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똥통신

삼성가에 무슨 일이

by 신사임당 2012. 4. 25.

참 점입가경입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드라마에서나 펼쳐질법한 일들을

매일 신문 1면과 사회면에서 보고 있으니.

막장 드라마니 뭐니하며 드라마를 욕해도

현실을 넘어서는 드라마는 없을 것 같네요.

 

삼성가 재산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과거 집안사까지 들춰내며 막말, 설전을 일삼네요.

것도 배울 만큼 배우고 가질만큼 가진 분들, 연세도 70, 80줄에 접어드신 분들이

격앙된 발언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어릴 적 엄마가 푸념삼아 하시던 말이 떠오릅니다.

 

친구들과 고무줄 놀이를 할 때 노래에 따라 박자를 맞추던 엄마보고

주첵이라고 하면 엄마는 제 뒤통수에 대고 그랬습니다.

나도 네 마음이랑 똑같다. 나도 다 하고 자랐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열두살 때 그대로다. 지금은 모를거다.

지금 그 때 엄마의 말을 사십이 넘어 새록새록 느낍니다.

마음은 열두살 때, 스무살 때 그대로고

표현 방식이나 말투나 행동거지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그저 남들이 바라보는 저는 사십줄에 접어든 아줌마죠.

 

뭐 완전 핀트는 다른 이야기지만

저런 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사람은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최고 권력자든, 최고 부자든

배고프면 밥 먹고 마려우면 화장실가고

가려우면 긁고 졸리면 자고

걸리면 화내고 치밀어오르면 욕하고

똑같지 않겠습니까.

새로울 것 없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고 신기하기도 웃기기도 한 것은

아마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회장님, 정치인들의 모습이

막장 현실을 너무나 미화시켜 그려놓았기 때문이겠죠.

 

하긴 몇년전 재계 출입을 할 때 모그룹 회장님의 상가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형제 아들 조카 등 각 계열사 회장, 사장이 대충 모인 자리에서

웬만한 이름을 대면 알만한 회사의 회장님이

정말 시장통에서나, 혹은 선술집에서나 들을 법한

아주 '친근하고 익숙한' 쌍욕을 몇차례 날려주시더군요.

저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아니라 특정한 다른 사람이야기가

나오자 그를 지칭하며 했던 이야기였다는 것을 밝힙니다.

옆에 그 분을 보좌하던 비서진은 사색이 돼서 안절부절 못하고

나갈 때 못들은 걸로 해달라며 사정하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었죠.

누구나 욕할 수 있는 건데 뭐가 걱정이냐고 안심을 시키고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최근 뉴스로 돌아가보면

양측 모두 참 많이 화가 났나보다 싶지만

진실이야 당사자들이 알테고

법정공방이 진행된다니 판결은 어떻게든 나겠지요.

 

그럼 양측에 어떤 일들이 진행돼 왔는지 그동안의 뉴스로 살펴보시지요.

 

 

 

 

 

1987년 11월 19일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빈소에서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왼쪽 첫째)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에서 둘째)등 일행이 조문객을 맞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맹희씨 교통사고/봉고받아 2명부상

[경향신문]|1990-04-18|15면 |사회

【수원=권순억기자】 18일 상오2시30분쯤 경기도 안성군 원곡면 외가천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서울기점59㎞)에서 서울1초7712호 그랜저승용차를 운전하고가던 이맹희씨(60)가 앞서가던 인천7하 1457호 봉고차(운전사 지철환·30)뒤를 들이받았다. 이씨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형이다.이 사고로 이씨와 봉고차운전사 지씨등 2명이 상처를 입고 이씨는 서울 고려병원에,지씨는 경기도 오산시내 덕일병원에 각각 입원,치료를 받고있다. 이날 사고는 이씨가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다 고속도로공사로 서행중인 봉고차뒤를 받아 일어났다.

 

 

“제일제당 이양은 부친뜻 받든것”/이맹희씨 경영복귀여부 주목

[경향신문]|1993-06-10|06면 |경제 |인터뷰 |960자

◎“2개월전부터 그룹측서 협의”/최근 제일비료 설립 회장취임『2개월전부터 그룹측에서 경영권인수 문제를 협의해 왔지만 예상보다 빨리 결정된 것같다』
9일 신라호텔에서 삼성그룹의 10개 그룹계열사에 대한 분리·독립발표를 접한 삼성그룹의 창업주 고리병철회장의 장남 이맹희씨는 상기된 표정을 짓고 놀라워 했다.

삼성그룹은 이날 발표에서 제일제당의 경영권을 고리병철회장의 큰며느리인 손복남씨에게 이양키로 함에 따라 손씨의 남편인 이맹희씨의 경영복귀 여부가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로서는 큰아들 이재현삼성전자이사가 제일제당의 경영을 모두 책임질 것이기 때문에 제가 회사경영에 복귀할 생각은 없습니다』
경영복귀문제에 대해 이씨는 『생각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지만 현재 이재현이사가 나이가 어리고 경영수업중에 있어 자신의 거취문제는 추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이번 발표배경에 대해 그는 『신정부출범 이후 한국경제의 방향이 정립되고 있는 상황을 삼성그룹이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고 『이번 분리·독립중 제일제당이 포함된 것은 부친의 뜻을 받들어 이건희회장이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그는 『아직 그룹으로부터 경영권 및 주식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받지 못했지만 그룹계열사와 이회장이 보유한 제일제당의 주식은 증여형식을 통해 이양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년안에 제일제당외에도 그룹계열사중 2∼3개를 추가로 이양할 것임을 그룹으로부터 통보받았다』면서 『이재현이사를 중심으로 안국화재·제일제당등을 묶은 독립그룹을 구성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그룹측이 검토중이기 때문에 어느기업이 이양될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맹희씨는 최근 경남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 비료업체인 (주)제일비료를 설립해 회장으로 취임, 사업가로 재기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정선섭기자〉

 

 

70년「부친퇴진」공모자로 오해받아”/이맹희씨 회상록등 출간
[경향신문]|1993-06-29|06면 |경제 |기획,연재 |1199자
◎“창희등이 청와대에 「비리」투서”/친분있던 전두환중령등이 조사하자 오해66년 한비사건으로 삼성을 떠났던 고리병철회장의 장남 이맹희씨가 삼성을 등진 사연, 부친과의 갈등등에 관한 내막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씨는 2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회상록 「묻어둔 이야기」와 경제에세이집 「하고 싶은 이야기」등 2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씨는 이 책에서 자신이 삼성과 결별한 것은 『70년 당시 한비사건으로 구속됐던 동생 창희(작고·전새한미디어회장)등 5명이 부친의 삼성퇴진을 공모, 청와대에 부친의 비리를 적은 6개항의 탄원서를 투서한 사건이 발단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투서에는 부친의 외화밀반출, 현충사 조경비 과대계상, 제일모직 및 제일제당 탈세등 부친과 삼성에 치명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공개했다.

그는 『부친은 창희가 주도한 이 사건에 내가 연관돼 있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청와대에서 이 문서를 다룬 사람들이 나와 친분이 있던 전두환중령(전대통령), 박종규실장등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에 나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일본으로 외유를 떠나게 됐고, 이때부터 삼성과는 돌이킬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자신의 삼성결별 내막을 이렇게 공개하면서 『부친이 「맹희한테 회사를 맡겼더니 불과 6개월만에 기업이 혼란에 빠졌다」고 밝혔지만 내가 삼성을 물러나온 것은 혼란에 빠져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고리회장의 자서전인 「호암자전」의 내용을 반박했다.

또 그는 삼성의 후계자 결정과정에 대해 『부친은 항간에서 오가는 것처럼 유서를 만든 적은 없으며 모두 구두로 이루어졌었다』고 밝히고 『이는 신현확 전삼성물산회장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친이 삼성의 후계자로 건희를 지목한것은 76년9월 중순경 부친이 암수술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날밤이었다』고 말하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후계자 승계문제와 관련해 『항간에 나돌고 있는 신현확 전회장, 홍진기 전중앙일보회장, 소병해 전비서실장에 대한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와함께 그는 자신의 회상록에서 한비사건의 내막, 총기밀수 사건, 경북고동창생들과의 관계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비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이 책에서 삼성과의 결별내막, 이건희회장과의 관계등 일부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해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정선섭기자〉

 

삼성 이건희 회장·형 맹희씨 일가/“갈등 있지만 사업은 협력”
[경향신문]|1995-07-06|09면 |경제 |기획,연재 |860자
◎비디오테이프 생산 「새한」 재관씨가 중개역『재산은 나누었으나 사업에는 협조한다』
분가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던 이건희 삼성그룹회장(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남) 일가와 이맹희씨(장남) 일가가 고 이창희씨(2남) 일가의 사업을 매개로 연결된다. 양쪽을 이어주는 매개의 끝은 폴리에스테르 필름과 비디오테이프.

고 이창희씨의 장남 이재관 새한미디어사장이 사주인 제일합섬은 폴리에스테르 생산설비를 대대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그중 폴리에스테르가 재료인 베이스필름이 중심이다. 베이스필름은 비디오테이프 등 자기테이프의 핵심소재다. 이 회사의 구미 제2공장 이영관이사는 『자기테이프의 세계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97년말까지 베이스필름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늘어나는 생산량은 세계시장에서만 소화되는게 아니다.

잠재수요가 바로 이맹희씨 장남 이재현상무가 실제 주인인 제일제당에 있다. 정확하게는 제일제당이 김종학·송지나씨와 설립한 영상소프트회사 제이콤. 베이스필름이 새한미디어에서 비디오테이프 등으로 만들어져 제이콤에서 영상물로 완성되는 것이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디오테이프 등 기록매체 생산업체가 국내에 3개 있으나 아무래도 뿌리(삼성그룹)가 같은 새한미디어에서 공급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 다같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제일제당(이재현)과 새한미디어(제일합섬·이재관)는 사업에서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다음은 이재관씨와 이건희씨의 관계. 둘은 이미 제일합섬이 삼성석유화학으로부터 베이스필름의 주원료인 TPA를 공급받고 있어 더욱 밀접하다.

결국 이건희씨나 이재현씨 양쪽과 관계가 괜찮은 이재관씨가 사이가 좋지 않은 양가를 맺어주는 셈이다. 적어도 거래관계상으로는 그렇다.<박대호 기자>

 

 

 

[재벌이야기]삼성·CJ 싸움에 애꿎은 인사 희생?
[경향신문]|2011-07-12|60면 |TITL [재벌이야기]삼성·CJ 싸움에 애꿎은 인사 희생?판 |1884자

최근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대한통운 인수를 두고 삼성과 CJ가 정면 충돌했다. 대형 M&A(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이다보면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음해하는 경우는 많다.


이번 사안은 한국 최고 재벌가인 범삼성가 내부에서 벌어진 공방전이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대한통운 인수전은 일단 CJ가 승리하면서 끝이 났지만, 막후에 잠복된 삼성과 CJ의 뿌리깊은 앙금이 재현된 것이었다.


이 사건의 전말은 CJ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삼성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자문계약을 맺은 터에 삼성의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SDS가 포스코와 손잡고 입찰에 참여하면서 충돌했다. CJ는 “삼성이 CJ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고, 삼성은 “비즈니스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안은 삼촌(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조카(이재현 CJ그룹 회장) 간의 해묵은 감정이 들춰지는 사태로 번졌다. 두 사람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삼성과 CJ, 이건희 회장과 이재현 회장 간의 앙금은 가깝게는 지난 1994년 계열분리 과정에서 비롯됐지만, 멀리는 지난 1966년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에서 시작됐다. 당시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고(故) 이병철 회장은 구속됐고, 삼성은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의 후폭풍으로 장남 이맹희씨(이재현 회장의 부친)와 차남 이창희 전 새한그룹 회장은 청와대 투서자로 내부에서 지목되면서 결국 삼성을 떠났고, 이후 끝내 삼성의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다. 이맹희씨에게 붙여진 별칭은 ‘비운의 황태자’였다.


이 사건 이후 삼남 이건희 회장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면서 1987년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뒤 삼성의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이건희 회장이 총수에 오르고 계열분리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삼성그룹의 모기업 중 하나인 제일제당은 장손인 이재현 회장에게 넘어갔다. 계열분리는 이맹희씨의 부인 손복남씨 명의로 돼 있던 삼성화재 지분과 삼성이 보유했던 제일제당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매듭지어졌다.


하지만 계열분리 직후 이건희 회장 측에서 심복이던 이학수 전 비서실장(당시 차장)을 제일제당의 대표이사로 전격 발령내면서 이재현 회장 등을 경영진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이재현 회장 측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난타전을 벌인 끝에 이 전 실장은 사흘 만에 삼성으로 돌아왔다.


그러던 차에 1995년 삼성은 이재현 회장의 서울 장충동 자택 이웃 옥상에 (이재현 회장의) 집안 동태를 살피는 CCTV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또한번 충돌했다. 그 후에도 고 이병철 회장의 제사나 장충동 자택 세금문제 등 가족 내부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이어져왔다.


사실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은 삼성측의 말처럼 “비즈니스 차원”에서 보면 비일비재한 일이다. 하지만 CJ에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처럼 그동안 누적돼온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과잉대응한 것인지 모른다.


한데 재미있는 것은 전날까지 삼성과 CJ가 전면전을 벌일 것처럼 보였던 대한통운 인수전이 불과 몇천억원의 입찰가 차이로 CJ의 승리가 됐다는 점이다.


“절대 양보 못한다”며 강경하던 삼성(포스코 컨소시엄)의 입장을 감안하면 뒷맛이 개운찮다.


이 와중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삼성과 일전불사를 외치던 CJ가 인수자 선정 당일 갑자기 홍보 책임자를 전격 퇴진시킨 대목이다. 혹 누군가 “(대한통운을) 양보할 테니, 해묵은 감정을 들춰낸 임원을 퇴진시키라”고 제안한 것은 아닐까. 왠지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애꿎은 인사가 희생된 것 같아 께름칙하다.

 

삼성가 상속재산 소송전“차명주식 일부 돌려달라”
[경향신문]|2012-02-15|02면 |45판 |종합 |뉴스 |2173자
ㆍ2조원 상당… 삼성 대 CJ ‘뿌리깊은 반목’ 표출
한때 삼성 후계자로 불렸던 이맹희씨, 그리고 실제 후계자가 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과 삼남 사이에 상속재산을 둘러싼 소송전이 시작됐다. 이병철 회장 사후 25년 만이다. 형제 간 다툼에는 2조원대에 이르는 거금이 걸려 있고,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 경영권을 둘러싼 불편한 관계까지 반영돼 있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씨는 14일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주식인도 등의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씨가 요구한 것은 삼성생명 주식 824만여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그동안의 이익배당금 1억원이다. 이씨는 또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삼성전자 주식 100주와 이익배당금 1억원을 청구했다.이씨는 삼성생명 차명주식 중 삼성에버랜드로 명의가 변경된 875만여주와 삼성전자 차명주식 57만여주에 대해서는 우선 일부만 청구하고 나중에 추가로 소송을 낼 계획이다.

이씨 요구의 핵심은 창업주가 남긴 삼성의 여러 차명주식을 이건희 회장이 독식했으니 이는 부당하며, 자신의 몫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씨는 소장에서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해 소유한 재산은 타계와 동시에 상속인들에게 법정 상속분대로 상속된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명의를 변경해 상속권을 침해했으므로 이를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차명주식은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특검 수사를 거치며 세상에 처음 알려진 내용이다. 이씨 측은 “이건희 측이 이맹희의 장남 이재현 회장이 운영하는 CJ의 재무임원에게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이란 문건을 보내와 이병철 회장의 차명유산에 관한 지분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요구했다”며 “이 과정에서 차명재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가 요구한 삼성생명 주식 등을 현금화할 경우 2조원에 육박한다. 이씨의 장남 이재현 회장이 이끌고 있는 CJ그룹은 그동안 보유하던 삼성 계열사 주식을 인수·합병 비용으로 사용해왔다. 2000년 삼구쇼핑(CJ오쇼핑)을 인수할 때 삼성생명 주식 25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11만주를 각각 700억원과 348억원으로 계산해 대금을 지불했다. 2002년 드림웍스 투자금을 마련할 때도 삼성생명 주식 30만주로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돈 문제뿐 아니라 삼성가와 CJ가의 뿌리 깊은 반목도 작용하고 있다. 이맹희씨는 한때 삼성의 후계자로 키워졌지만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게 밀렸다. 이씨는 이후 가족과 철저히 떨어져 살면서 은둔생활을 했다. 그가 낸 소장을 보면 지금 살고 있는 곳도 국내가 아닌 중국 베이징시로 돼 있다. 이씨는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에서 “아버지와 상당한 틈새가 있었지만 언젠가는 나에게 대권(삼성 경영권)이 주어질 것으로 믿었다”며 당시의 충격을 회고하기도 했다.
1994년 계열분리 때 양가의 갈등은 수면 위로 불거졌다. 계열분리 직후 이건희 회장이 측근인 이학수 전 부회장을 제일제당 대표이사로 발령을 내 이재현 회장이 격하게 반발했다. 이 무렵 삼성이 이재현 회장의 자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폐쇄회로(CC)TV를 이웃집에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양측이 감정싸움을 벌였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어 CJ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 같은 앙금이 결국 재산다툼이란 법정공방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차명재산에 관한 이건희 회장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 회장 측은 이맹희씨 측에 보낸 문서에서 “삼성생명의 차명주식 등은 선대회장(이병철)의 유지에 따라 이건희 소유로 하기로 했다”며 “선대회장 유지에 따르지 않더라도 유류분반환청구권 시효 소멸 등으로 이건희가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적시했다.
이건희 회장 측이 패소할 경우 삼성의 경영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20.76%에서 16.6%로 줄어든다. 신세계와 한솔 등 다른 범삼성가의 차명재산 분할 요구가 이어지면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삼성과 CJ가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CJ 관계자는 “이맹희씨 개인의 문제여서 그룹과는 무관하다”면서도 “삼성과 CJ 간 문제로 비쳐지고 있어 조속하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재원·유정인 기자 jwhong@kyunghyang.com

 

 

후계자서 밀려난 이맹희씨 행적은… 최근 7년간 베이징 140억원대 별장서 거주
[한국일보]|2012-02-16|06면 |42판 |종합 |뉴스 |989자
이맹희(81)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거액 소송을 내기 전까지 그의 행적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직함도 없었고, 외부에 노출된 적도 거의 없었다.

사실 이맹희씨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후계자로 확정된 뒤부터 사실상 은둔과 유랑에 가까운 생활을 해 왔다.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지자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잠시나마 장남인 이맹희씨에게 그룹경영을 맡겼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6개월도 안 돼 물러나고 말았다. 3남인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한 이병철회장은 의도적으로 이맹희씨를 그룹과 거리를 두게 했고, 이 때부터 그는 국내 산간벽지나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를 떠도는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CJ그룹 내에서조차 이맹희씨의 행적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소송으로 이맹희씨가 베이징 창핑구(昌平區) 후이롱관진(回龍關鎭)의 고급 별장지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수이장위안(碧水庄園)'으로 불리는 이 별장지구는 베이징시로부터 정북방향에 자리잡고 있으며 베이징 3대 별장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최고급 주거지역에 속한다. 외부인 출입도 쉽지 않다. 별장 내에는 인공호수와 녹지공간이 있으며 수영장, 골프장, 사격장도 갖추고 있다.

이맹희씨가 거주하는 빌라는 1,000㎡ 크기로 현재 8,000만위안(한화 약 140억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거주민들은 이씨가 약 7년 정도 베이징에 거주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 고급 저택에서 이맹희씨는 이번 소송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 측은 "변호사들이 직접 베이징으로 가서 이씨를 만났다"고 전하고 있다.

이씨는 팔순이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건강상태도 매우 양호하고 소송 진행에 대한 의지도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법률회사 ‘화우’는 왜 삼성 상대 소송을 맡았나
[경향신문]|2012-02-21|02면 |40판 |종합 |뉴스 |1178자
화우는 왜 삼성을 상대로 한 소송을 맡았을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형인 이맹희씨가 이 회장을 상대로 7000억원대 소송을 낸 사실이 알려진 지난 14일. 법조계에서는 누가 소송을 냈는지보다 어느 법률회사(로펌)가 소송을 맡았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소송은 물론 법적 자문을 할 일이 많은 삼성을 ‘적’으로 상대했다가는 향후 수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로펌이 선뜻 이런 사건을 맡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화우가 삼성을 상대하게 된 이유로는 우선 ‘구연’이 꼽힌다. 화우는 전에도 삼성의 반대편에 선 적이 많다.


대표적인 사건은 2005년 삼성자동차 채권단을 대신해 4조70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소송은 지금까지 국내 최고액 소송 기록을 갖고 있다.
1999년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씩으로 계산해 받았던 채권단은 삼성생명 상장이 지연된 데다 보유 주식도 팔리지 않자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채권단에 60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화우는 지난해에는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백혈병 사망자들의 소송도 맡았다.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었지만 사실상 당사자는 삼성이었다.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에서 5명에 대해서는 승소하고, 3명은 패소했지만 백혈병이 산재라는 사실을 입증해낸 이례적인 결과였다.
이맹희씨가 화우를 찾아간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고 법조계는 분석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삼성 계열사는 예전부터 화우에 사건을 맡긴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삼성차 사건, 백혈병 사건을 맡는 화우에 다른 사건을 줄 리가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는 화우가 삼성으로부터 일을 맡기 어려운 조건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삼성이 로펌에 맡기는 일은 대부분 자문 업무이고, 소송 업무는 거의 없다. 국내에서 삼성의 자문 업무를 맡을 로펌이라면 5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현재 국내 로펌 1~4위는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이다. 5위를 놓고 율촌과 화우가 다투는데 변호사 수는 화우가 많지만, 자문 업무 쪽에서는 율촌을 더 쳐준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한다.
따라서 화우 쪽에서 스스로 삼성의 일을 맡는 것을 포기하고, 상대편에 선 셈이다.

이범준.김태훈 기자

 

 

삼성-CJ 오래된 상속 갈등이 ‘미행 소동’으로
[경향신문]|2012-02-23|03면 |45판 |종합 |뉴스 |1184자
삼성과 CJ의 갈등은 지난 14일 이병철 창업주의 맏아들인 이맹희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주식인도 등의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내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씨가 요구한 것은 삼성생명 주식 824만여주 등이다. 이씨 요구의 핵심은 창업주가 남긴 삼성의 여러 차명주식을 이건희 회장이 독식했으니 이는 부당하며, 자신의 몫은 돌려달라는 것이다. 소장대로라면 총 2조원 규모의 반환 소송이다.
재계는 이병철 창업주의 자녀들이 삼성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장남인 이맹희씨와 삼남 이건희 회장이 벌였던 자존심 싸움이 이번 소송의 본질이라고 분석한다. 1966년 삼성이 주도한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이병철 당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잠시 삼성을 물려받았던 이맹희씨는 투서를 넣어 아버지를 물러나게 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동생 이건희 회장에게 밀렸다.

재계는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이번 소송이 CJ와 삼성의 힘대결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을 동생에게 빼앗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해온 이맹희씨와, 이를 지켜본 아들 이재현 CJ 회장이 자존심 회복을 위해 총력을 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22일 오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CJ가 이맹희씨의 소송 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했으니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미행 소동은 양측의 감정적인 앙금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렇다면 왜 이재현 회장이 미행 대상이 됐을까.
재계 관계자는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이재현 회장이 이번 소송에 관여돼 있을 것”이라며 “삼성 측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이건희 회장 측이 CJ의 재무담당 임원에게 ‘상속재산 포기각서’를 받으려고 하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소송 인지대만 20억원이 넘고 10여명의 유명 변호인단이 꾸려진 점 등으로 미뤄 이재현 회장이 이번 소송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짙다. 이런 정황이 삼성 일부 인사들의 미행사건 연루로 표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맹희씨는 “건희가 삼성을 물려받아 경영한 뒤 뒷세대에선 재현이가 물려받으란 게 선대회장(이병철)의 뜻이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재현 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더불어 이병철 창업주의 임종을 지킨 몇 안되는 인물이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삼성-CJ 갈등 확산/ 이건희 ‘이재현 견제 18년’
[한겨레]|2012-02-24|03면 |07판 |종합 |뉴스 |1246자
이재현 씨제이(CJ) 회장이 삼성의 감시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5년 3월 삼성은 서울 한남동 이건희 회장 집 3층 옥상에 바로 옆집인 이재현 회장 집 정문이 보이도록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했다. 이재현 회장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살피려는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삼성은 장비를 급히 철거했다.

 당시는 씨제이와 삼성 간에 그룹 분리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때였다. 불과 몇 달 전인 1994년 10월 이건희 삼성 회장은 최측근 이학수씨를 씨제이 대표이사로 발령했다가 이재현 회장 쪽 반발로 한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있었다.

 삼촌과 조카 사이인 이건희(사진 왼쪽) 회장과 이재현(오른쪽) 회장의 갈등은 이후 몇년 동안 잠복해 있다가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다시 불거졌다. 씨제이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려 하자 느닷없이 삼성에스디에스(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형태로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재계에선 이건희 회장이 몸집을 불리려는 이재현 회장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였다.

 애초 두 사람의 갈등은 창업주 고 이병철씨에게서 이건희 회장으로 넘어간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병철 전 회장은 1976년 장자 상속의 재계 관행을 뒤로하고 장남 이맹희(이재현 회장의 부친)가 아닌 3남 이건희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로 했고, 실제 이건희 회장은 1987년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경영권이 이건희 회장으로 넘어간 이면에는 1966년 이병철 회장이 사카린 밀수 사건에 연루돼 경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 맹희씨가 관계됐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병철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장남에 대한 불신이 싹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맹희씨는 1993년 출간한 수상록 에서 “아버지와의 사이에 상당한 틈새가 있었지만 언젠가는 나에게 대권이 주어질 것이라고 믿었다”고 쓸 정도로 경영권 승계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병철 전 회장이 1971년에 쓴 유언장에서 “장남 맹희는 경영에 뜻이 없다”고 썼다. 그만큼 양쪽의 생각 차이가 컸던 것이다.

 지금도 양쪽은 묘한 긴장관계에 있다. 이재현 회장은 삼성가의 장손으로서의 위상을 놓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삼성가의 장손이란 점에 대해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의 공식 후계자는 이건희 회장이다. 장자로서의 정통성을 의식하는 씨제이와 회사를 공식으로 이어받은 삼성이 서로 편한 사이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경제]삼성 ‘비운의 황태자’ 무얼 노리나
[경향신문]|2012-02-28|56면 |TITL [경제]삼성 ‘비운의 황태자’ 무얼 노리나판 |3649자
삼성가에서 ‘비운의 황태자’라고 불리던 이맹희씨가 화제의 중심에 다시 섰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지 25년 만이다. 이맹희씨는 이병철 회장의 맏아들이지만 삼성 경영권은 셋째 동생 이건희 현 삼성전자 회장에게 돌아갔다. 이후 맹희씨는 가족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을 만큼 은둔의 삶을 살았으며, 지금도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 맹희씨가 소송과 함께 등장했다. 이맹희이건희. 걸린 액수만 최고 2조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경우에 따라 삼성 지배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규모다. 그 이면엔 맹희씨의 아들 이재현 CJ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후계 세대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뒤늦은 ‘왕자의 전쟁’이 숨어 있다.


선친 차명재산 이건희 명의로 전환
이번 유산문제는 지난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와 연이은 특검 수사로 불거졌다. 삼성의 차명계좌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건희 회장 측은 “나도 몰랐다. 확인해보니 이는 선대 회장(이병철)이 남겨준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이병철 회장이 삼성 주식 형태로 숨겨둔 재산이 드러난 셈이고, 이건희 회장은 이를 2008년 12월 자신의 이름으로 실명 전환한 것이다. 여기서 불씨가 싹텄다. 이병철 회장의 재산이라면 맹희씨 등 다른 상속인들에게도 지분이 돌아가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이 불씨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사건의 핵심은 맹희씨가 낸 소장에 잘 드러나 있다. 맹희씨 측은 “이맹희의 장남 이재현은 현재 CJ주식회사를 경영하고 있는데, 이 회사 재경팀 임원은 지난해 6월 이건희 측으로부터 서명을 요구하는 문서를 받았다”고 적시했다. 아버지의 차명재산을 이건희 회장 몫으로 돌리는 데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포기각서를 요구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 측은 일주일 후에 보낸 또다른 문서에서 “선대 회장의 유지에 따라 삼성생명 차명주식 등은 이건희 소유로 하기로 했으며, 유지에 따르지 않더라도 유류분 반환청구권의 시효소멸 등으로 이건희 소유권에 변함이 없다”고 압박했다. CJ가 이외에 신세계그룹과 한솔 등 범삼성가의 다른 그룹에서도 이 같은 포기각서를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건희 회장 측 주장대로 법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면 굳이 형제들에게 포기각서를 요구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런 각서요구가 맹희씨의 감정을 자극해 소송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선은 다르다.

국내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그런 각서를 받아놓아야 100% 안전하다. 사실 모든 유산은 법률적으로 상속인들이 나눠 가져야 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호사들의 설명으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서를 받아놓으면 혹시라도 나중에 불만이 생겨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에서 각하해버린다. 그러나 이런 각서가 없으면 불씨는 남을 수 있다.


이건희 생전에 문제해결 필요성
이건희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살아있을 때 문제를 해결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 수 있다. 각서에 서명을 받든, 지금처럼 소장이 날아오든, 어쨌든 자신의 선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잠재워두었다가 나중에 두 집안 사촌 간의 재산 다툼으로 번질 경우 제대로 소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범삼성가의 최우선 명분이 될 창업주의 유지 문제가 불거진다면 ‘이맹희이건희’의 경우엔 삼성을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이 유리하지만, ‘이재현 대 이재용’의 케이스라면 장손인 이재현 회장이 유리할 수 있다.


법률적 쟁점은 선친의 숨겨진 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그 시점이다. 상속권 회복을 주장하려면 상속 불이익을 인지한 뒤 3년 이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맹희씨 측은 지난해 이건희 회장 측이 보낸 문건을 받고서야 이 문제를 정확히 인지했다고 주장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 측이 포기각서를 요구한 것은 이맹희씨 측의 즉각 반격을 유도하는 ‘도발카드’로 본다. 이 문서를 받은 순간부터는 적어도 차명재산 문제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할 수 없다. 즉 포기각서에 서명을 하든 소송을 걸든 이건희 회장이 건재한 지금 이 시점에서 응답해달라는 적극적 요구인 셈이다.


지난해 7월 CJ 그룹 CJ제일제당센터에 이병철 창업주의 흉상이 홀로그램 형태로 등장했다. 세로 70㎝, 가로 55㎝의 홀로그램 입체 흉상은 전방과 좌우 세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첨단 시각물이다. 바로 옆에서는 이병철 회장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상영된다. CJ가 이병철 창업주의 유지를 받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장자 가문의 자존심이 상한 것은 그룹의 후계구도가 뜻밖의 상황으로 전개되면서다. 1966년 삼성이 주도한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으로 이병철 당시 회장은 중앙정보부의 압박에 시달리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때 맹희·창희 씨 등 삼성의 장남과 차남이 내부 투서를 냈다는 얘기가 재계에 돌았다. 아버지를 경영일선에서 몰아내기 위한 아들들의 반란이라는 것이었다. 차남 창희씨가 가장 먼저 아버지 눈밖에 났고, 장남 맹희씨 또한 비슷한 의심을 받았다고 한다. 맹희씨 입장에서 이런 의심을 받는 게 상당히 억울하다고 했지만, 결국 아버지는 셋째를 후계자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룹을 동생에게 빼앗겼다고 여긴 맹희씨는 그때부터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CJ 이재현 회장은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자랐다. 그 자신도 1994년 계열분리 때 삼성이 옆집에 설치한 CCTV로 집안을 감시하는 등의 불쾌한 일을 여러 번 겪었다.


소송 결과따라 삼성 지배구조 흔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번 소송의 배후에 이재현 CJ 회장이 관여돼 있을 것이란 게 재계의 시선이다. 이 사건이 CJ의 재무담당 임원의 서명문제로 불거진 데다, 소송 인지대만 20억원이 넘고 10여명의 유명 변호인단이 꾸려진 점 등을 종합해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재벌 오너 일가의 재산을 그룹 재무팀에서 관리해주는 재계 관행을 고려하면 이재용 사장 또한 이 내용을 사전에 몰랐을 리 없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결국 양측 두 세대에 걸친 구원이 창업주에 대한 상속소송의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재산은 삼성생명 등의 주식으로 돼 있다. 맹희씨가 승소할 경우 다른 범삼성가의 요구가 이어질 수 있고, 삼성생명 등의 지분이 이건희 회장의 다른 형제들에게 돌아간다면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맹희씨 일가로서는 삼성의 가장 약한 고리를 흔들 수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후계와 관련해 25년 전엔 억울하게 당했지만 이번엔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맹희씨 속내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판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CJ가가 어느 정도 명분을 취할 수 있다면 원만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치열한 법정공방과 함께 ‘삼성의 CJ 달래기’가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이유다.

 

 

이건희 “유산소송, 끝까지 갈 것”
[경향신문]|2012-04-18|01면 |40판 |종합 |뉴스 |1006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0·사진)은 형제간 유산소송에 대해 “대법원 아니라 헌법재판소까지라도 가겠다”고 17일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생각 같아서는 한 푼도 내줄 수 없다. (유산은) 선대 회장 때 벌써 다 분재(재산분할)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앞으로는 응답하지 않겠다. 자기네들(이맹희씨 등)이 고소하면 끝까지 (나도) 고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친형인 이맹희씨 등이 유산상속 소송을 제기한 뒤 이 회장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이 회장은 특히 “CJ도 (상속재산을) 가지고 있고, 각자 돈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그런데도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 (CJ 등이) 욕심을 좀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처음 제기한 이맹희씨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이다. 이 회장은 소송을 낸 형제들에 대해 “크게 섭섭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우리 쪽과) 상대가 안된다”고 말했다.

CJ 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건은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 두 개인의 문제”라면서 “그룹 차원에서 특별히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삼성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CJ그룹 회장의 아버지를 ‘돈만 욕심내는 수준 이하인 사람’으로 폄훼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중립을 지켜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는 지난 2월 이 회장을 상대로 선친의 차명유산 중 삼성생명 주식 일부 등 자신의 몫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씨, 차남 고 이창희씨의 둘째며느리 최선희씨와 그 아들들도 소송에 차례로 합류했다. 이들의 소송가액은 1조원에 달한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방해와 삼성카드 허위공문 사건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삼성에) 고칠 게 많다”며 “항상 새롭게, 크게 또 깊이 보면서 모든 사물을 분석해야 한다고 회의 때마다 얘기한다”고 언급했다.

홍재원 기자

 

 

'개똥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성 일자리  (0) 2013.06.03
패자가 된 인디밴드  (0) 2012.09.13
그때 그 사람들/ 문대성  (0) 2012.04.19
세계의 얼짱 여성 정치인  (0) 2011.11.03
넘쳐나는 여신  (0) 2011.09.14