르웨이는 그리그, 핀란드는 시벨리우스라는 걸출한 음악가를 각각 배출해냈기 때문 아닐까요. 노르웨이 하면 떠오르는 팝그룹 ‘아하’가 있으나 ‘아바’와 비교하는 건 많이 무리겠죠. 그리고 살짝 아래쪽에 있는 덴마크는 팝그룹 아쿠아와 바로크 음악가 북스테후데가 있습니다. 북스테후데는 국내에서 음악을 통해 접하기 보다 소설 <데미안>을 통해 더 많이 접했을 것 같습니다. 싱클레어가 성당에서 피스토리우스에게 연주해달라고 했던 그 오르간 음악이 바로 북스테후데의 파사칼리아였지요...

 

 

예술의 세계를 유명세로 평가하거나 급을 매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충 더하고 나눠보니 총량은 비슷하다는 생각 들지 않으신지? 이상 제 개똥분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