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후 자연스럽게 육아휴직이라....
여성들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 휴직을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겠다는 것...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나름 전향적인이랄 수 있는 이 아이디어, 좋습니다. 잘 실현되고 정착되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습니다마는 저는 훅 밀려드는 걱정을 지우기 어렵네요.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보완하고 직장을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과 횟수를 늘려주는 것, 또 육아휴직 기간에 대체인력 쓰는 기업에 지원금 주고 육아휴직 여성이 차별을 받는 것에도 감독을 한다하니 언뜻 이상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괜찮아 보이는 제도가 결국 여성 채용 확대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메랑이 되지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게다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업무의 질이나 중요도에서 당연히 여성들은 배제될 것이 뻔히 예상됩니다. 회사 입장에선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면 당연히 제도야 번지르르하게 만들어 놓겠지만 정작 채용할 때 여성들을 채용하고 싶을까요. 많이 뽑아 봤자 비용부담 늘고 골치아픈 일만 늘어나게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부서장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 직원을 반갑게 받으려 할까요? 업무의 영속성, 인력운용 편의성 등을 내세워 남성직원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성 일자리의 문제는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과 이 사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부부가 함께 밖에서 일하는 시대가 됐다면 함께 자녀를 돌보고 가정을 살피는 것도 동반돼야 합니다. 그런데 어제 발표된 오늘자 기사들의 행간에는 ‘여성들이 어린 자녀를 잘 돌보도록 하기 위해’ ‘여성들이 가정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제도를 도입한다는 의미가 읽힙니다.
결국 물리적 능력과 시간은 한정돼 있기 마련이라 일과 가정 둘 다를 제대로 병행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정을 돌볼 수 있도록 여지를 많이 주는만큼 직장에서 전문성과 자긍심을 갖고 하던 일의 비중과 정도도 줄어들 수 밖에 없죠. 둘다 적당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겠다는 겁니다. 결국 여성들에게 일로 승부할 기회가 주어지기가 구조적으로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앞서 말했듯 남녀가 함께 사회생활을 하는 시대라면 자녀가 함께 가정과 자녀를 돌봐야할 시대입니다. 아이의 학교 행사에 아빠가 참석하고 남자 혼자 시장에서 장을 보는 모습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회사의 육아휴직이나 각종 제도들이 여성에게만 방점을 찍어 적용될 것이 아니라 남녀 똑같이 누리고 행사할 수 있도록 권장돼야 합니다. 출산이라는 물리적 행위는 여성이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부의 몫입니다. 남성의 육아휴직이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이뤄져야 여성 인력의 사회적 효용성도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대로라면 여성은 ‘육아휴직도 해야하고 이것저것 귀찮은 일도 많이 발생시키는 천덕꾸러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여성을 2등 사회인으로 낙인찍고 차별을 더 강화하리라는 것이지요.
지난해 10월20일자 경향신문에 소개된 류창승씨. 육아휴직을 하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이를 돌보는 모습. /경향신문 DB
보통의 맞벌이 부부라면 이런 모습이 많습니다. 아내는 저녁약속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눈치도 엄청나게 보면서 발바닥에 불나게 퇴근해 아이를 돌보지만 남편들은 야근에 회식에,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은 편이죠. 간혹 아내 보다 일찍 와 대신 아이를 돌보더라도 왜 그리 전화는 잦은가요.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것부터 물건 하나 어디 있는 것까지 도대체 (가정과 관련된 것 중)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후배는 이런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아이를 보라고 했더니 정말 보고 있더라. care가 아니라 look이더라"라며 말이죠.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만, 더디더라도 본질과 지향점은 제대로 다져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여성 고용의 문제는 성의 문제가 아니라 협력하고 동반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며 풀어가야 하는 일입니다.
막말로, 애는 여자 혼자 만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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